입력 : 2016.10.24 03:00
트위터상에서 '○○계_성폭력' 해시태그로 공유되며 이어져
과거 문화계 쉬쉬했던 일 떠올라
박범신, 논란 후 本紙와 통화서 "농담 외엔 불쾌한 짓 안해" 해명
문단에서 시작된 성추문 논란이 문화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21일 소설가 박범신(70)씨의 과거 성추문이 구설에 오르고, 시인 박진성(38)씨가 시를 배우려는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22일 활동 중단을 밝혔다. 23일엔 서울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함영준(38)씨가 미술계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다.
함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려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한다"면서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함씨는 지난해 '남성들이여! 페미니즘이 불편한가'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신문 칼럼을 쓴 적도 있다.
함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려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한다"면서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함씨는 지난해 '남성들이여! 페미니즘이 불편한가'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신문 칼럼을 쓴 적도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23일 여성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공 학생 150여명은 '그래픽 디자인업계 종사자들께 묻습니다'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그동안 지속돼 온 침묵과 관행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으로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 여성 큐레이터는 "신인 디자이너나 작가가 전시 기회를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큐레이터에게 성희롱당했다고 얘기했다간 기회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이런 권력관계를 악용한 성추행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문화계의 성추문 고발은 네티즌들이 트위터에서 '○○계_성폭력'을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한 글임을 알리는 표시)로 공유하며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연쇄적 폭로는 최근 '반(反)여성혐오'를 구호로 내세운 인터넷 여론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성 담론에 민감한 촉수를 지닌 젊은 세대가 많아지면서 과거엔 쉬쉬하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단의 경우, 김현 시인 등이 지난달 계간 '21세기문학'에 "문단 내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는 내용의 글을 싣고, 독립문예잡지 '더 멀리'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경험한 습작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면서 국내 문예지 역시 서둘러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계간 '문학과사회'는 가을 혁신호 별책을 통해 '혐오'를 다뤘고, 격월간 '릿터'는 최신호를 페미니즘 특집호로 냈다. 한국작가회의는 24일 "이번 사태를 심각히 우려한다"는 내용의 입장표명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폭로가 무차별적 마녀사냥으로 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일방적 주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출판편집자 출신인 A씨가 지난 21일 '박범신씨가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한 데 대해, 이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여성 2명이 22일 "(A씨의 폭로글에) 오르내린 당사자는 성희롱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 "오랜 팬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같은 날 A씨는 "주제넘게 방송작가님의 의중을 짚어 제 글에 함께 기술했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박범신씨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가벼운 농담을 던지긴 했어도 여성의 허벅지를 만지는 짓은 결코 없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나는 결함이 많은 인간이라 모든 게 내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니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너무나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최근 트위터에서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비난받고 있는 박모(30) 시인은 "반박할 모든 자료와 증거를 갖추고 있다. 악성루머·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법적 대응 하겠다"고 했다.
문화계의 성추문 고발은 네티즌들이 트위터에서 '○○계_성폭력'을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한 글임을 알리는 표시)로 공유하며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연쇄적 폭로는 최근 '반(反)여성혐오'를 구호로 내세운 인터넷 여론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성 담론에 민감한 촉수를 지닌 젊은 세대가 많아지면서 과거엔 쉬쉬하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단의 경우, 김현 시인 등이 지난달 계간 '21세기문학'에 "문단 내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는 내용의 글을 싣고, 독립문예잡지 '더 멀리'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경험한 습작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면서 국내 문예지 역시 서둘러 흐름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계간 '문학과사회'는 가을 혁신호 별책을 통해 '혐오'를 다뤘고, 격월간 '릿터'는 최신호를 페미니즘 특집호로 냈다. 한국작가회의는 24일 "이번 사태를 심각히 우려한다"는 내용의 입장표명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폭로가 무차별적 마녀사냥으로 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일방적 주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출판편집자 출신인 A씨가 지난 21일 '박범신씨가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한 데 대해, 이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여성 2명이 22일 "(A씨의 폭로글에) 오르내린 당사자는 성희롱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 "오랜 팬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나눌 수 있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같은 날 A씨는 "주제넘게 방송작가님의 의중을 짚어 제 글에 함께 기술했던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박범신씨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가벼운 농담을 던지긴 했어도 여성의 허벅지를 만지는 짓은 결코 없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나는 결함이 많은 인간이라 모든 게 내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니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너무나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최근 트위터에서 데이트폭력 가해자로 비난받고 있는 박모(30) 시인은 "반박할 모든 자료와 증거를 갖추고 있다. 악성루머·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법적 대응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