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아흔… 여전히 그의 손엔 지휘봉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10.20 00:47

밤베르크 지휘자 블롬슈테트
인구 7만 소도시 교향악단, 독일 오케스트라 6위로 이끌어
수차례 日 방문… 한국선 첫 공연

"지휘를 하는 동안 그의 얼굴은 '이거 재미있구먼'이라 말하듯 들뜬 미소로 빛난다. 그러면서 악보 마디의 뉘앙스를 완전히 손에 쥐고 동시에 단원 개개인에게 자유와 자발성을 부여한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은 연주를 마친 뒤 악단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89)가 보여준 따뜻한 카리스마와 열린 해석에 대한 평이었다.

창단 70주년을 맞은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함께 첫 내한 공연을 여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지휘봉을 흔들며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다.
창단 70주년을 맞은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함께 첫 내한 공연을 여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지휘봉을 흔들며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다. /빈체로

베를린 필, 빈 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유럽 최정상 관현악단과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등 미국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한 이 노장(老將)이 현재 맡고 있는 직함은 다섯 개에 이른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계관 지휘자이자 밤베르크 교향악단,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덴마크 방송교향악단의 명예지휘자 등이다. 43년 전 독일 최고(最古)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한 이후 NHK 심포니와 일본 무대에 수차례 섰으나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가 오는 26~27일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를 대표하는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첫 내한공연을 연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5번 '운명'(26일),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7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27일) 등 오랜 음악 인생 동안 천착해온 독일 핵심 작품들을 들려준다.

명(名)지휘자 쿠르트 마주어, 미하엘 길렌과 더불어 '1927년생 삼총사'라 불리는 블롬슈테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마주어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떴고, 길렌은 2014년 시력 약화로 은퇴했다.

1953년 스물여섯에 쿠세비츠키 지휘상을 받은 이후 고국 스웨덴의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북유럽의 시벨리우스와 그리그, 닐센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1975년 독일로 건너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내면서 독일 레퍼토리를 익혔다. 베토벤 교향곡 전집, 브루크너 교향곡 등 관현악곡에서 일가를 이뤘다.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에서 탄생한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2009년 독일 시사지 포쿠스가 선정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6위로 꼽혔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독일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던 독일 단원들이 그곳에서 첫 연주회를 열면서 시작, 지금까지 62개국 512개 도시를 돌며 7000회 넘는 연주회를 가졌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밤베르크 교향악단=26~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