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20 00:42
산허구리
"웨(왜) 우리는 밤낮 울고 불고 살아야 한다든? … 긴긴 밤 개에서 조개 잡으며 긴긴 낮 신작로 오가는 길에 생각해볼 테야."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데뷔작 '산허구리'(1936)의 마지막 대사다. 연출가 고선웅이 새로 무대에 올린 연극 '산허구리'〈사진〉는 이 장면에서 객석에 돌덩이를 던지기라도 하는 듯 대단히 강렬했다. 일제강점기 궁핍한 어촌 마을의 참담한 삶 속에서 개인을 짓누르는 어두운 시대 상황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펄펄 뛰는 언어로 소생시킨 셈이다.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데뷔작 '산허구리'(1936)의 마지막 대사다. 연출가 고선웅이 새로 무대에 올린 연극 '산허구리'〈사진〉는 이 장면에서 객석에 돌덩이를 던지기라도 하는 듯 대단히 강렬했다. 일제강점기 궁핍한 어촌 마을의 참담한 삶 속에서 개인을 짓누르는 어두운 시대 상황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펄펄 뛰는 언어로 소생시킨 셈이다.
어떤 원작이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고선웅이 처음으로 사실주의 연극에 도전했다. 국어 잘하는 학생이 수학 잘할 확률도 높듯,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선 80년 전 서해안의 초가와 마당을 재현한 무대는 사소한 구석구석까지 사실감이 넘쳤다. 한 달 동안 서해안을 훑으며 자료를 수집했다는 소품 디자이너 이경표의 꼼꼼함 덕이다.
그 위에 펼쳐진 드라마는 비정했다. 어부인 아버지는 상어에게 물려 한쪽 다리를 잃고, 큰아들과 큰사위는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바다에 나간 둘째 아들은 소식이 없다. 뭍에 남은 사람들은 악다구니 속에서 서로 물고 뜯고, 바다에 간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일본인들이 탄 동력선은 멀리서 쿵, 쿵 소리를 내며 이들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는데, 어머니 역 김용선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밑바닥부터 지글지글 비등(沸騰)하는 듯했다.
고선웅은 작품 곳곳에 본인의 낙관(落款)을 찍었다. 윤첨지(정재진)가 '에헤라디야'를 부르다 외면당하는 장면에선 특유의 썰렁한 유머가 등장하고, 젊은 어부(박윤희)의 연기에선 의도적 오버액션이 드러났다.
서계동 주택가의 트럭 행상 소리가 극장 객석까지 버젓이 들리는 국립극단의 열악한 시설 속에서도, 지형지물을 최대로 활용하려는 고선웅의 노력은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죽은 아들이 갑자기 걸어서 등장하더니, 무대를 덮는 안개와 함께 측면 벽이 열리며 그가 바다로 떠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뱃노래'가 오페라 아리아로 느껴질 만큼 장엄했다.
▷31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 민호극장, 공연 시간 70분, 1644-2003
그 위에 펼쳐진 드라마는 비정했다. 어부인 아버지는 상어에게 물려 한쪽 다리를 잃고, 큰아들과 큰사위는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다. 바다에 나간 둘째 아들은 소식이 없다. 뭍에 남은 사람들은 악다구니 속에서 서로 물고 뜯고, 바다에 간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일본인들이 탄 동력선은 멀리서 쿵, 쿵 소리를 내며 이들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는데, 어머니 역 김용선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밑바닥부터 지글지글 비등(沸騰)하는 듯했다.
고선웅은 작품 곳곳에 본인의 낙관(落款)을 찍었다. 윤첨지(정재진)가 '에헤라디야'를 부르다 외면당하는 장면에선 특유의 썰렁한 유머가 등장하고, 젊은 어부(박윤희)의 연기에선 의도적 오버액션이 드러났다.
서계동 주택가의 트럭 행상 소리가 극장 객석까지 버젓이 들리는 국립극단의 열악한 시설 속에서도, 지형지물을 최대로 활용하려는 고선웅의 노력은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죽은 아들이 갑자기 걸어서 등장하더니, 무대를 덮는 안개와 함께 측면 벽이 열리며 그가 바다로 떠나는 장면이 펼쳐졌다. '뱃노래'가 오페라 아리아로 느껴질 만큼 장엄했다.
▷31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 민호극장, 공연 시간 70분,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