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우 전성민 "페리클레스로 만난 셰익스피어 재미있네요"

  • 뉴시스

입력 : 2016.10.18 11:09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로 이름난 극단 여행자 양정웅 연출의 연극 ‘페리클레스’ 속 ‘마리나’는 생명력이며 음악이다. 바다에서 온갖 고난을 겪고 힘겹게 방랑하던 ‘페리클레스’는 그녀를 인해 희망을 품고 그걸 찾는다.

무대 전체에 무려 50t이나 깔린 모래 역시 시간의 덧없음을 표상하는데 그녀가 노래하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하다.

투명하고 몽환적인 매력에 가창력까지 갖춘 뮤지컬배우 전성민(30)이 안성맞춤 캐스팅인 이유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녀는 “‘페리클레스’가 신선했고,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감동도 있고…”라면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템페스트’와 함께 셰익스피어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앤티오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져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지만 그 속에 있는 비밀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섯 나라를 떠돌게 된다. 원작 문체의 수려함은 양정웅 연출 무대언어의 화려함으로 치환됐다.

2009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한 전성민은 프로 무대에서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한다.

그간 셰익스피어에 대해 비극의 인상이 강했다는 그녀는 이번 ‘페리클레스’를 연습하면서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가까이에 있는 작가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거대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라 방대하고 막연한 것 같지만 우리 삶에서 충분히 맞댈 만한 이야기였어요.”

양정웅 연출과는 지난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특별공연한 뮤지컬 ‘원이 엄마’를 통해 만났다. 이 작품에서 전성민을 눈여겨본 양 연출이 그녀에게 마리나 역을 제안한 것이다.

“‘원이 엄마’는 그간 제가 해오던 작업 방식과 달라서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무대 위에서 배우에게 대부분을 맡기시는 편이라서요. 연습 자체도 즉흥이 많았죠. 저는 사전에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스타일이라, 당황했죠. 호호. 하지만 결국 바로 지금 상황에서 배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끌어내시는 거더라고요. ‘페리클레스’에서는 빨리 적응하고 있어요.” ‘페리클레스’는 예술의전당이 브랜드 공연 CUBE를 통해 기획·제작한 공연으로, 화려한 미장센과 유인촌 남윤호 부자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공연 주역 중 전성민만 새 얼굴이다. 그녀로 인해 연습실에는 새로운 활력이 가득하다.

“유인촌 선배님은 배우 대 배우로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동등한 위치로서 봐주셔서 편안했죠. 윤호 씨는 워낙 똑똑하고 쟁쟁한 작품에 나와서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러웠어요.”

로맨틱 코미디 ‘너와 함께라면’, 현대인의 심리 문제를 다룬 모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일제강점기 예술인들을 따듯하게 조명한 ‘명동로망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연극 ‘날보러와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사실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계획을 세우지는 않아요.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운명이죠.”

다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단숨에 주목 받는 배우가 됐지만 혼란을 겪는 고등학생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비슷한 역을 거절했다. 대신 4차원적인 매력의 ‘너와 함께라면’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뮤지컬에 푹 빠진 그녀는 연극에 꾸준히 출연하려는 마음가짐도 갖고 있다. “연극이 기본기를 다지는데 큰 역을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앞에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해서 타이틀을 붙이기보다는 그냥 배우로 불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배우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전성민은 어느새 30대 초입에 접어들었다. “20대 때부터 빨리 서른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품어온 그녀다.

“20대 때는 불안했어요. 안정적이지 않고 두렵고.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했죠.”

20대를 지난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지고, 배우로서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서른이 넘어서니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어요. 이제야 일을 즐기면서 행복할 수 있게 됐죠.” ‘페리클레스’ 막바지에 환하게 웃는 마리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오는 11월10일부터 12월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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