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벗어난 타락한 여인', 22m 거울로 비춰본다…'라 트라비아타'

  • 뉴시스

입력 : 2016.10.17 18:12

“가장 중요한 건 관객들의 내적인 부분을 어떻게 건드려 줄 수 있느냐에요.”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헤닝 브록하우스는 1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간담회에서 무대 위 대형 거울과 화려한 그림을 선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설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인 ‘라트라비아타’는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다. 파리 사교계의 프리마돈나 마리 듀프레시라는 실제 여성을 모델로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춘희’로 번역됐다.

한 달의 25일은 흰 동백,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을 가슴에 꽂고 밤마다 파리의 5대 극장 특별석에 나타나는 고급 창녀 ‘마그리트’와 귀족청년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이를 옮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제목의 뜻은 ‘길을 벗어난 타락한 여인’이다. 비올레타(소설에서는 마그리트)를 가리킨다.

브록하우스 연출은 1992년 이탈리아 마체라타 스페리스테리오 야외국장에서 자신의 버전을 처음 선보였을 때 거대한 거울 등을 통해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했다.

초연 이후 24년 만에 한국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 역시 관객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며 부제로 ‘더 뉴 웨이’를 달았다.

극이 시작할 때 바닥에 거울 전면이 붙어 있는 0도부터 90도까지 다양하게 전환되는 가로 22m, 세로 12m의 대형 거울이 이 ‘라 트라비아타’ 미장센의 정점에 있다.

특히 90도까지 이 거울이 들어 올려지는 3막에서 관객들은 극장 내부모습 뿐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까지 무대 위에서 마주하게 된다.

브록하우스 연출은 “미켈란젤로 그림을 보듯이 오페라 감상을 설명할 수 없다”며 “극장에는 항상 새로운 무대가 올라간다”며 “새로운 시도가 올려지는 장소가 극장”이라고 강조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1992년 초연 당시 산뜻함과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거울이 서서히 올라가는 장면에서 극장의 막이 무대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반사돼 거울에 비치는 새로운 시도는 초현실적인 장면이었죠.”

이는 결국 관객들이 평소 보지 못한 걸 커튼 뒤에서 숨어서 관음증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계기를 준다. “볼 수 없는 걸 관찰하게 하고 보여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오페라 자체를 지배하는 건 결국 음악이라는 판단이다. “‘로엔그린’을 바그너가 썼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재해석하기도 했다”며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베르디가 살아 있으면 오페라를 어떤 식으로 재해석할 지 가상으로 상상을 하면서 연출했습니다.”

1975년 연출가 조르지오 스트렐러와의 만남을 통해 연출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브록하우스 연출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그는 프랑스 파리 오데옹극장에서 연출가뿐 아니라 극작가로도 활동하였다.

1999년 이태리 아스콜리 피체노의 벤티디오 바소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했고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맥베스’, ‘나비부인’ 등을 새롭게 해석하며 호평 받았다. 2011년에는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20년 동안 오페라계에 새로운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로열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오페라를 선보인 캐나다 출신 로버트 칼슨이 예다. “칼슨 역시 저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세종문화회관과 민간 오페라단인 한국오페라단이 협업을 해서 눈길을 끈다. 올해 시즌제를 도입한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민간 예술단과 협업이 시즌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 단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오페라를 올리게 돼 책임이 무겁다”며 “이탈리아 야외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그대로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의 비올레타 역에는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와 알리다 베르티, 알프레도 역에 테너 루치아노 간치 등이 캐스팅됐다. 지휘자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오는 11월 8~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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