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스타' 최고은·황현우 "연극 음악감독 공동 데뷔"

  • 뉴시스

입력 : 2016.10.17 18:11

■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썬샤인의 전사들'

올해 하반기 연극계 화제작 중 하나인 ‘썬샤인의 전사들’(연출 부새롬·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의 숨은 공로자 중 두명은 ‘인디계의 스타’인 싱어송라이터 최고은·프로듀서 황현우(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베이시스트 까르푸 황)다.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에 빛나는 김은성 작가의 신작인 ‘썬샤인의 전사들’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꿰뚫으며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 남은 이의 부채의식 등을 묵직하게 다룬다.

최고은·황현우가 공동 음악감독을 맡은 음악은 극의 여운을 짙게 만든다.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뭉근하게 존재감이 배어 있다.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사건, 6·25 동란, 군부독재시대와 그리고 세월호 참사까지 아우르는 근현대사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위로하지 않으면서도 위안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연극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두 사람을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최고은은 “대본을 읽고 잠이 든 날, (대한민국의 아픈 기억들로 인한) 섬뜩한 장면들이 밤새 떠올라 가위에 눌렸다”며 “음악만 만든 사람으로서 극을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음악을 만드는데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PD가 ‘썬샤인의 전사들’에 현대적인 포크음악을 삽입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마땅한 뮤지션을 찾다가 두 사람을 만나게 됐다.

가수 최고은, 프로듀서 황현우의 조합은 한의 감정과 날것의 기운이 뒤섞인 사운드로 인디 신에 새 포크 사운드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음반 작업과 연극 음악 작업은 다르다. 연출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아 음악에 반영을 해야 하는 만큼 순발력이 필수다. 최고은의 그 부분에 대해 황현우의 “즉각적이고 날 것의 감각이 도움을 크게 줬다”고 귀띔했다.

황현우는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자기 필터로 걸러주는 역”이라며 “그 필터링을 재빨리 교체할 수 있도록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연극으로는 드물게 지난주 OST(발매 피앤엠코리아)가 발매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총 11개 트랙이 실렸는데 제주자장가 ‘웡이자랑’을 편곡한 8번 트랙 밀실 속의 연극을 제외한 모든 곡을 두 사람이 만들었다.

황현우는 “공연에서 울려 퍼질 때 ‘구리면’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극하고 음악의 흐름과 맞지 않으면 안 됐죠. 연출의 흐름을 본 따 오려는 작업을 계속 했어요. OST에는 11개 트랙밖에 실리지 않았지만 4~50개 트랙을 만들었어요. 극에 삽입됐을 때 괴리감이 생기는 건 다 뺐습니다.”

두 사람은 2010년 가내수공업 방식을 통해 나무 케이스로 만들어져 주목 받았던 최고은의 첫 EP(미니앨범)로 첫 호흡을 맞춘 뒤 계속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연극 작업은 부새롬 연출 등 새로운 아티스트의 협업이 더해지면서 두 사람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최고은은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섬세함 표현을 부 연출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연출과 극작의 섬세함을 최대한 살리는데 주력했다. 극 중에서 6·25 동란 중 상자 안에 홀로 갇혀 있던 전쟁고아 순이가 상자 뚜껑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소리가 대표적이다. 최고은·황현우 음악감독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똑똑똑’이라는 소리가 내내 울려퍼지게 만들었다.

황현우는 “순이는 정말 엄청난 피해자에요. 이유도 없이, 원인과 결과도 없이 피해를 입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똑똑똑’ 소리는 작가가 사회에 경종을 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최고은과 황현우는 앨범 작업뿐 아니라 2012년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투어, 2014 2015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함께 공연했다.

내년 봄께 발매 예정인 최고은의 앨범을 함께 작업 중인 두 사람은 이번 연극 작업이 자신들의 오랜 호흡에도 변화를 줄 거라 기대했다.

황현우는 “다음 고은 씨 앨범과 ‘썬샤인의 전사들’ 음악이 완전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의도대로 되면 먹먹한 사운드의 톤이 연장선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색은 미니멀한 톤이지만 감수성과 사운드는 미니멀하지 않을 거 같아요.”

무엇보다 ‘썬샤인의 전사들’ 프로덕션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로 만났던 두 사람이 프로듀서 대 프로듀서로 만나는 묘한 경험을 줬다.

황현우는 “프로듀서로서 고은 씨를 아티스트로 대했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는 동등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며 “예전에는 경직된 포지션이었다면 이번에는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토털 축구를 추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은은 두 사람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느껴지기보다 마치 한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들려요. 아이디어를 각자 내도 조율이 빨랐죠.”

그녀는 황현우가 연출가의 반응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OST 작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현우는 “황스 짐머(유명 영화음악감독인 한스 짐머의 패러디)가 되는 거냐”며 유쾌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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