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술주간] "미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 뉴시스

입력 : 2016.10.12 10:03

니콜라스 바움 뉴욕 퍼블릭아트펀드 대표
'2016 미술주간' 개막 기념 내한 강연

"공공미술은 사람과 미술, 일상생활과 미술을 연결짓는 작업입니다."

11일 '2016 미술주간' 개막 기념 강연을 위한 방한한 니콜라스 바움 퍼블릭아트펀드 대표가 '좋은 미술(Good art)'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강연한 그는 공공미술의 목적에 대해 "시민의 입장과 작가의 입장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작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하면 공공미술 분야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움은 세계적인 작가와 협력해 발표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비영리 미술기구 '퍼블릭 아트펀드'(Public Art Fund)의 디렉터 겸 수석큐레이터로,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퍼블릭' 부문 큐레이터로도 활동중이다. 시드니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보스턴 컨템포러리 아트 인스티튜트 수석 큐레이터 등을 역임한 바움은 세계 공공미술 부문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공공미술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은 꼭 배타적인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면서 "청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면 미술 작품으로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적 공간에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퍼블릭 아트 펀드가 설립되고 나서 지난 40여 년 간 활동하면서 전통적인 전시 공간 밖으로 미술작품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또한 그것을 일반 대중에게 다시 연결해 주는 것이 작가들과 관객들 모두에게 여러모로 이롭다는 점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소통하기를 원한다. 물론, 이 소통이 일부 특별한 사람들과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77년 설립된 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에 기반을 둔 비영리 미술기구로, 개인 기부자, 재단, 기업 등의 지원, 국가문화예술진흥기금(NEA, National Endowm ent for the Arts)의 보조, 뉴욕 시 문화부와의 협력으로 운영된다. 설립 이래 뉴욕 시 전역의 5개 지역에 걸쳐 400여 개가 넘는 미술 전시 및 프로젝트를 주관해 미술가들이 다양한 대중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에 따라 공공미술의 개념을 재정립해 왔다.

공공미술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가진 작가들이 있는 만큼 여러 다양한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반에 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중을 향한 메시지'라는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아트라는 분야를 선도했고, 지금은 대표작이 된 제니 홀저(Jenny Holzer), 키스 해링(Keith Haring) 같은 작가들의 당시 작업을 선보였다. 최근 엘름그린&드라그셋, 우고 론디노네, 올라퍼 엘리아슨 얀 보 등의 작가와 협력한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바움은 "오늘날 우리는 진정 이미지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공공장소에서 공공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장애물을 허물고 서로 다른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그들의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과 같은 특별한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 "공공미술 작품은 시민이 누리는 삶의 핵심에 감수성, 상상력,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줍니다."

공공장소에서 미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는 매우 특별한 점이 있다. 정의상 공공장소는 공용의 공간이고, 따라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다른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인 셈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맥락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미술가들에게 큰 도전이다. 바움은 이런측면에서 "도전의 기회를 미술가들에게 제공하고, 작가들이 이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고, 또 이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데 큰 만족을 느낀다"면서 "사람들이 성공적인 공공미술 작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며 더 없이 큰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퍼블릭 아트펀드의 40여 년 역사의 기반으로 운 좋게도 뉴욕 시 곳곳에 퍼블릭 아트 펀드가 규칙적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최근 프로젝트 중에 타츠 니시의 'Discovering Columbus', 우고 론디노네의 'Human Nature',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Van Gogh’s Ear'를 꼽았다.

타츠 니시의 작품은 콜럼버스 서클의 중심부에 있는 콜럼버스 기념비 주위에 약 18m 높이의 비계(飛階) 구조물을 설치해 그 위에 떠 있는 거실을 조성한 설치 작업이다. 사람들을 이 거실에 초대해 집처럼 머물도록 하고, 거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 높이 치솟은 대리석 콜럼버스 조각상이 마치 커피 탁자에 함께 ‘앉아’ 있는 듯 보이게 된다.

바움은 "기발하고 대담한 제안이어서 나는 곧바로 이 아이디어에 매료됐었지만 복잡하고 야심적인 프로젝트를 과연 성사시킬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해심 넓은 이사진의 결단력을 비롯한 퍼블릭 아트 펀드 팀의 노력과 당시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행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니시는 꿈꾸던 프로젝트를 일궈낼 수 있었지요. 그래서 결국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이 작품을 무료로 경험하고 또 작품과 소통할 수 있게됐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록펠러 센터에서 최근 막을 내린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Van Gogh’s Ear'다. 열광적인 인기 때문에 전시 기간을 두 배로 늘려야했다. 이 듀오 작가는 마치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져온 듯한, 관능적인 곡선미가 아름다운 대형 스위밍 풀(swimming pool) 조각 작품을 만들어 냈다.

두 작가는 이 작품을 좌대 위에 수직으로 세워 전형적인 모더니즘 조각 작품처럼 설치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오브제가 됐다.

"모든 사람이 스위밍 풀을 봐 왔을 테지만, 어느 누구도 뉴욕 내 가장 바쁘고 상징적인 장소의 한가운데에 이 스위밍 풀이 매혹적인 조각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을 본 적은 없을 겁니다. 이 작품을 진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조력자는 K11 파운데이션(K11 Foundation)의 애드리언 쳉(Adrian Cheng)이며, K11 파운데이션이 이 작품을 소장해 차후 설치될 공공미술 작품으로서 중국으로 이송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뉴욕에서 진행한 작품을 전 세계 다른 기구 및 도시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에 이러한 새로운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퍼블릭 아트 펀드는 더욱 활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퍼블릭 아트 펀드는 늘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상상력이 가능한 한 자유롭게 뻗쳐 나갈 수 있도록 하며 그 아이디어가 구현될 장소에 대응하고 또 결부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바움은 "작가들이 가장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이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며 "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의 걸출한 공공미술 기관으로 전 세계의 작가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창안할 수 있도록 해 그 작품을 수백만 명의 관객 앞에 가져다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자부했다. 화이트큐브 안, 비싼 작품이라는 인식을 과감히 깨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미술'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미술은 우리가 가진 인간성의 근본적인 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미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미술은 우리에게 영감을, 깨달음을, 기쁨을, 자극을, 황홀감을,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미술은 우리 사회 안에서 창의적인 표현이 수행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확인시켜 주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접근 방식 모두에 가치를 부여해 주니까요."

아시아는 26년만에, 한국은 이번이 첫 방문이라는 바움은 한국의 첫 인상이 "너무 좋다"(I love it)고 활짝 웃었다.

"호주 시드니 출신으로 도시의 경관, 공간적인 요소, 이미지, 소리,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법 등을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서울에는 이러한 모든 요소가 있었다"며 "도시 곳곳에서 역사의 깊이가 느껴졌고, 여러 시대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16 미술주간’은 '미술은 삶과 함께'라는 주제로 11일부터 23일까지 ·공·사립미술관, 갤러리, 3대 비엔날레 등 100여개 미술공간에서 진행된다. 미술문화의 일상화를 전시 관람,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술행사를 연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주최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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