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소리꾼' 이희문 "흥나는 제 무대 안은미 선생에 영향받아"

  • 뉴시스

입력 : 2016.10.10 09:47

“‘전통 소리’도 대중가요처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노래하는 사람도 흥이 나죠.”

소리꾼 이희문(40)은 현재 국악계의 가장 핫한 스타다. 걸출한 소리 실력과 화려한 스타일, 그리고 아이돌에 버금가는 무대 장악력으로 ‘조선의 아이돌’ ‘경기소리의 스타일리스트’ ‘B급 일류 소리꾼’ 등 다양한 별명을 섭렵하며 국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전통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귀명창’ ‘마니아’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요소로 한 사람이라도 귀명창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희문은 경기민요 이수자 고주랑의 아들이다. 일본에서 미디어영상 공부를 한 그는 어머니의 친구이자 경기민요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명창의 권유로 20대 후반 국악에 입문,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이수자가 됐다. 경기 12 잡가 전곡을 녹음한 음반 ‘뜬 구름 잡다: 경기십이잡가’로 호평 받은 정도로 실력이 탄탄하다. 어렸을 때는 대중 가수의 꿈을 키웠다. 1990년대 후반 그룹 ‘베이비복스’ 소속사에 들어가 6개월 동안 음반준비를 하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아, 이후 군대를 간 그는 전역을 하고 음악 선진국인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예술가를 키우는 매니지먼트 등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아이슬란드 가수 비욕 등과 작업한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감독 크리스 커닝햄을 좋아했던 그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방향을 틀았다. 하지만 무엇을 하던 음악이 중심이 있었다. “항상 노래랑 연관된 일을 열심히 찾았죠. 일본에서 영상 관련 학과에 들어가는 장학금을 받기도 했고요.”

국악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복합 공연을 선보이는 그의 무대는 도발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이끄는 이희문 컴퍼니는 기존 전통공연을 ‘기성복’으로 명명하고 이 시대의 변화를 입은 전통음악을 펼쳐보이는 ‘오더메이드 레퍼토리’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안무가 안은미, 음악감독 장영규와 함께 작업한 ‘쾌’는 글램 록의 영향을 받아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가발을 쓴 채 무대 위에 올랐다. 자신이 리드보컬로 있는 밴드 ‘씽씽’ 역시 민요와 일렉트로닉 등의 퓨전 음악을 화려한 스타일로 들려준다.

“비주얼, 의상, 안무 등 우선 관객이 다른 곳에 꽂혀 소리를 한번이라도 더 듣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셔도 좋죠. 모든 포장들이 소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이죠.”

‘오더메이드 레퍼토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탐(貪)’은 한국의 전통소리와 서구적 클럽문화의 장르적 융합을 탐색한다. 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갤러리 등에서 펼쳐진 ‘2016 서울아트마켓’의 ‘팸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지난 11년 간 국내 유일의 ‘한국공연예술 해외진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온 서울아트마켓 내에서 국내 우수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르지오 오르티즈 멕시코 푸라블라주 예술협회 예술홍보총괄코디네이터는 ‘탐’에 대해 “전통과 현대가 조합되는 퓨전 음악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들었다. 앙겔 앙코나 멕시코 시티 시어터 시스템 코디네이터는 “해금과 보컬 소리가 좋았으며, 조명 등 무대연출이 좋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멕시코에서 ‘탐’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평했다.

이희문 컴퍼니는 앞서 2014년에도 ‘팸스 초이스’에 선정된 이후 지난해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현대공연예술페스티벌인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오프닝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이번에는 ‘팸스초이스’와 함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통음악 해외진출지원 사업 ‘저니 투 코리안 뮤직’에도 참여했다. 한 팀이 비슷한 기간 투 사업에 참여하는 건 이례적이다.

카드 USB 형태로 만든 명함에 공연 영상을 담아 외국 관계자들에게 전하는 적극성도 갖춘 이희문은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높은 음이 많아 여자 소리꾼들이 유독 많은 경기소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목소리에 대해 외국 사람들은 오페라 등에서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가수인 카스트라토의 목소리와 비교를 자주 한다.

이희문은 결국 본질은 음악 자체라고 했다. “작업할수록 악기를 거의 없애요. 소리가 잘 나오게끔 무대를 꾸미죠. 이 소리가 어떻게끔 잘 들리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모던하고 세련되게 작업이 진행되죠,”

흥이 많은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어떤 무대든 ‘놂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들끓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격과 도발의 안무가 안은미가 영향을 끼쳤다.

“안은미 선생님이 주신 큰 배움 중 하나가 ‘무대에서 공연자가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도 즐겁지 않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사람이다 보면 즐겁지 않은 때가 있어요.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흥이 안 난다’고. 그 분(흥)이 안 오는 날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아요.”

향후 이희문의 스케줄은 빼곡하다. 싱싱, 오더메이드 레퍼토리의 잡 등 밀렸던 음반 작업 마무리를 하고 내년 1월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도 연다. 올해 여름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6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함께 ‘한국남자’라는 공연을 협업한 재즈 밴드 ‘프렐류드’와 음반 작업도 예정됐다.

프로듀서로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그는 후배를 키우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 영상에 대한 욕구도 아직 남아 있어 향후 자신이 더 이상 무대 위에서 예전처럼 노래하지 못하게 되면,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역시 경기 소리를 알리기 위한 방편이다.

“경기소리의 역사를 다루고 싶어요. 경기 소리를 알리는 도구로서, 제 목소리라는 콘텐츠가 매력이 떨어지면 그 콘텐츠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필름이 파급력을 자랑하는 만큼 경기소리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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