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 미술품 감정 나선다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6.10.07 00:57

"僞作 유통 뿌리 뽑기 위해 내년 '미술품 유통법' 시행"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최근 이우환·천경자 화백 위작 논란 과정에서 미술품 감정 전문가 부족이 이슈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국내 전문가 손에서 진위를 가리지 못하고 프랑스 감정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팀에 검증을 맡겼다.

앞으로 이런 위작 시비를 가릴 공공 기관이 만들어진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작 유통을 뿌리 뽑기 위해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가칭)을 만들어 이르면 내년 8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그중 하나로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가칭)을 설립해 위작 수사와 사법 절차, 과세 징수 등 담당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감정연구원은 '국립 기관'이 아닌 '공공 기관' 형태이며 민간 분쟁에 대한 감정 업무는 맡지 않는다.

시가(時價) 감정도 연구원의 주요 업무가 될 전망이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신은향 과장은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증여세를 매길 때 정확한 가격을 알지 못해 난항을 겪을 때가 많다"며 "공신력을 가진 기구에서 시가 감정을 해줌으로써 정확한 과세를 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상속세를 물납(物納·미술품으로 세금을 내는 것)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었던 화랑과 미술품 경매사에도 등록제와 허가제가 도입된다. 화랑으로 등록하려면 전시 시절을 갖추고 전속 작가나 육성 작가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만 '화랑' '갤러리'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쓸 수 있다. 위작에 연루된 화랑과 경매사는 등록·허가가 취소되고 3년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문체부 내부에 '미술품 유통 전문 단속반'을 운영하고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특별사법경찰도 도입하기로 했다.

위작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사례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미술 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위작 사건이 늘 있는 게 아닌데 상설로 공공 감정 기관을 만드는 건 예산 낭비이며, 정부 기관이 개입해서 진위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질지도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