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티가 많은 두개의 옥… 힘과 才氣는 넘치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10.07 00:04

'함익' '썬샤인의 전사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문제도 아니야. 살아 있는 것으로 살 것인가, 죽어 있는 것으로 살 것인가, 그게 진짜 문제야."('함익')

"내일은 언제 와? 왜 만날 만날 오늘이야?"('썬샤인의 전사들')

힘을 갖춘 목소리로 '지금, 여기'의 문제를 똑바로 말하는 연극 두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랐다. 서울시극단의 '함익'(김광보 연출)과 두산아트센터의 '썬샤인의 전사들'(부새롬 연출)이다. 두 작품 모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극작가 김은성(39)이 극본을 썼다.

주인공 함익(최나라·왼쪽)과 악(惡)을 상징하는 함익의 분신 함진(이지연).
서울시극단의 연극‘함익’은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꾸고 배경을 현대 한국으로 옮겼다. 주인공 함익(최나라·왼쪽)과 악(惡)을 상징하는 함익의 분신 함진(이지연). /세종문화회관
'함익'은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에서 등장인물의 성(性)을 바꾸고 배경을 현대 한국으로 옮긴 작품이다. 재벌의 딸이자 연극학과 교수인 주인공 함익은 아버지와 계모가 친모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품고 사는데, 제자에게서 '햄릿'의 새로운 해석을 들으며 마음이 흔들린다. 연극은 주인공이 분신(分身)과 자아분열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욕망을 회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 시간 3시간 5분의 '썬샤인의 전사들'은 대하사극 한 편과 맞먹는 듯한 작품이다.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근(近)미래의 작가가 오래된 수첩 한 권을 모티브로 소설을 쓴다. 이야기는 위안부와 중일전쟁, 4·3, 6·25와 1980년대 반체제 운동을 거쳐 작가에게 돌아온다. 모든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은 부당하게 갇히거나 학살당한다. 현재의 개인적 불행은 역사를 관통하는 구조적인 비극과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는 시각이다.

두 작품 모두 숱한 대사마다 진정성과 재기(才氣)가 깃든 의미와 암시가 중첩됐지만 완성도에선 약점도 보였다. '함익'은 원작의 패러디와 원작의 분석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극 전개가 헐거웠고, 결말은 쓰다 만 듯 불투명했다. '썬샤인의 전사들'은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농축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작위적인 구성이 됐고,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대는 듯한 장황한 서사가 작품을 늘어지게 했다. 티가 많은 옥(玉)들이다.

▷'함익'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794

▷'썬샤인의 전사들'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