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구름 위를 걷다, 스포츠카를 탄 듯한 파이프오르간의 마력

  • 뉴시스

입력 : 2016.10.06 10:01

■ '오르간계 록스타' 카펜터 내한 공연
오르가니스트 캐머런 카펜터(35)의 진면목은 즉흥곡에서 발휘됐다. 5일 오후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첫 내한공연에서 음색과 음높이를 결정하는 장치인 스톱(stop)을 다앙하면서도 현란하게 조작하는 그는 마치 믹서를 다루는 DJ 같았다.

페달을 밟는 발놀림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줄 때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사뿐했다. 천둥소리 같은 굉음을 내뿜을 때는 스포츠카의 가속 페달을 밟는 듯, 역동적이었다.

국내 첫 클래식 전용 파이프오르간의 4958개 파이프에서 발산되는 음색은 색채감이 풍부했고, 또렷했다. 방사형으로 퍼지는 음색은, 롯데콘서트홀의 풍요로운 음량의 공간감을 더욱 넉넉하게 만들었다. 웅장한 관현악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오르간계의 록스타’로 통하는 카펜터는 펑크족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등장했지만, 이날 예상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 스키니 핏의 수트가 눈길을 끌었지만, 화려한 무대 매너 보다는 곡이 끝날 때마다 깍듯하게 인사하는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a단조 BWV 543 등 바흐 해석 역시 기대보다 지적이었다. 그러나 역시 본인이 편곡한 푸가의 기법 제9번 BWV 1080에서는 자유분방했다. 재즈적인 터치의 음색도 귓가를 감돌았다.

이날 발군 중 하나는 앙코르 두 번째 곡으로 들려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 중 메인 테마 ‘너를 태우고’. 미야자키의 음악 파트너인 히사이시 조의 천공을 활공하는 듯한 음악이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파이프오르간을 만나니 그 상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엉덩이를 들썩이던 청중이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칠 타이밍이었다. 지난달 20일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리사이틀의 첫 포문을 연 거장 장 기유(86)가 이 악기의 고전미를 탐색했다면, 카펜터는 모던함을 일깨웠다. 바로크나 교회 음악의 악기로 주로 오해되는 파이프 오르간이 젊고 신선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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