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3대 테너' 도밍고의 한국 예찬 "음악가·노래 좋아, 또 오고 싶어"

  • 뉴시스

입력 : 2016.09.30 17:47

“한국에는 재능이 있는 음악가들이 많죠. 각 가정의 아이마다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을 공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20세기 3대 테너’로 통하는 플라시도 도밍고(75)는 30일 오후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6번째 내한공연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몇 번을 다시 와도 좋다”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10월2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팬들과 다시 만나는 도밍고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1년 처음 내한공연한 이후 5번 한국을 찾았다. 이번 무대는 2014년 이후 2년 만이다.

특히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를 통해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과 인연을 맺었다. ‘도밍고 콩쿠르’로 통하는 이 대회는 도밍고가 젊은 성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1993년부터 열고 있다.

지나 7월에 치러진 올해 대회에서 테너 김건우가 우승했다. 또 다른 테너 문세훈은 결승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대회에서는 소프라노 박혜상이 2위에 올랐다. 이 콩쿠르와 한국과 인연은 첫 대회부터였다. 세계적인 베이스로 성장한 연광철이 1993년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도밍고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한 젊은 성악가들 김건우, 문세훈, 박혜상을 바라보며 “‘오페라리아’를 통해 한국의 숨겨진 재능을 갖춘 음악가들이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흡족해했다.

이번 공연에서 김건우와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테너와 바리톤의 이중창 ‘성스러운 사원 안에서’를 함께 부르는 것을 비롯해 문세훈, 박혜상과 모두 듀엣 무대를 꾸민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것은 항상 행복해요. 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도밍고는 1971년 런던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때부터 젊은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돌아봤다.

“이후 이 꿈이 다방면으로 이뤄져 기뻐요. 특히 ‘오페라리아’에서 재능을 선보인 성악가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이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위크에서 ‘오페라리아’ 출신 8명이 공연을 했죠. LA, 발렌시아, 워싱턴 등 곳곳에서 활약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연광철부터 현재까지 우승자를 포함 입상한 사람이 10명 가량이 될 정도로 활약이 컸죠.”

한편에서는 오페라를 비롯한 클래식음악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표하지만 도밍고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오페라 역사는 이제 겨우 100년이 넘었죠. 하지만 사람이 로봇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불멸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현대적인 요소와 결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곡가 원작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아이들이 쉽게 놀이처럼 클래식음악을 접하게 만든다면 클래식음악 시장은 확장될 겁니다. 막 오페라 문화가 피어나는 국가에 오페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죠. 최근 중국에서 ‘맥베스’를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중국에서 오페라가 활성화된 건 얼마 안 됐죠.”

현재 유럽에서 클래식음악이 위축됐지만 한중일 클래식음악 시장은 성장해가는 중이라고 봤다. “일본은 이미 클래식음악을 받아들이는데 앞서 있었죠. 내후년까지 공연장의 예약이 꽉 차 있어 예약하기 힘들 정도예요. 중국은 막 이제 붐이 일어 내년만 해도 여러 프로덕션의 오페라가 선보이죠. 한국은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예요. 청중이 향유하는 열정도 놀랍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소프라노 강혜명과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듀엣하는 도밍고는 “한국 노래들은 아름답다”며 “실제 한국 노래만 수록된 음반을 제작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즐거워했다.

1957년 바리톤 가수로 데뷔한 도밍고는 1961년 미국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를 맡은 뒤 약 50년 간 테너로 활동했다. 2013년 기준 144개 배역과 3687회의 공연(레코딩 포함), 9번의 그래미상 수상, 3번의 라틴 그래미상 수상, 케네디 센터 명예인, 프랑스 레종 훈장, 영국 기사 작위, 미국 자유의 메달 수훈 등의 기록을 썼다.

아직도 형형한 눈빛과 정정한 태도를 뽐낸 도밍고다. 여전히 월드 투어를 돌고 있는 그는 12월과 내년 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나부코’의 나부코 역, ‘라 트라비아타’의 조르조 제르몽 역으로 출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노령으로 인해,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는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건강 상태는 좋습니다. 다만 제가 한국에 얼마나 더 올수 있을지는 저도 알 수 없죠.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할 뿐입니다. 사람 일은 몰라서 제가 노래를 3개월 더 부를 수 있지, 3년 더 부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노래한 것에 대해 스스로도 놀랍다고 했다. 다만 2년 만에 한국에 다시 온 것처럼 비슷한 기간 뒤에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다. “관객이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국 청중은 특히 반응이 좋아서 매번 오고 싶어요.”

도밍고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는 ‘스리 테너’ 콘서트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3대 테너의 또 다른 이들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한 무대다. 이 공연의 실황음반은 세계에사 1200만장이 팔려나갔다. 클래식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당시 공연 실황은 세계 15억명에게 생중계됐다.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내한공연했던 카레라스를 약 2달 전에 만났다고 귀띔했다. “회포를 풀었어요. 스리 테너로서 좋은 시간을 가졌죠. 들은 바로는 그가 고별 투어를 계획 중이라고 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가 그 무대를 꾸민다면 같이 무대에 서고 싶어요. 한 시대를 함께 한 동료로서 애정이 있어요.”

도밍고는 이번 공연 1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정수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지휘자로서 후배 성악가들을 리드한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번 공연에 힘을 보태는 지휘자 유진 콘은 도밍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도밍고의 성악적인 부분에 주목하지만 나는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더 본다”며 “지휘자로서 음악적인 것 뿐 아니라 기술적, 시각적인 것 모두 흥미로운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문세훈은 “테너라면 누구든 도밍고 선생님을 우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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