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동난 '티켓파워'…가수 박효신 '뮤지컬 스타' 등극하나

  • 뉴시스

입력 : 2016.09.29 16:30

뮤지컬 ‘팬텀’의 1차 티켓 오픈일인 27일, 박효신이 출연하는 10회차 공연의 1만5860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특히 박효신이 팬텀으로 무대에 서는 개막 첫날 티켓 1500장은 3분만에 동이 났다.

공연은 오는 11월26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다.

가수 박효신이 티켓파워를 보이며 ‘차세대 뮤지컬 스타’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흥행 보증 수표는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조승우·김준수를 비롯해 류정한·홍광호 등을 꼽힌다.

박효신이 이번 ‘팬텀’ 라이선스 두 번째 공연으로 ‘뮤지컬스타’로 등극할지 주목되고 있다.

◇박효신, 뮤지컬스타로 거듭나기까지

박효신은 ‘고등학생 가수’로 데뷔한 1999년 이듬해 2000년 창작인 ‘락햄릿’으로 뮤지컬에 처음 발을 들였다. 당시 장충체육관에서 공연한 이 뮤지컬은 기간도 짧았고,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뮤지컬배우 박효신’의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이후 13년 만인 2013년 출연한 ‘엘리자벳’으로 뮤지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품었다. 2012년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부채 30억원을 떠안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군 전역 후 음반을 발매하는 대신 ‘엘리자벳’의 ‘토드’ 역을 통해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토드는 유럽에서 가장 성대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엘리자벳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옴파탈이다. 환상과 실재를 오가는 캐릭터다. 주로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른 박효신은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춤을 추는 등 변신을 꾀하며 뮤지컬 무대에 연착륙했다.

2014년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을 통해서는 ‘뮤지컬배우’라는 명함을 확실하게 팠다. 걸출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박효신은 ‘나는 나는 음악’,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등 좋기로 소문 난 넘버들을 특유의 소몰이 창법 없이도 유연하게 소화해냈다.

정점은 지난해 ‘팬텀’. 가스통 르루의 원작(1910)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형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다르게 해석한 이 작품에서 가면 뒤에 흉측한 기형의 얼굴을 숨긴 채,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비극적 운명의 ‘팬텀’을 맡아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클래식한 발성을 요구하는 넘버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드럽게 소화해냈다. 지난해 박효신과 류정한, 카이가 팬텀을 맡아 활약한 덕분에 이 뮤지컬은 그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가 됐다.

◇박효신, 뮤지컬배우로서의 장점

호소력이 다분한 허스키한 목소리가 우선 일품이다. 조승우의 감정, 김준수의 쇳소리, 류정한의 클래식컬함, 홍광호의 중후하면서도 달콤함과 자연스럽게 차별성을 이룬다. 이로 인해 노래가 대사가 되고 연기가 되는 뮤지컬에 잘 맞는다.

물론 연기를 전문적으로 해온 배우가 아니라 세밀한 감정 표현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뒤진다. 그런데 그 부족함의 공백이 목소리로 인해서 상당 부분 만회가 된다.

박효신의 또 다른 장점은 ‘티켓 파워’다. 침체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최근 조승우의 ‘스위니 토드’, 김준수의 ‘도리안 그레이’마저도 예년만한 과열 현상은 없었다. 현재 ‘팬텀’의 이번 1차 티켓 오픈 등을 놓고 보면, 그 과열 열기의 바통을 박효신이 이어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모아진다.

팬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통하는 박효신은 팬덤이 두텁다. 이달 중순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예정된 자신의 단독 콘서트 5만5000석을 12분만에 매진시킨 그는 10월3일 발매 예정인 7집에 실리는 수록곡 ‘숨’을 29일 공개해 10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티켓 구매력을 보유한 팬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진정한 뮤지컬스타로서 극복해야 할 점

박효신이 진정한 뮤지컬스타로서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한 제작사의 안정적인 시스템에서 뮤지컬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팬텀’ 등은 모두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이다. 박효신의 현재 현상이 팬덤을 보유한 가수, 김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스타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의 시너지로만 치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박효신이 이 제작사 뮤지컬에서 맡은 역은 주로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캐릭터였다. 죽음을 의인화시킨 토드는 말할 것도 없고 ‘모차르트!’ 역시 또 다른 자아인 ‘아마데’ 캐릭터로 음악적인 고뇌의 상징화였으며, 팬텀도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물이었다. 좀 더 세밀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현실에 밀착한, 캐릭터로 반경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재 박효신은 뮤지컬배우로서 스타성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팬텀’ 재연에서 팬텀의 인간적인 고뇌를 더 선보인 이후 정할 다음 행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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