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9 00:46
[연극 '불역쾌재' 이호재·오영수]
일흔 넘은 나이에도 바쁜 스케줄 "관록 넘치니 뭘 해도 잘 맞네"
이호재(75)가 넉살 좋고 여유로운 말투로 묻자 오영수(73)는 단호하고 심술궂게 받는다. "거기 무슨 동굴이 있소?… 신선 흉내 그만 내고 괜한 말 만들지 마시오." 이호재가 "나, 목 앞에 칼이 들어와도 말을 만든 적은 없소"라고 하자 오영수는 "그래서 전하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한 거요, 끝까지?"라고 한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지하 연습실에서 신작 연극 '불역쾌재(不亦快哉·장우재 작·연출)'를 연습 중인 두 배우는 오랜 친구가 대화하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불역쾌재'는 주인공인 두 사람과 함께 이명행·최광일·윤상화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16명이 출연하는 큰 규모의 연극이다.
"아 인터뷰는 무슨, 술이나 한잔하지."(이호재) "대사가 어려워서 자꾸 겉도는 것 같아요. 내 속으로 집어넣어야 하는데…."(오영수) 두 사람은 연극판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70대 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만 해도 이호재는 '방문' '장수상회' '어머니', 오영수는 '그 여자 사람 잡네' '두 영웅' '장판' '갈매기'에 출연했다. 이호재는 '장수상회'에서 치매를 앓는 노인 역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냈고, '방문'에서 음침한 범죄자로 분한 오영수는 극 중 평행봉 운동 장면을 통해 여전한 체력을 과시했다.
5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해온 두 사람이지만 함께 출연한 연극은 2007년 '언덕을 넘어서 가자'가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같이 연기하기에 별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오영수는 이호재가 "여전히 앞길을 먼저 가며 챙겨 주는 선배"라고 했고, 이호재는 오영수에 대해 "워낙 관록 있는 배우니 뭘 같이 해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두 사람은 임금의 정치적 술수로 하루아침에 파직당하는 대신 역을 맡았다. 이호재가 맡은 '경숙'이 감성적이고 도가(道家)에 가까운 인물이라면, 오영수가 분한 '기지'는 논리적인 유가(儒家) 스타일이다. 이들은 금강산 외팔담 아래 동굴이 있는지 없는지 언쟁을 벌인 끝에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각양각색의 인물을 만나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호재는 "작가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대사가 꽤 있다"고 했다. '그대는 버러지가 그렇게 싫으냐, 버러지도 생명이다'라며 세상 사는 포용력을 말한다든가, 흘러가는 세월에 대해 '봄·여름이란 말도 사람이 지어낸 것'이라며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
작품은 우화적인 줄거리 곳곳에 정치적인 함의를 촘촘하게 심어 놓았다. 오영수는 "싸우지 말고 화합해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다"고 했다. 이호재가 말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텐데… 골치 아프니까 작품 얘긴 그만 좀 물어봐!"
▷연극 '불역쾌재' 10월 26일~11월 6일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