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 이번엔 이탈리아 파시즘 시대가 배경"

  • 뉴시스

입력 : 2016.09.22 16:50

'토스카’ 뉴 프로덕션 연출가 다니엘레 아바도
국립오페라단,10월 13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토스카’에는 폭력적인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종교적인 성스런 부분도 함축됐죠. 파시즘의 암울과 종교적인 요소, 이 대립을 잘 조화시키고 싶어요. 이런 부분이 큰 감동을 줄 거라 보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뉴 프로덕션을 이끄는 오페라 연출가 다니엘레 아바도는 22일 오전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 N스튜디오 공용 연습실1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같은 기대를 드러냈다.

‘토스카’는 프랑스의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의 동명 연극이 바탕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1800년 6월17일에서 다음 날 새벽 사이에서 일어난 극적인 하룻밤의 사건이 중심축이다.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토스카를 향해 로마 경찰 총장 스카르피아는 욕망을 품는다. 토스카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를 정치범 은닉죄로 구속한다.

토스카는 연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카르피아와 은밀한 거래를 하고 결국 그를 살해한다. 카바라도시는 처형을 당하고, 살해범이 된 토스카마저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비극이 절정에 달한다.

1995년 ‘토스카’를 처음 연출한 뒤 20년 동안 같은 스태프와 일을 하고 있다는 아바도 연출은 작품에 아른거리는 ‘파시즘’의 그림자에 주목했다.

‘토스카’가 초연된 건 1900년이지만, 19세기와 20세기 전환점을 살아간 푸치니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지배한 이탈리아를 살아갔다. 스카르피아는 작품 속 배경보다 몇 세기 후 등장할 파시즘 조직의 전조였던 셈이다.

아바도 연출은 이참에 이번 서울 프로덕션의 시대적 배경을 이탈리아 역사의 암울했던 파시즘 정부 시기로 설정했다. “당시는 정치적 세력이 굉장히 강했어요. 그런 모습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도 포함시킨다. 비극적 드라마, 격정의 선율에 시대정신을 담은 현대적 감각으로 유명한 아바도 연출은 당시 영화가 발전한 시기라는 점도 중요하게 짚었다. 푸치니 역시 자신의 시대에 탄생하고 있었던 영화 예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도 연출은 “푸치니 역시 극장에서 영화적인 부분을 도입을 도입할려고 했죠. 그런 부분을 연출적인 면에서 살리려고 합니다”라고 귀띔했다. 1막의 무대로 설정한 로마 바로크 시대의 장엄한 건축물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이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보이는 이유다.

아바도 연출은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인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아들이기도 하다. 1988년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 그가 부친의 예술정신을 이어 받아 음악적으로도 탁월한 식견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아바다 연출은 이번 ‘토스카’의 지휘자인 ‘푸치니 해석의 명장’ 카를로 몬타나로가 ‘토스카’의 음악이 강렬한 색채로, 다양한 색의 물감이 담긴 팔레트 같다고 비유한 것에 대해 텍스트에도 같은 현상이 있다며 동의했다.

이와 함께 “그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이면에 멈출 수 없는 거대함이 있다, ‘라 보엠’의 ‘미미’, ‘나비부인’의 ‘초초상’ 등 푸치니가 여자 주인공 배역에 다양한 색채를 요구한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립오페라단이 ‘토스카’를 정식으로 공연하는 건 이번이 4번째다. 1994년 이후 12년 만이다.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새 프로덕션을 원했다.

아바도 연출은 “새로 다시 모든 걸 작업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며 “김학민 감독의 제안에 지금까지 한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에 다가가 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토스카’는 ‘은밀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주옥 같은 아리아로도 유명하다.

몬타나로 지휘자는 “푸치니 음악에는 강렬한 라인이 있는데 ‘토스카’는 그것과 상관없는 다른 세계를 갈구하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며 “음악을 갈구하는 토스카의 마음이라고 할까, 몽환적이 부분도 잘 나타난다. 강한 부분과 몽환적인 부분을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토스카 역에는 2011년 국립오페라단 ‘파우스트’의 마르그리트 역으로 눈도장을 받은 소프라노 알렉시아 불가리두와 이번에 한국 무대에 데뷔하는 스페인 출신의 소프라노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캐스팅됐다.

카바라도시는 이탈리아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와 테너 김재형, 스카르피아는 바리톤 고성현과 이탈리아 드라마틱 바리톤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맡는다.

‘토스카’는 10월 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뒤 같은 달 28~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 11월 4~5일 거제문화예술회관, 같은 달 25~26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한다.

한편, ‘토스카’는 국립오페라단의 2016~2017 시즌레퍼토리의 총 7개 작품 중 포문을 여는무대다. 이후 바그너의 ‘로엔그린’,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푸치니의 ‘외투’, 무소륵스키의 ‘고두노프’,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비제의 ‘진주조개잡이’로 이어진다. 김학민 예술감독은 “창작 오페라도 계획 중인데 별도의 시즌에 포함하지 않고 중극장 레퍼토리로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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