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탑, 소더비 경매 살리나? "탐나는, 갖고 싶은 작품 골랐다"

  • 뉴시스

입력 : 2016.09.20 10:01

■소더비 가을경매'이브닝세일' 큐레이터로 참여
28점 약130억치 섭외…10월 3일 홍콩서 경매
1744년 창립, 272년 전통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 sotheby's)가 K팝 스타 빅뱅 탑(본명 최승현·29)에 기댔다.

지난 10여년간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경쟁사 크리스티 경매사에 밀리던 소더비의 반격이다.

소더비 아시아 현대미술 담당 스페셜리스트 유키 테라세(Yuki Terase)는 "이번 경매가 무척 자랑스럽다"며 "탑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단한 열정을 보여 주었으며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킬 것”이라고 들떠있다. 소더비는 오는 10월 3일 개최하는 소더비 홍콩경매에 하이라이트로 펼치는 '동서양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에 탑을 큐레이터로 내세웠다. 소더비는 1744년부터 런던에서 설립된 후 40여개 국에 90여개의 오피스 네트워크를 두고 있으며, 뉴욕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가장 유서깊은 경매사다.

소더비는 수년전 한국 지점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홍콩에서 단색화 경매를 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미술시장에 친밀하게 진입하고 있다.

탑이 큐레이션한 이번 경매는 추정가 총액만 약 9000만 홍콩 달러 (HK$90,000,000·약 130억원)에 달한다. 게르하르 리히터, 앤디워홀, 바스키야를 비롯해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국내 단색화가들과 신진작가 작품등 28점을 경매에 올린다.

판매 대금 일부는 아시아의 신진 예술가를 후원하는 아시아 문화위원회 (Asian Cultural Council)에 기부될 예정이다.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탑은 "아시아 신진 예술가를 후원하는 경매로 기획되어 기꺼이 참여하게 됐다"며 “평범한 상업경매가 아닌 아시아 작가들의 창작을 돕기 위한 경매"라고 말했다. 탑은 "작가들을 위한 이번 경매에 개런티없이 참여했고, 자신의 소장품을 내놓는 경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안 좋게 보일 것 같아 망설였다"고도 했다.

소더비와 탑은 이번 경매를 위해 1년간 준비했다. "한 작품 한 작품 굉장히 신중하게 작품을 골랐다"는 탑은 "작품 섭외가 무척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한류' 셀러브리티 탑이 움직이자, 유명작가들과 컬렉터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특히 판매금의 일부가 아시아 문화위원회에 기부된다는 경매 취지에 동감, 무라카미 다카시도 작품을 내놓았고, 일본 IT 갑부컬렉터인 유사쿠 마에자와도 바스키야의 희귀작을 출품했다.

어둡고 인종차별적인 작품과 달리 노란색의 밝은 기운이 휘감은 바스키야의 작품(보병대)은 이번 경매 최고가로 낮은 추정가가 3000만 홍콩달러로 약 35억선에 달한다. '보병대'는 바스키야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그가 활동하던 당대 뉴욕의 정신을 활기 넘치는 구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탑은 조리있는 말솜씨와 미술품에 대한 애정을 발휘, 젊은 컬렉터로서의 안목을 보였다.

어린시절부터 미술에 자연스럽게 물들었다고 했다. "외가 쪽 모든 여성 분들이 미술 전공을 했다. 외할머니의 삼촌이 김환기 화백이고 이모부의 아버지가 이인성 화백”이라고 밝혔다.

어릴적 김환기의 일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고, 김환기 작품을 좋아한다는 탑은 "친척으로서가 아니라 이번 경매에 김환기의 작품을 꼭 넣고 싶었다"며 "이번 경매에는 점화가 아닌, 한국적 정서가 짙은 1965년 작품을 미국에 있는 컬렉터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톡톡튀는 비주얼이 있거나 미니멀하지만 개념과 철학이 있는 작품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다"며 "이번 경매는 단순한 마음으로 골랐다"고 소개했다.

"정말 탐나고, 나도 갖고 싶지만, 누가봐도 우리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낄만한 작품을 모았다"고 했다.

실제로 경매에 출품된 작품을 신라호텔에서 먼저 선보인 작품은 비싸고 유명한 작품을 떠나서, 컬렉터라면 보자마자 탐심을 자극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서양 세션은 앤디 워홀, 조지 콘도, 루돌프 스팅겔, 지그마 폴케등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선두로, 떠오르는 스타 작가인 조나스 우드의 회화 작품 2점도 포함된다. 전설적인 사진가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의 컬렉션으로부터 나온 키스 해링의 희귀하고 중요한 작품도 선보인다.

아시아 세션은 한국 미술의 대가 고 김환기 작가의 미술관 소장품중 최고 수준의 작품을 선두로, 박서보, 이우환, 정성화, 백남준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1988)는 이우환이 바람 시리즈를 제작하던 시기의 정점에 한 저명한 개인 소장가의 의뢰로 제작한 특별 대작이며, 정상화의 무제 97-3-26 (1997)은 국제 무대에서 크게 호평받고 있는 백색 톤의 단색화로 가장 큰 사이즈 중 하나다. 한국의 젊은 작가 박지니아등 중국의 신진 예술가들도 거장의 작품들과 어우러졌다.

탑은 "젊은 미술 애호가인 저를 믿고 소더비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점에 뿌듯하다"며 "미술이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큐레이팅을 계기로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쉽게 미술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패티 웡 소더비 아시아 의장은 탑과의 컬래버레이션 기획전에 자부심을 보였다.

“1744년 설립된 소더비가 지금까지 생존한 것은 혁신을 통해 변신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이번 탑과의 기획전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미술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탑과의 경매는 탑이 아티스트가 아니라 어린 컬렉터로서 트렌디한 엣센스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이전의 컬렉터들이 지정된 작가들을 골라서 수집했다면, 탑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시간, 다양한 소재를 모으기 때문에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컬렉터로서 탑이 특별한, 특이점이 있다"고 극찬했다.

한편, 가수,배우로 활동 중인 탑은 디자인 가구와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아시아 젊은 컬렉터로 부상했다.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열린 ‘아이 존(The Eye Zone)’ 아시아 현대미술 전시회에서 아트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양혜규의 삼성 리움미술관 전시에 그의 소장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푸르덴셜 아이 어워드에서 ‘비주얼 컬쳐 어워드’를 수상했다.

경매 전 프리뷰 전시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이후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탑이 큐레이터한 경매는 10월 3일 오후 6시 30분 홍콩컨벤션 센터에서 열린다. 한류 스타 탑과 소더비의 '윈윈'전략에 아시아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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