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점이 진동하는 색의 향연…김덕기의 '동화같은 점묘화'

  • 뉴시스

입력 : 2016.09.19 09:56

■21일부터 노화랑서 3년만에 개인전
동화같은 그림, 알고보면 놀란다. 화려한 색이 진동하는 그림의 작가는 신진이 아닌 중견 작가다. 무색무취해질 나이, 그는 10년 넘게 '색기'에 취해 산다.

미술시장에서 '행복한 작가'로 알려진 김덕기(48)작가다.

아이가 그린듯 단순한 평면화, 쉬워보이는 그림이지만 직접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점묘법과 공필화를 넘나든다. 붓으로 콕콕콕 점을 찍어 만든 그림은 단색화가들의 '무념 무상'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한점 한점이 거대한 풍경으로 나타난 화면은 감상자에게까지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고화질 UHD 화면처럼 알록달록 색감이 생생한건 작가의 순수함이 이어져있다.

'물감폭탄'이 아니다. 물감 자체 하나하나 색 그대로를 사용한다.혼합된 색을 만들지 않고 튜브에서 바로 짜내 화폭에 찍는다. 원색과 원색의 조합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가족이 힘이다. 화가인 그를 응원하는 가족이 '즐거운 집'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늘이 없다. 그림엔 그림자가 없다. 오직 빛을 받고 있는 집 주변의 풍경이 화려하고 경쾌하게 담겼다.

고등학교 교사직을 버리고 택한 길, 1998년 첫 개인전이후 농부처럼 성실하게 한해 한해를 화가로서 살고 있다. 보기만해도 환해지는 그림덕에 '김덕기' 이름 석자를 미술시장에 각인시켰다. 예술성과 대중성, 상업성을 동시에 다 잡은 작가는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화려한 색의 이면에 배경이 있다. 캔버스와 유화물감, 아크릴화로 그리지만 그는 동양화과 출신이다. 수묵채색화와 지필묵을 버리고 물감붓을 잡았지만, 전통 동양화의 기본, 빨강, 노랑, 녹색등 오방색의 근원을 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란한 오방색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를 거쳤다. 2000년 초기만하더라도 먹과 간단한 선 그리고 몇 가지 색으로만 화면을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었다. 하지만 화가로 마음을 먹자 담대해졌다. 어느 순간 화려한 색채와 단속적인 넓은 선과 점으로 화면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나무와 집, 사람이 어우러진 구상회화 같지만 색면추상도 숨어있다. 바탕 화면을 단색으로 매끈하게 칠한뒤 점점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한다.

그림속 풍경은 그의 작업실과 삶의 공간,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여주의 풍경이다. 소소한 일상을 잘게 저며 점점점 큰상을 만들어낸 신작은 무지개빛으로 춤춘다. 1분1초도 낭비할수 없다는 듯 꼭꼭 채웠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3년만에 김덕기의 개인전이 열린다. 가족을 주제로 화려한 원색의 향연이 넘치는 그림은 이번 전시에 소품보다 200호(193*259cm) 대작도 선보인다. 가족과 집 풍경 대신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도 화폭을 장식하고 있다. 점묘 기법도 일부 쓰지 않은 표현주의적 시도가 눈에 띈다. 하늘을 여백으로 처리한 점도 새롭다.

보기만해도 단박에 '김덕기 그림'이네 할 정도로 유명해진 그림은 이제 식상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 수많은 점을 집요하게 찍어 그려내는 그림의 공력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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