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 '낭만 도시' 린츠를 적시다

  • 린츠(오스트리아)=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9.19 01:48

[오스트리아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

18일 개막, 한국 주빈국으로 선정
수원시향·손열음·이명주 등 올라… 통영국제음악제 소개 전시회도
부흐빈더, 피아노와 지휘 동시에… 빈필과 함께한 전야제 전 석 매진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 사진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
지난 15일 오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 대극장.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이로 걸어나와 연미복을 뒤로 젖히며 피아노 앞에 앉은 이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0·사진)였다. 베토벤 전문가로 이름난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베토벤이 남긴 피아노협주곡 다섯 곡 중 세 곡(2·3·4번)을 두 손으로 지휘했다. 그러다 피아노가 연주해야 하는 부분에선 직접 건반을 쳤다. 협주곡 4번이 특히 인상 깊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하며 균형을 이뤄나가는, 우아한 '밀당'이었다. 피아노가 홀로 연주할 때면 오케스트라는 가만히 멈춰 지휘자를 응시했다. 마지막 악장에서 '지휘하는 피아니스트'가 눈부신 기교를 발산하며 내달리는 대목에선 연륜이 느껴졌다.

빈에서 고속철로 1시간 10분이면 닿는 린츠는 모차르트가 1782년 교향곡 '린츠'를 공연하고 베토벤이 여덟 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곳이자 올해 타계 120주년을 맞은 작곡가 요제프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태어나고 묻힌 음악 도시다. 이곳 대성당에서 12년간 오르간 연주자로 봉직했고 이후 방대한 교향곡을 다수 남긴 브루크너를 기려 1974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이 열린다. 18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이날 전야제를 장식한 빈필과 부흐빈더는 전 석(1450석) 매진을 기록하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다음 달 29일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올해 주빈국은 한국이다. 우리 음악인 400여 명이 린츠의 밤을 수놓는다. 지난 16일 소프라노 이명주는 전야제 하이라이트인 오페라 '팔스타프'에서 주인공 알리체 포드 역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18일 개막 공연을 책임진 KBS 교향악단은 요엘 레비의 지휘봉 아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협연 손열음)과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지난 15일 오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 대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왼손으로 피아노를 짚고 있는 사람)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연주를 마치고 청중들의 박수에 답례하고 있다. 이날 연주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음악 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2016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의 시작을 뜨겁게 알렸다.
지난 15일 오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 대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왼손으로 피아노를 짚고 있는 사람)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연주를 마치고 청중들의 박수에 답례하고 있다. 이날 연주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음악 팬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2016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의 시작을 뜨겁게 알렸다.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

19일 수원시향(지휘 김대진·바이올린 파비올라 김)에 이어 25일 피아니스트 김원과 국립합창단(음악감독 구천), 다음 달 10일 울산시립무용단(감독 임상덕)까지 한국 연주자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다음 달 7일 정명훈이 지휘하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말러 교향곡 5번과 슈만 피아노협주곡(협연 언드라시 슈치프) 연주는 이번 축제의 백미다. 초록빛 도나우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브루크너하우스 로비에선 지난해 말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로 선정된 통영시가 통영의 자랑인 통영국제음악제와 작곡가 윤이상, 전혁림 화백, 시인 김춘수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음악회와 오페라, 무용 공연이 한 달 내내 펼쳐지는 낭만 도시이지만 린츠 곳곳엔 히틀러가 남긴 역사의 흔적도 또렷이 남아 있다. 중앙 광장에는 그가 세운 건물이 여전히 서 있고, 생가도 보존돼 있다.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도시가 최신식 음악당과 오페라하우스를 보유하고 전 세계 음악가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건 유명 철강 회사 푀스트알피네가 후원을 아끼지 않아서다. 이 회사 또한 2차대전 당시 군수물자가 절실했던 히틀러가 세웠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뒤로 한 채, 유럽의 문화 수도를 겨냥한 린츠의 변신은 이어지고 있다. 브루크너 축제 홈페이지 www.brucknerfest.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