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 청중의 정성도 필요하다

  • 뉴시스

입력 : 2016.09.02 09:43

'악장 사이의 기침 연쇄 반응에 대한 실증적 연구'

논문으로 나올 법하다. 좀 더 클래식한 제목을 붙인다면 '클래식음악 공연을 관람하는 청중을 위한 안내서' 정도쯤 되려나.

지난달 29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내한공연.

악장마다 객석에선 기침이 몰아치듯 터져나왔다. 생리현상의 일종인데 어쩔 도리 없는 것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심했다. 그나마 연주중에 터지는 기침보다는 낫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훌륭한 가수는 숨소리도 관객을 감동시킨다는데.
악장 사이의 침묵도 연주의 부분이다.

공연장의 기침은 워낙 오래된 고민거리이다보니 새롭지는 않다. 한 때 사탕을 준비할 정도로 해법찾기에 골몰한 적도 있지만 사탕껍질을 벗길 때 나는 바스락 소리가 더 큰 소음이어서 불발됐다.

이날 연주에서는 기침뿐 아니라 스마트폰 플래시도 한몫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의 국제무대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에선 더 심한 '관객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중년의 남성이 동행한 여성에게 끊임없이 '맨스 플레인'(mansplain·남자+설명하다의 합성 신조어)을 펼친 것.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조수미가 전해준 '신의 목소리' 잔향 대신 그 남자의 걸쭉한 목소리를 음미해야 했다.

'관객 자격' 또는 '관람 자격'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주제다.
훌륭한 공연은 연주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숨죽여 지켜보는 청중들의 정성도 가세해야 한다.

오롯이 연주와 공연에 흠뻑 빠지고 싶은 관객들에게 '퍼포먼스 관객'은 직접 대거리하지 못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대상이다.

클래식 공연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남은 가을동안 '문화는 공유하는 것'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클래식을 찾는 모든 청중들에게 올바로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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