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 vs 순수함… 닮은 듯 다른 두 '올페'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9.01 01:02

23일 막오르는 창극 '오르페오전' 두 남성 주역 유태평양·김준수

유 "첫 창극 주연 연기 기대돼"
김 "국악계의 아이돌? 쑥스러워"

"왜 캐스팅 표를 공개하지 않는 거예요?"

오는 23일 새 창극 '오르페오전(傳)'(극본·연출 이소영)을 개막하는 국립창극단엔 며칠 전부터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가장 젊은 남성 단원 김준수(25)와 유태평양(24)이 주인공 역으로 더블캐스팅됐기 때문. 두 사람 모두 최근 들어 팬층(層)이 두꺼워진 스타다. 극단 측은 부랴부랴 날짜별 스케줄을 공지해야 했다. '창극도 뮤지컬처럼 스타 배우를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악계의 아이돌'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쑥스러워 죽겠어요." 22세 나이로 국립창극단에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운 김준수는 처음부터 '이몽룡 역할'을 염두에 두고 뽑혔을 만큼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다른 춘향' '춘향이 온다'의 이몽룡 역에서부터 '메디아'의 이아손 역, '배비장전'의 배비장 역 등 다채로운 역할을 맡아 뛰어난 창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가 노련해 관객이 실제 나이를 알고 놀랄 정도다.

"창극은 감정 연기를 다채롭게 해볼 수 있어 무척 기대됩니다." 유태평양은 여섯 살 때 '흥부가'를 완창해 이름을 떨쳤던 '국악 신동'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프리카 타악을 배우겠다'며 돌연 유학을 떠난 학구파이기도 하다. 올해 1월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뒤 완창 판소리 공연을 한 차례 했고 '배비장전'의 단역을 맡았지만 창극 주연은 처음이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극 ‘오르페오전’에서 주연(더블캐스팅)을 맡은 김준수(오른쪽)와 유태평양은 “젊은 창극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극 ‘오르페오전’에서 주연(더블캐스팅)을 맡은 김준수(오른쪽)와 유태평양은 “젊은 창극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두 사람이 주연을 맡은 '오르페오전'은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소재 삼아 오페라 형식으로 만든 창극이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주인공이 약속을 어기고 뒤를 돌아본다는 등 우리 전통 설화와도 통하는 곳이 많다. "오르페우스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 '올페'로 나와요. 저희 또래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보여주죠."(유태평양) "굉장히 지고지순한 순정남 역할인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 우리 창극엔 이런 남자 캐릭터가 없더라고요."(김준수)

8월 한 달 내내 주말도 없이 하루 12시간 연습에 열중했다는 두 사람은 고향이 전라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번은 전북 정읍 출신 유태평양이 연습에 몰두하는 도중 전남 강진 출신 김준수가 그만 큭큭 웃어버린 적이 있었다. "여주인공 애울(이소연)이 죽어 올페가 울부짖는 심각한 장면인데요, '어디로 갔나'를 자기도 모르게 전라도 억양으로 '으디로 갔나'라고 하는 거예요." 시김새(소리를 하는 방법이나 상태)는 판소리 식으로 하지만 대사는 현대 언어로 해야 하는 것도 두 사람에겐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둘은 상대방 목소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평양이는 눈 감고 들어보면 70대 할아버지로 착각할 만큼 소리가 농익었어요."(김준수) "준수형한테는 어느 장르에서나 어울리는 다채로운 목소리가 있어요."(유태평양) 김준수는 순수하고 애절한 올페, 유태평양은 남성적이고 선 굵은 올페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창극 '오르페오전' 23~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