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의 '현란함' vs 노부스콰르텟 & 손열음의 '쇼맨십'

  • 뉴시스

입력 : 2016.08.29 14:29

지난 주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굵직한 두 개의 무대가 수를 놓았다. 국제무대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소프라노 조수미(54)의 기념 콘서트 ‘라 프리마돈나’, 블루칩으로 통하는 젊은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과 걸출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노부스 콰르텟 위드 손열음 - 쇼스타코비치’. 성악의 거장 목소리는 세월의 흔적을 비껴갔으며, 기악의 젊은 거장들은 찬란한 미래를 예고했다.

◇조수미의 종합선물세트

28일 오후 열린 ‘라 프리마돈나’는 조수미가 2시간 동안 2500여 청중에게 선물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어낸 순간이었다. 첫 곡부터 현란했다. 비숍의 오페라 ‘실수연발’ 중 ‘보라 저 다정한 종달새’에서는 아름다운 기교로 마치 공연장에 종달새가 날아다니는 듯했다. 이후 고혹(오페라 ‘바야제트’ 중 ‘나는 멸시받는 아내라오’), 싱그러움(로시니 ‘알프스의 양치기 소녀’), 우아함(라벨의 ‘하바네라 풍의 성악 연습곡’)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1막의 절정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질다의 ‘그리운 이름이여’. 조수미은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질다 역으로 데뷔했다.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한 맑은 음성에 그녀의 노련함까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질다가 마지막 고음을 내리 뽑는 부분 뒤에서 미성에는 한 치의 티끌도 없었다. 이 곡을 마친 뒤 숨이 차듯 연기하는 그녀의 쇼맨십까지 더해지니 성악을 즐기는 기쁨이 늘어날 수밖에. 2부 첫곡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가곡 ‘꽃 구름 속에’ ‘가고파’를 부를 때는 개량 한복 원피스를 입고 나와 감탄을 산 그녀는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중 ‘당신의 상냥한 목소리’로 또 정점을 찍었다. 성악 기교의 최대치를 위해 오케스트라의 비중을 줄인 이 작품은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보석으로 평가 받는데 조수미는 기술과 표현력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줬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소프라노인 조수미는 이 때문에 종종 실력이 가려져 있는데, 이날 그녀는 대중성과 실력을 함께 잡고 있는 성악가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유스’의 주제가 ‘심플송’이 앙코르 첫 곡이었다. 데뷔 20주년이던 2006년 4월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의 독창회 때문에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못한 그녀가 이후 고이을 기리며 부르는,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아버지’가 앙코르 마지막곡이었다. 이 곡 직전 그녀는 “오늘 같이 중요한 날 이 곡을 부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노부스 콰르텟 & 손열음의 진화

‘젊은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만큼 부담감이 따른다. 한국 클래식 기악계의 미래로 통하는 노부스 콰르텟과 손열음은 그 무게감을 잘 이겨내고 있다.

수많은 콩쿠르에서 한국 현악사중주단의 첫 기록을 내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정밀한 연주가 장점이다. 올해 결성 9년차로 호흡이 날마다 벼려지고 있다.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들려준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총 15개의 현악사중주 작품 중 6번과 8번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는 기존 이들의 연주 스타일 색깔과 다르다. 쇼스타코비치의 내적 고민을 담은 만큼, 세밀한 진중함보다 약간은 거친 에너지와 기괴한 사운드를 내야 한다.

특히 8번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에서 이런 특징이 도드라지는데, 노부스 콰르텟 멤버들은 다채로운 에너지를 자랑했다. 점차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쇼스타코비치의 단 한 곡뿐인 피아노 오중주 협연자로 나선 손열음은 역시 명료했다. 지적인 그녀는 철학적인 정서와 논리적 구성을 띤 이 작품의 협연자로서는 최적이었다. 평소 서로를 존경한 만큼 세밀한 노부스 콰르텟의 호흡에 척척 맞아 들어갔다.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힘입어, 그 유명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왈츠를 시작으로 앙코르는 무려 5곡이었다. 노부스 콰르텟 비올리스트 이승원은 감춰둔 피아노 연주 실력도 뽐냈다. 손열음과 함께 가브릴린의 네 손을 위한 ‘타란텔라’를 연주한 것이다. 쇼스타코비치 폴카 등으로 이어진 앙코르의 열기는 로비로 이어졌다. 오후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사인회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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