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이 합 맞추는건 기적을 만드는 것" 임헌정 지휘 땀 '뻘뻘'

  • 뉴시스

입력 : 2016.08.25 11:39

■말러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 리허설
오케스트라~합창단 등 천명 동시 공연
25일, 27일 롯데콘서트홀서 팡파르
"더 크게. '글로리아'라고 할 때 자음 발성이 먼저 나와야지, 모음 발성이 제 시간에 떨어집니다."

클래식 전용홀에서 진행되는 리허설에서 드물게 마이크로폰을 찬 지휘자 임헌정(63·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이 객석 2층의 어린이 합창단을 향해 큰 목소리로 주문했다.

"1000명이 합을 맞추는 건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죠.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24일 오후 냉방이 잘 되는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1000명의 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임 지휘자는 연신 땀을 흘렸다. "아, 소리를 내봐요. 아니지. '아, 으'라고 들리는데, 1000명이 다 같이 마음을 모아봅시다. 좋아요. 바로 그거예요"라며 연신 격려와 힘을 불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임 지휘자는 25일,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8번, 즉 '천인 교향곡'을 지휘한다. 임 지휘자를 비롯해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141명, 합창단 850명 등 총 1000명이 출연한다. 별칭에 걸맞는 규모다. 1978년 국립교향악단이 이 곡을 초연한 이래 국내 공연에선 그간 500명이 최대였다.

1910년 독일 뮌헨 초연 당시 1030명이 출연했는데 이후 세계에서 이런 규모의 인원이 모인 건 드문 경우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이미 음향 좋기로 검증을 받은 롯데콘서트홀에서 웅장한 현악기·관악기 선율에 850명 합창 소리가 더해지자 소리가 마치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듯했다. 이 인원이 무대 위에 다 설 수 없어 무대 뒷편과 측면 일부 1, 2층 객석에 나눠 앉았는데, 전체 2036석 중 절반이 연주자로 차 있는 모습 역시 진풍경이었다.

이날 리허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임 지휘자는 "1000명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동시에 소리를 내는 것은 기적"이라며 "사람의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동기부여를 해야 잘 해야죠. 다행히 모두 잘 따라와주세요. 아까 봤듯이 '아' 소리가 맞잖아요. 하하. 힘들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생에서 한번 밖에 없을 것 같다. 후회 없는 공연을 하자'라고 계속 말하죠."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임 지휘자가 말러 8번 '천인교향곡'을 지휘하는 건 이번이 세번째. 2003년 부천 필, 2006년 그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주라는 건 반복하면 할수록 예전에 못 봤던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예전에 못한 것을 반성하고요. 반복하니 확실히 구조가 보이더라고요. 제가 강조하는 건 순간의 예쁜 소리가 아닌, '아름다운 구조'를 찾는 거예요. 큰 건축물을 만들듯이 말이죠. 세 번째 하니가 뚜렷하게 보여요. 전체를 하나로 어떻게 엮을까 말이죠."

말러는 교향곡 8번을 만든 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교향곡은 서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임 지휘자는 "말러 8번은 일명 사랑의 심포니"라고 해석했다.

문학적 텍스트가 똬리를 튼 칸타타적 심포니인 '천인교향곡'은 대규모 합창단이 라틴어 성가와 괴테의 '파우스트'가 결합된 텍스트로 노래한다.

"1부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2부인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사랑이 나오고. 성모가 승천하면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비한 소리. 결국 말러 8번의 주제는 사랑을 통한 구원이에요."

결국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요즘 같이 알파고가 사람을 이기고, 정보의 홍수 시대에 인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죠. 1000명이 함께 하는 건 솔직히 힘들죠. 하지만 마지막에 '신비의 합창' 들으셨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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