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23 00:47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개관이래 처음으로 全館 활용해 소장품·자료 560여점 선보여
작품 뒷면이나 숨은 배경도 공개
상설전 없이 한번에 보여주려다 강약조절 실패하며 전시 어수선
1980년대 초반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문화계에선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이 국제적인 문화 행사를 어떻게 치르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부랴부랴 덕수궁 석조전에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을 신축·이전하기로 했다. 문화 강국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선 일단 커야 했다. 1986년 청계산 자락 1만평 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들어선 배경이다.
과천관이 개관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탄생엔 달갑잖은 정치적 계산이 있었지만 과천관은 그간 한국 미술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술관의 생명이랄 수 있는 작품 소장의 체계적 틀이 만들어졌다. 전체 소장품 7840여점 중 74%에 해당하는 5834점이 과천관이 생긴 뒤 수집됐다. 국립미술관 소장품은 세금으로 구입한다. 즉, 작품의 주인이 국민이란 얘기다.
지난 19일 개막한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전은 명쾌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소장품의 주인인 국민에게 최대한의 소장품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과천관은 4~5년 전부터 상설전 없이 기획전으로 전시를 돌리고 있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가면 모네·마네를 만나고, MoMA(뉴욕현대미술관)에 가면 앤디 워홀·잭슨 폴락을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그 나라 대표 미술을 상시로 보여줘야 하는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3년 전 개관한 서울관의 연간 관람객 수(110만명)는 과천관 관람객 수(70만명)를 앞질렀다.
과천관이 개관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탄생엔 달갑잖은 정치적 계산이 있었지만 과천관은 그간 한국 미술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술관의 생명이랄 수 있는 작품 소장의 체계적 틀이 만들어졌다. 전체 소장품 7840여점 중 74%에 해당하는 5834점이 과천관이 생긴 뒤 수집됐다. 국립미술관 소장품은 세금으로 구입한다. 즉, 작품의 주인이 국민이란 얘기다.
지난 19일 개막한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전은 명쾌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소장품의 주인인 국민에게 최대한의 소장품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과천관은 4~5년 전부터 상설전 없이 기획전으로 전시를 돌리고 있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가면 모네·마네를 만나고, MoMA(뉴욕현대미술관)에 가면 앤디 워홀·잭슨 폴락을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그 나라 대표 미술을 상시로 보여줘야 하는 국립미술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3년 전 개관한 서울관의 연간 관람객 수(110만명)는 과천관 관람객 수(70만명)를 앞질렀다.

이번 특별전은 과천관의 절치부심을 보여준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8개 전시실과 중앙홀, 회랑 등 전관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소장품과 자료 560여점을 한꺼번에 전시했다. 학예사들조차 "처음 보는 작품이 대부분"이랄 정도로 수장고에서 수십년 잠자고 있던 작품들이 오래간만에 전시장에 걸렸다. 2008년 구입 절차와 가격이 문제돼 김윤수 당시 관장이 물러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박수근, 백남준, 박서보부터 이불, 양혜규까지, 뒤샹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예술의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설치미술가 이승택은 과천관의 상징인 백남준의 TV탑 '다다익선'을 밧줄('떫은 밧줄')로 휘감아 시공간을 초월한 협업을 보여준다. 건물의 중앙홀에 우주선처럼 떠 있는 이불의 설치작품 '취약할 의향'은 각 전시실을 이어주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박수근, 백남준, 박서보부터 이불, 양혜규까지, 뒤샹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예술의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설치미술가 이승택은 과천관의 상징인 백남준의 TV탑 '다다익선'을 밧줄('떫은 밧줄')로 휘감아 시공간을 초월한 협업을 보여준다. 건물의 중앙홀에 우주선처럼 떠 있는 이불의 설치작품 '취약할 의향'은 각 전시실을 이어주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한 번에 보려다간 급체할 것 같다. 몇 번 나눠 감상하기를 권한다. 특히 1층 원형 전시실의 '관계'전과 2층 전시실의 '이면'전은 기획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전시다. '관계'전엔 채용신의 초상화와 육명심의 인물 사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콜라주 작품 '레일이 있는 그랜드 캐니언 남쪽 끝'과 황인기의 '몽유―몽유' 등 소장품 16쌍이 짝을 이뤄 전시됐다. 관객이 디지털 기기에 나름의 감상평을 입력하면 즉석에서 영수증 출력기로 프린트된다. '이면'전에선 평소 보기 어려운 작품 뒷면이나 숨은 배경이 공개된다. 박서보의 단색화 뒷면엔 화가가 자필로 쓴 전시 이력이 꼼꼼히 적혀 있고, 오지호의 유화 '풍경' 뒷면엔 작품 아래 숨어 있는 여인 누드 상을 엑스선 촬영한 이미지가 붙어 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의미 있는 작품이 많지만 어수선한 기획에 묻힌 게 아쉽다. 많은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전시 전체를 짓눌러 강약 조절에 실패한 듯하다. 1, 2, 3층의 주제를 '해석' '순환' '발견'으로 나누고 각각의 전시실을 또다시 세분화했지만, 이 카테고리가 되레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아쉽다. 내년 2월 12일까지. (02)2188-6000
하나하나 뜯어보면 의미 있는 작품이 많지만 어수선한 기획에 묻힌 게 아쉽다. 많은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전시 전체를 짓눌러 강약 조절에 실패한 듯하다. 1, 2, 3층의 주제를 '해석' '순환' '발견'으로 나누고 각각의 전시실을 또다시 세분화했지만, 이 카테고리가 되레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아쉽다. 내년 2월 12일까지.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