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바이올리스트 레이 첸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다"

  • 뉴시스

입력 : 2016.08.17 16:33

"나와 관련되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티스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만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27)은 17일 e-메일 인터뷰에서 '차세대 연주자'라는 수식에 대한 부담이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내가 누구인지 관객들과 공유하기를 원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다는 평을 받으며 가장 핫한 연주자로 급부상한 레이 첸이 팬들과 소통에 적극적인 이유다. 그는 특히 온라인으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온라인 음악 배급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의 팔로워가 100만명이 넘는다. "프리 콘서트 토크,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하고 힘 있는 소셜 미디어라는 내가 가진 도구로 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마음이다.

레이 첸은 메뉴인 콩쿠르(2008)에 이어 세계 3대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9)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리사이틀과 협연을 펼치며 오늘날 가장 강력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로 급부상했다.

9월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다. 2010년 서울 바로크 합주단 특별 정기 연주회, 지난해 첫 단독 리사이틀에 이은 세 번째 공연이다. 지휘자 김대진이 이끄는 수원시향과 협연한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Op.26'을 협연한다. 11세 때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으로 배웠다는 그는 "이 곡은 수년에 걸쳐 나와 함께 발전하고 성장한 아주 매력적인 곡이었다"고 돌아봤다. "작은 콘서트에서부터 큰 이벤트까지 매번 이 곡을 연주했고, 기량의 부족을 느낌과 동시에 제가 지속해서 지니고자 노력하는 에너지 넘치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브람스는 17세가 됐을 때 배웠다. "당시 처음으로 이 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한 후 기념할만한 업적이라고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고 뿌듯해했다. "이 곡은 매우 거대하고 장대해서 연주 후에 당신은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엄청난 곡이군!'"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짧게 대답하자면 '듣기'라고 했다. 매번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할 때마다 '나는 솔리스트니 나를 따라와라'라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이 마치 콰르텟인 것처럼 모두가 서로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신이 먼저 그들을 믿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뮤지션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음악협회 후원으로 1715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요하임'을 사용하고 있다. 헝가리 출신의 당대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1831~1907)이 소장했던 악기다. 요아힘은 브람스, 브루흐, 슈만 등의 작곡가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별한 악기는 제가 지금껏 연주했던 악기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악기를 연주할 때마다 이 악기를 거쳐 간 모든 세대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떠오르게 하며 저를 겸손하게 하고 영감을 준다."

또 이 바이올린은 마치 레이싱 차 같다고 했다. 만지고 누르는 순간 매우 극도로 세심하고, 즉각적으로 의도한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매우 황홀하고 신나며 아주 거대한 힘을 느끼게 한다. 이 바이올린 뒷면의 패턴은 마치 호랑이와 같은데 이 악기 역시 확실히 큰 야생의 고양이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부연했다.

젊은 감각의 연주자답게 최근 전통적인 CD 녹음보다는 라이브 비디오 녹화와 같은 일에 더 흥미를 쏟고 있다고 귀띔했다. "컴퓨터에는 더 이상 CD드라이브가 존재하지 않고,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돼 가고 있다. 또 만약 지금 협주곡을 녹음한다면 5~10년보다 더 나은 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최신의 것들이 익숙한 관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나는 여전히 젊다."

그런 그에게도 이전 내한에서 경험한 한국 청중은 "젊고, 쿨하고, 힙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고 만족해했다. "내게 한국은 세계 중 클래식 음악, 그리고 청중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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