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온 정명훈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연주 잘 될 것"

  • 뉴시스

입력 : 2016.08.10 16:11

항공료 횡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정명훈(63)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예정된 국내 행보를 시작했다.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첫 리허설인 1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음악가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좋은 연주를 맡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횡령 혐의 의혹 건으로 국내에서 경찰 조사 등을 받았던 정 전 감독은 이후 콘서트 일정 등으로 약 3주 간 해외에 머물렀다 이날 오전 귀국했다.

8개월 만에 서울시향 지휘봉을 들게 된 그는 밝은 모습으로 여유를 가지고 "오랜만에 (단원들을) 보니까 반갑다. 연주는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롯데콘서트홀에 대해서는 "국민이 기다렸던, 음악가들이 기다렸던 콘서트홀"이라며 "(클래식음악계에) 필요했었고 (개관 공연 지휘를) 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항공료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물음에는 "오늘은 연습하러 왔다. 연주를 준비하러 왔다"며 "(서울시향을 위해 지휘한 지) 10년이 됐는데 어떤 사람들은 (서울시향과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마이 라이프 이스 뮤직'(내 삶은 음악). 댓츠 올, 즉 그것밖에 없다"며 답하며 말을 아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정 전 감독의 항공료 횡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일부에서 부풀린 클래식음악 거장으로서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혹을 털게 된 셈이다.

음악 외적인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만큼 집중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감독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직후 변호사를 통해 "근거도 없는 의혹제기의 방법으로 공격을 당함으로써 엄청난 피해(damage)를 입게 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19일 잠실 롯데콘서트홀 개관 무대인 서울시향 공연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음악 역량을 뽐낸다. 정 감독과 서울시향이 호흡을 맞추는 건 약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향 송년 대표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후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10년 만에 내려놓았다.

이날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의 세계 초연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을 선보인다.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 오르간이 포함된 대 편성 관현악곡이다.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롯데콘서트홀이 공동 위촉했다.

첫 곡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a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인 레퍼토리는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이다. 이 홀에 설치된 리거(Rieger)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진면목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설이 녹음,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정 전 감독은 11, 12, 13일 두 차례씩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한다. 16~18일에는 롯데콘서트홀 공연장에서 리허설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명훈 전 감독, 향후 국내 일정은.

정 전 감독의 올해 하반기 국내 일정은 빼곡하다.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이후 같은 달 29·31일에는 1988년 내한 이후 처음 한국을 찾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내한을 이끈다. 역시 롯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하나다.

11월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기획 크레디아)의 내한공연 지휘봉을 든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선보인다. 올해로 174년을 맞는 악단으로 정 전 감독은 1995년부터 이 악단과 인연을 맺어왔다.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 재임 당시 오케스트라를 조련하기 위해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의 장기가 세계 최고 악단과 만나 어떤 빛을 발할 지 하반기 최대 기대 공연 중 하나다.

◇서울시향 분위기는?

서울시향 단원들은 정 전 감독과 8개월 만에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정 전 감독의 서울시향 마지막 공연 당시 무대 위에서 눈물을 쉴 새 없이 닦아내던 단원들이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사무국 직원들 역시, 정 전 감독의 지휘가 서울시향에 새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는 "정 전 감독은 서울시향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가 없는 동안 단원들, 사무국 직원들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롯데콘서트홀 무대는 반등의 기회"라고 기대했다.

정 전 감독 역시 외부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항공료 횡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직후 변호사를 통해 "저는 그동안 서울시향에 발생한 모든 피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앞으로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서울시향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2월 정 전 감독에게 항공료가 부적절하게 지급됐다며 그를 고발했다. 경찰은 하지만 정 전 감독 등의 출입국 자료와 요금 청구 내역 등을 확인했지만 이중·허위 청구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무자가 취소된 항공권 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은 실무자가 내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와 별개로 정 전 감독은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에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감독은 박 전 대표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이 2014년 말 박 전 대표이사가 폭언과 성추행, 인사전횡 등을 일삼았다며 호소문을 내고 퇴진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 감독은 지난달 검찰 출석 당시 "17명이 다 같이 뜻을 모아 하는 말을 거짓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신뢰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에 관한 진실은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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