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9 09:56

"딸에게 뱃사람을 '만나볼래?'라고 소개시켜주는 장면이잖아요. (그렇게 강하게 하면) 안 좋은 아빠처럼 보여요. 발음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8일 오후 서울 혜화동 JCC 콘서트홀에서 열린 '성악 마스터 클래스'에서 베이스 연광철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지적에 베이스 추연구의 음색이 한껏 부드러워졌다.
추연구는 이날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달란트의 아리아 '딸이여, 이 낯선 분을 환영해 다오'를 연광철 앞에서 시연했다.
고래잡이 어선의 선장 '달란트'가 자신의 딸에게 네덜란드인인 '홀랜더'를 소개시켜주려는 장면. 달란트는 '바그너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단골손님인 연광철의 주요 레퍼토리다.
다소 경직됐던 추연구의 초반 음색이 유연해진건 연광철의 지적때문이다. 베이스 전 테너 파트를 거친 그에게 "지금 베이스라고 모든 음을 베이스 색깔로 낼 필요가 없다"는 한마디는 '신의 한수'였다.
오는 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총 10명을 지도하는 이번 레슨은 연광철이 재능문화재단과 함께 손잡고 국내에서 처음 여는 마스터 클래스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그가 한국 성악가 유망주를 직접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문화계 잇따르는 마스터클래스
마스터클래스는 특히 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일컫는다. 올해 여름 국내에는 연광철뿐 아니라 유명 예술가들이 대거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역시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은 지난달 18~19일 국내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쾰른 오페라 극장의 젊은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에 참여할 성악가를 뽑는 자리였다.
지난해 초 사무엘 윤이 국내에서 첫 번째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당시 연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바리톤 최인식 뽑혔는데 그가 현지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으면서 앞당겨 열었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선 테너 김영우가 뽑혔다.
클래식음악계 외에 발레계에서도 굵직한 무용수가 발레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인 서희다. 지난달 22~24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 한국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의 첫 한국 예선이다. 국제적인 발레 유망주를 발굴해온 대회로 유명하다.
연극계 마스터 클래스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원작 '날 보러와요'를 집필한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이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25일 오후 3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친다.
◇마스터클래스 열풍 왜 이 지금?
마스터클래스가 지금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어렵게 세계무대의 정상에 오른 예술가들이 후배들에게 좀 더 수월한 길을 제시하고픈 마음 때문이다.
연광철, 사무엘 윤, 서희 등 하나같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예술가들이 세계 공연 흐름을 가장 알고 있을 때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더해진 것이다. 이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여년 전, 한국 예술가들의 활약이 전무할 때부터 현지 진출을 의해 애썼고, 결과물을 일궈냈다.
연광철은 "현재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많지 않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데 좋은 조언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서희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현역에서 세계 발레 흐름을 가장 잘 알 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광림 역시 국내 무대에 한정됐지만 현재진행형인 작가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그의 작품인 연극 '날보러와요'는 상반기 기념 공연에 이어 하반기 무대도 예정됐다.
◇마스터클래스의 이점과 기대 효과
단순히 실력만을 위한 해외 진출이라면 콩쿠르가 낫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는 다양한 요인이 따른다. 노래와 춤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예기다. 사무엘 윤은 "마스터클래스는 실력뿐 아니라 개성, 인성을 보기 위한 통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매년 많은 클래식 음악 전공생들이 매해 적지 않은 참가비를 부담하며 해외 마스터 클래스나 캠프에 참여해왔다.
공연기획사 JR 오디세이와 봄아트프로젝트가 16~20일 제주 씨스테이호텔&스파에서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바이올리니스트 강 별·아벨 콰르텟·트리오 제이드가 강사로 나서는 '제1회 제주 국제 실내악 캠프'(JICC)를 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숨어 있는 진주 발굴의 의미도 있다. 연광철의 성악 마스터 클래스는 학연이나 지연 등의 제한 없이 지원받았다. 대신 사유와 목표, 비전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연광철은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 등의 생각은 빨리 잊어야 한다"며 "외국에서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자책하게 되죠. 성악은 그 사람의 음성과 재능에 맞게 노력을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보는 성악가는 '어느 대학을 나왔나' '어느 코스를 밟았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예술가들 스스로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희는 발레를 하는 학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얼마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했는지 떠오르죠. 그때는 성공에 대한 생각조차 없잖아요. 순수하게 발레를 사랑했죠. 아이들 덕분에 제가 발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혜화동 JCC 콘서트홀에서 열린 '성악 마스터 클래스'에서 베이스 연광철의 날카롭지만 따뜻한 지적에 베이스 추연구의 음색이 한껏 부드러워졌다.
추연구는 이날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달란트의 아리아 '딸이여, 이 낯선 분을 환영해 다오'를 연광철 앞에서 시연했다.
고래잡이 어선의 선장 '달란트'가 자신의 딸에게 네덜란드인인 '홀랜더'를 소개시켜주려는 장면. 달란트는 '바그너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단골손님인 연광철의 주요 레퍼토리다.
다소 경직됐던 추연구의 초반 음색이 유연해진건 연광철의 지적때문이다. 베이스 전 테너 파트를 거친 그에게 "지금 베이스라고 모든 음을 베이스 색깔로 낼 필요가 없다"는 한마디는 '신의 한수'였다.
오는 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총 10명을 지도하는 이번 레슨은 연광철이 재능문화재단과 함께 손잡고 국내에서 처음 여는 마스터 클래스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그가 한국 성악가 유망주를 직접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문화계 잇따르는 마스터클래스
마스터클래스는 특히 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일컫는다. 올해 여름 국내에는 연광철뿐 아니라 유명 예술가들이 대거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역시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은 지난달 18~19일 국내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쾰른 오페라 극장의 젊은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에 참여할 성악가를 뽑는 자리였다.
지난해 초 사무엘 윤이 국내에서 첫 번째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당시 연세대 성악과에 재학 중이던 바리톤 최인식 뽑혔는데 그가 현지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으면서 앞당겨 열었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선 테너 김영우가 뽑혔다.
클래식음악계 외에 발레계에서도 굵직한 무용수가 발레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인 서희다. 지난달 22~24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 한국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의 첫 한국 예선이다. 국제적인 발레 유망주를 발굴해온 대회로 유명하다.
연극계 마스터 클래스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의 원작 '날 보러와요'를 집필한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이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25일 오후 3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친다.
◇마스터클래스 열풍 왜 이 지금?
마스터클래스가 지금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어렵게 세계무대의 정상에 오른 예술가들이 후배들에게 좀 더 수월한 길을 제시하고픈 마음 때문이다.
연광철, 사무엘 윤, 서희 등 하나같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예술가들이 세계 공연 흐름을 가장 알고 있을 때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더해진 것이다. 이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여년 전, 한국 예술가들의 활약이 전무할 때부터 현지 진출을 의해 애썼고, 결과물을 일궈냈다.
연광철은 "현재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많지 않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데 좋은 조언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서희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현역에서 세계 발레 흐름을 가장 잘 알 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광림 역시 국내 무대에 한정됐지만 현재진행형인 작가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그의 작품인 연극 '날보러와요'는 상반기 기념 공연에 이어 하반기 무대도 예정됐다.
◇마스터클래스의 이점과 기대 효과
단순히 실력만을 위한 해외 진출이라면 콩쿠르가 낫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는 다양한 요인이 따른다. 노래와 춤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예기다. 사무엘 윤은 "마스터클래스는 실력뿐 아니라 개성, 인성을 보기 위한 통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매년 많은 클래식 음악 전공생들이 매해 적지 않은 참가비를 부담하며 해외 마스터 클래스나 캠프에 참여해왔다.
공연기획사 JR 오디세이와 봄아트프로젝트가 16~20일 제주 씨스테이호텔&스파에서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바이올리니스트 강 별·아벨 콰르텟·트리오 제이드가 강사로 나서는 '제1회 제주 국제 실내악 캠프'(JICC)를 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숨어 있는 진주 발굴의 의미도 있다. 연광철의 성악 마스터 클래스는 학연이나 지연 등의 제한 없이 지원받았다. 대신 사유와 목표, 비전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연광철은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 등의 생각은 빨리 잊어야 한다"며 "외국에서 오히려 실망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자책하게 되죠. 성악은 그 사람의 음성과 재능에 맞게 노력을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보는 성악가는 '어느 대학을 나왔나' '어느 코스를 밟았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예술가들 스스로 초심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희는 발레를 하는 학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얼마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했는지 떠오르죠. 그때는 성공에 대한 생각조차 없잖아요. 순수하게 발레를 사랑했죠. 아이들 덕분에 제가 발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새삼 깨닫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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