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음악계 디바' 임선혜 "유연함이 중요하죠"

  • 뉴시스

입력 : 2016.08.01 10:27

"고(古) 음악은 유연함이 없으면 힘들어요. 지금은 오케스트라가 굳어졌지만 바로크 음악 당시에는 장식음을 만들거나 변주를 많이 했거든요."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만난 '고 음악계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40)는 "고음악이 어려운 건 낯설기 때문"이라며 "관객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임선혜는 '아시아의 종달새'로 통하며 유럽의 자존심인 고음악계 정상에 우뚝 선 드문 아시아인이다. 23세에 벨기에의 고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게에게 발탁된 뒤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해 왔다.

바흐, 헨델, 모차르트를 주요 레퍼토리로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등 고음악계 거장들과 작업했다. 주빈 메타, 리카르도 샤이, 마렉 야놉스키, 만프레드 호넥 등의 지휘로 뉴욕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피츠버그 심포니,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유연함을 뽐내고 있다. 그녀로 인해 고음악을 알아가고 있다고 증언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가스통 루르의 원작 '오페라의 유령'의 다른 버전인 뮤지컬 '팬텀'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며 호평받았다.

"자신이 노는 물에만 있으면 세상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요. 그 물을 나갔다 한번 들어오면 자신이 있던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죠. 뮤지컬 출연은 단순히 상업예술과 순수예술 차이보다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기쁨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국말로 노래하는 것도,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도 신기했고요. 무엇보다 고음악 연주회에 뮤지컬 팬분들이 오셔서 정말 감사했죠."

지난 5월 KBS 클래식FM이 에릭 사티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방송한 음악드라마 내레이션을 하기도 한 임선혜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연극은 발성 자체가 달라, 출연하게 된다면 오랜 기간을 투자해야겠죠"라고 말했다.

"외도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음악이라는 영역이 한정된 건 아니에요. 다른 영역에 있다 보면 음악을 보는 눈이 정말 달라져요.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할 수 있는 경험이죠."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로는 미국 거장 지휘자 겸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을 꼽았다. 번스타인의 대표작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오케스트라 콘서트 버전에 출연할 뻔했을 당시(작품 자체가 무산) 그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휘자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까 유쾌하면서도 해학적인 거예요. 유행가처럼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어요. 리듬도 어렵고. 잘난 체 만 하지 않은 그런 영민하고 재치 있는 음악들이 좋거든요."

4년 만에 '제13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2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총 5차례 무대에 선다. 지난 27일 개막 축사 스페셜 콘서트 무대에 오른 그녀는 이 음악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저명연주가 시리즈' 중 네 번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바로크, 고전, 후기 낭만 시대를 아우른다.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알렉상드르 바티와 바흐 칸타타 중 소프라노 솔로 대표곡인 '사라져라, 슬픔의 그림자여'와 '만민이여 신을 찬양하라', 모니카 그롭·김동원·박흥우와 함께 베토벤의 대작인 'C 장조 미사, op. 86',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베르크의 '일곱 개의 초기 가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우리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축제에요. 외국에서 호흡을 맞춰본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이런 페스티벌이 있어 좋아요."

임선혜는 이 음악제 이후 일정이 빼곡하다.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요한수난곡'을 최근 발표,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바흐의 양대 수난곡을 모두 녹음한 성악가가 된 그녀는 리코더 주자 6명과 함께 영국 바로크 작곡가 윌리엄 버드의 곡을 녹음한다.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황제)'로 통하는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주도하는 축제로 평창 대관령 음악제와 연계해 올해 처음 열리는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29일∼8월10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도 나선다. '2016 수원국제음악제'(8월 20~27일)에서는 한국 가곡들을 들려준다.

임선혜의 유연함은 공연 문화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4년 전 평창 대관령 음악제 참여 당시 고향인 철원에서 갈라 콘서트를 연 것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장기적으로 이곳에서 공연을 여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작게 체임버 음악회를 겸한 문화제를 열고 싶어요. 비무장지대(DMZ)나 노동당사 등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공간도 많죠. 외부 사람들은 이곳에서 문화 체험할 수 있고 지역 분들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낯설지 않다는 걸 조금씩 알려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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