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요정' 황세희 ① ]'180cm 거구', 보자마자 반해버렸죠

  • 뉴시스

입력 : 2016.07.20 09:44

7세때 만나 13년째 '하프'만 가슴에 꼭
"온 몸 사용 좌뇌, 우뇌 발달에 좋아…"
손 굳은살은 훈장 'USA 국제콩쿠르' 4위
21일 금호아트홀서 '하프 독주회' 개최

"외관도 화려한데 소리까지 아름다운 거예요."

하늘하늘한 외모로 '하프계 요정'으로 통하는 차세대 하피스트 황세희(20)는 높이 180㎝·무게 40㎏ 안팎의 하프를 처음 만난 일곱살 때를 떠올리며 설레했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시작했어요. 근데 흥미가 없었죠. 당시 선생님이 하프도 가르치셨는데 하프를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호호." 열살이 되면서 하프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손에 물집이 잡혀 피가 맺히고 군살이 계속 생겨도 연주하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미소지었다

. "하프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가슴에 꼭 안고 밀착해야 하죠. 연주할 때 그 진동에 전율이 일어요."

황세희가 하피스트로서 더 빛나는 건 자신의 활동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하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른 악기보다 품이 많이 드는 하프 콩쿠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에 입학했으나 좀 더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해 홈스쿨링도 택했다.

"너무 크고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 콩쿠르에 자기 악기를 가져가지 못해요. 주최 측에서 10개 정도를 준비해주는데 30분 안에 이리저리 튕기며 골라야 하죠. 규격 등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하프를 찾기 힘들죠."

심리적 압박감도 상당하지만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하프에 더 관심을 쏠리고 대중화가 될거라 믿는다"고 웃었다.

2014년 프랑스 하프 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은 황세희는 지난달 하프 콩쿠르 중 가장 권위가 있는 대회로 통하는 'USA 국제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3년 주기인 이 콩쿠르로 2019년에도 나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한 살 터울인 언니 황세영도 하피스트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하프를 시작했다. "서로 소리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가족이다 보니 무엇이 부족한 지 가감 없이 조언도 해주고. 언니랑 같이 하프를 연주해서 너무 든든해요."

두 자매는 2011년 스승인 하피스트 곽정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하피데이 앙상블'에 입단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하프 앙상블로 최근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호평 받기도 했다. "하프로 낼 수 있는 소리가 생각보다 다양해요. 큰 무대에서 연주를 하며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좋은 스승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와 하프에 대한 학구열로 올해 올해 인디애나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 입학했다. 하프계의 거장 수전 맥도널드(81)를 사사하고 있다.

USA 국제 하프 콩쿠르를 창설한 인물로 곽정의 스승이기도 하다. 황세희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하피스트 겸 작곡가 앙드레 르니에의 제자이기도 하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요. 하프 이론 쪽으로도요.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할 때 이론적인 바탕이 많이 도움을 될 거라 믿어요."

오직 하프 생각뿐인 황세희는 외모로 주목 받는 것도 하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하프계의 손연재'로 불릴 정도로 외모도 뛰어난데 어릴 때 발레를 배운 덕분에 몸을 쓰는 것도 우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페달을 밟는 등 하프를 연주할 때 온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프가 오른손, 왼손 뿐만 아니라 몸을 다 사용해서 좌뇌, 우뇌 발달에 좋아요.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죠."

하지만 하프를 연주하는 건 수면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발을 놀리는 백조의 우아함과 겹쳐진다. 갓 20세가 된 황세희의 손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의 울퉁불퉁한 발을 떠올리게 한다.

계속 굳은 살이 배기는데 하프 줄을 유연하게 튕기고 청아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 굳은 살을 사포 등으로 갈아내야 한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이 작업의 빈도도 많아지고 그 만큼 물집도 자주 잡힌다. "그래도 연주할 때 좋은 걸 어떡해요. 호호."

2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황세희의 하프 독주회는 그녀의 하프에 대한 사랑과 하프 독주를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하프를 위한 세 개의 에피소드를 가진 교향적 작품과 하프를 위한 명상 등 르니에의 곡과 함께 밀리 알렉세예비치 발라키레프 '종달새' 등 콩쿠르에서 의미를 갖게 해준 곡들을 들려준다. "다른 악기와는 색다른, 하프의 매력에 빠져드실 거예요.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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