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19 00:40
[1966년 재조명한 기획전 두 개]
'일하는 해 1966' 展 - 경제·사회·문화 시대상 살펴
'불도저 시장 김현옥' 展 - 당시 서울시장 김현옥에 주목
"홍 코너에 주저앉은 전(前) 챔피언 벤베누티는 힘없이 손을 가로저었다. 장내는 또 한 번 터지는 박수로 뒤범벅이 되었다. 링 위에서 김기수의 몸이 몇 번 솟구쳤다. 얼굴이 퉁퉁 부은 김기수는 울고 있었다." 1966년 6월 25일 한국 권투 사상 첫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던 순간을 조선일보는 다음 날 조간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 들어가면, 낡은 갈색 권투글러브 한 짝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한국 권투 사상 첫 세계 챔피언이었던 김기수(1939~1997) 선수가 썼던 장갑이다. 반세기 전인 1966년 6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WBA 주니어 미들급 세계 챔피언전에서 그는 당시 챔피언이었던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 선수에게 15라운드 접전 끝 판정승을 거뒀다.
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난 해, 한국 권투 사상 첫 세계 챔피언이 탄생한 해, 한국 최초의 흑백 텔레비전이 나온 해, 참고서 '수학의 정석'이 처음 출간된 해…. 모두 1966년의 풍경이다. 반세기 전인 1966년의 모습을 일상과 생활사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기획 전시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용직)의 '일하는 해 1966'(8월 28일까지)과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의 '불도저 시장 김현옥'(8월 21일까지)이다.
'일하는 해 1966'은 남북 관계와 경제개발, 베트남전과 사회 변화, 교육과 대중문화 등으로 나눠서 시대상을 살핀 것이 특징이다.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는 표어와 함께 피임법을 알리는 당시 가족계획 포스터는 저출산을 걱정하는 현시점에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불러일으킨다. 그해 8월 처음 출판된 '수학의 정석'은 5000만권 이상 팔려나가며 '국민 참고서'가 됐다. 주익종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기획전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현대사의 소소한 일상과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불도저 시장 김현옥'전(展)은 김현옥(1927~1997) 당시 서울시장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가 서울시장에 재임했던 기간은 5년(1966~1970년)에 불과했지만,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남산 1·2호 터널 공사와 강변도로 건설, 여의도 개발 등 오늘날 서울의 기본 골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역사·문화 도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는 중세 도시 한양과 식민지 시절의 경성(京城)을 오늘날의 메트로폴리탄 서울로 바꿨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