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장의 絃 끊어지자 재치있게 대응한 지휘자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7.18 01:45

서울시향 연주회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랑스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가 이끈 서울시향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할 때였다. 2악장 연주 중 객원 악장인 아모리 코이톡스의 현(絃)이 툭 끊어져 버렸다. 코이톡스는 옆자리의 부악장 웨인 린과 재빨리 악기를 바꿨다. 줄 끊어진 바이올린은 맨 뒷자리 단원에게 전달됐다. 악기를 넘겨받은 단원은 자기 바이올린을 부악장에게 전달하고, 무대 밖으로 나가 코이톡스의 현을 바꿔 끼웠다.

3악장에 돌입하려던 찰나, 밖으로 나갔던 단원이 무대로 돌아와 바이올린을 코이톡스에게 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휘자 토틀리에는 갑자기 팔을 뻗어 넙죽 악기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첼로 파트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주려는 동작을 취했다. 지휘자의 장난 어린 퍼포먼스에 객석에선 와락 웃음이 터졌다.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는 서울시향과 함께 밝고 쾌적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들려줬다.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얀 파스칼 토틀리에는 서울시향과 함께 밝고 쾌적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들려줬다. /서울시향
교향악단에선 악장이나 수석의 현이 느슨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옆사람 또는 대각선에 있는 단원의 악기를 전달받아 쓴다. 악장은 그날의 연주를 책임지는 책임자이기 때문. 지난 8일 에센바흐의 말러 교향곡 1번 연주 때에도 제1바이올린 수석의 줄이 끊어지자 옆자리 단원과 악기를 바꿔 연주했다. 협연자의 줄이 끊어질 경우에도 비슷하게 대처한다. 2009년 5월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스코트 유는 앙코르를 연주하다 악기 줄이 끊어지자 악장의 바이올린을 건네받아 연주를 마쳤다.

이날 서울시향과 협연한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백미였다. '조성진의 난(亂)'이라 불릴 만큼 티켓 오픈 때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더니 조성진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음반 140장이 순식간에 동날 만큼 청중은 환호했다. 9개월 전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같은 곡을 연주했던 조성진은 한결 자신감 붙은 템포, 탄산수가 입안에서 터지는 듯한 영롱한 소리로 갈채를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