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세계문화유산에 '아리랑' 울려 퍼지다

  • 랭스·콩피에뉴(프랑스)=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7.11 03:00

[코리안 심포니, 프랑스 '랭스 여름음악산책 페스티벌' 공연]

1500년 역사의 생 레미 수도원…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공연한 곳
"서로 말은 달라도 음악은 통해"
수도원 800석 가득 메운 청중, 기립박수로 세 번 커튼콜 이끌어

1500년 전 건립된 석조 건축물에서 특유의 서늘한 냄새가 났다. 샴페인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랭스의 생 레미 바실리크 수도원 내부는 철제 샹들리에가 고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 너머로 스며든 오후 햇살이 무대를 감쌌다.

8일 오후 8시(현지 시각), 수도원의 종(鐘)이 여덟 번 울리고 임헌정(63) 예술감독이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열었다.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오케스트라의 한·불 상호교류 130주년 기념 프랑스 투어 공연이다.

랭스는 인구 18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올해 26년째를 맞는 여름 페스티벌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만 4만여 명을 불러들인 프랑스 주요 음악축제로 꼽힌다.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등 전설적 음악가들이 참여해 무게를 키웠고, 지난 5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같은 장소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코리안 심포니는 '랭스 여름음악산책 페스티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다.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 한국 관련 문화행사가 200개 넘게 열렸지만 한국 연주단체의 클래식 공연은 드물었기에 코리안 심포니의 등장이 뜻깊었다.

프랑스 랭스 생 레미 바실리크 수도원에서 8일 열린 여름음악산책 페스티벌에서 임헌정 예술감독이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를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프랑스 랭스 생 레미 바실리크 수도원에서 8일 열린 여름음악산책 페스티벌에서 임헌정 예술감독이 이끄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를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도원의 800석이 가득 찼다. 전날인 7일 파리 북동쪽으로 70㎞ 떨어진 소도시 콩피에뉴의 임페리얼 극장 연주에 이어 코리안 심포니는 한층 정밀해진 사운드로 연주를 이어갔다. 프랑스인들에게는 낯선, 작곡가 박정규 편곡 '아리랑 연곡'이 바이올린의 활 끝에서 구슬픈 첫 음을 냈다. 관객들은 오케스트라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장단을 뽑아내며 흥겨워하자 고개를 끄떡였다. 시원스레 내뻗는 관악기와 심장을 두드리는 타악기까지 가세해 '아라~리가 났네~'로 절정에 이를 땐 박수가 쏟아졌다.

프랑스의 젊은 첼리스트 에드가 모로(22)가 함께한 슈만 첼로 협주곡은 아름다웠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모로는 나이답지 않게 진중한 선율로, 복잡한 삶을 살다간 슈만의 내면을 풀어내듯 자연스럽게 노래했다. 중간휴식 없이 연주에 돌입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는 하이라이트였다. 대리석 벽과 아치형 천장은 천연의 음향 효과를 냈다. 코리안 심포니가 이날을 위해 갈고 닦은 음색이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임 감독은 "신세계 교향곡에는 우리 민요처럼 5음 음계를 쓴 부분이 나온다"며 "19세기 후반 미국에 머물던 드보르자크가 역시 5음 음계를 사용했던 흑인 영가를 귀담아듣고 이 곡에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동서양이 말은 달라도 음악으로는 서로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지휘자와 단원들은 관객들의 집중력에 힘입어 역동적이면서도 향수(鄕愁) 가득한 사운드를 선사해 수도원을 가득 메운 청중의 기립박수와 세 차례의 커튼콜을 이끌어냈다. 앙코르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을 선사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브라보를 외쳤다. 장 필립 콜라르 축제 예술감독은 "프랑스가 한국으로부터 아주 큰 선물을 받았다.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다. 우리 축제에서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흡족해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임 감독은 성공적인 연주에 "고맙다. 단원들이 오늘을 기억하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