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전시]서울관 '뒤집어진 배'~'아프가니스탄 황금보물'

  • 뉴시스

입력 : 2016.07.08 09:51

전시장은 과거·현재·미래가 교차한다.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는 전시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림보다 미술관이 더 좋은'곳이 많다. 독특한 건물은 물론, 고즈넉하고 조용해 보기만해도 그림이 된다. 그림 천지인 미술관이지만 내가 들어가야 완성된다. 미술관의 풍경은 관람객으로 좌우된다. 이번주는 전시장을 바꾸는 풍경이 되어보면 어떨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뒤집어진 배가 미술관 마당에 설치되어 있다. 세월호를 연상케하는 폐선박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신예 건축가 발굴·전시 프로그램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2016’의 당선작인 건축가 신형철(신스랩 건축)의 ‘템플(Temp’L)’이다. 뜨거운 여름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명상 공간이자 휴식공간으로 설치됐다. 35년전에 모래운반선으로 제작됐으나 컨테이너를 싣고 나르는 화물선이었다. 예술가의 눈에 띄어 미술관으로 들어온 배는 웅장한 크기와 독창적 형태로 서울관 풍경을 바꿨다.

◇ 학고재 갤러리 = 서울관 옆 갤러리다. 중국 상흔미술 작가 궈웨이의 첫 한국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민중미술작가처럼 중국사회에 저항하는 작가다. 격렬한 붓질과 달리 그림은 우울하다. 공산주의속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중국 현시대의 복잡한 심경이 들어찼다. 현대인의 초상화같은 그림은 중국 그림같지 않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관에 있는 칼더의 무제(스위스 치즈)에 도발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조각'으로 유명한 권오상의 개인전이 펼쳐졌다. 평면같은 입체 조각인 신작 뉴스트럭쳐(New Structure) 와 릴리프(Relief) 연작 17점을 전시했다' 전시장 1층에 선보인 노란색 '치즈'는 서울관 옥상에 세워진 칼더의 '붉은색 치즈'를 차용했다. 구멍숭숭 뚫린 세개의 붉은색 치즈와 달리, 권오상의 '치즈'는 만화적인 효과를 더했다. 치즈를 파먹고 있는 쥐 한마리를 등장시켜 유쾌함을 선사한다. 강철로 만든 '칼더의 치즈'와 달리, 권오상의 '치즈'는 나무판으로 만들어 '가벼운 조각'의 진수를 전한다. 지하에 선보인 '뉴스트럭쳐'는 사진속 일상용품을 거대하게 프린트해 입체화했는데 외계공간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 교보아트스페이스= 교보문고 광화문점안에 있는 전시장이다. 책 사고 그냥 나오지 말고 꼭 들러보자.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조각상상' 전을 마련했다. 원로조각가인 전뢰진을 비롯해 권치규, 김근배, 김대성, 김봉수, 김영원, 김원근, 김주영, 김희경, 박정용, 박형오, 손선형, 송일상, 이준영, 이후창, 전덕제, 정기웅, 최은정, 전인식, 한진섭과 중국 조각가 인샤오펑 등 총 21명의 조각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만져볼수 있다. 공짜다.

◇ 한미사진미술관= 올림픽공원이 마당처럼 보이는 전시장이다. 사진작가 황규태의 1960~1970년대 초기 작업을 한눈에 볼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얼굴, 머릿결, 눈 색과 피부 색이 다른 미국사람들의 모습이 흑백영화 스틸처럼 재생됐다. 사진기자 출신으로 1960년대 후반 도미해 찍은 사진들로 황규태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블로우 업 aMeriKa' 사진전이다. 5000~ 6000원. 02-418-1315

◇ 잠실 롯데애비뉴엘 아트홀= 한미사진미술관 주변에 있다. 새로 지은 롯데백화점 6층에 문을 연 전시장으로 6일부터 윤종석 작가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짜내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수많은 점으로 만든 작품은 보기만해도 노동력이 느껴진다.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물감이 중첩된 색만 보이지만, 멀리 떨어지면 형상이 드러난다.

실제와 환영, 물질과 비물질, 회화와 조각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5cc 주사기에 넣은 다음 밀어낼 때 점이 될 수 있게 반복적으로 화면에 찍어 탄생했다. 점 작업과 함께 새롭게 시도된 선 작업도 볼수 있다. 물감 선들을 켜켜이 쌓아 두꺼운 층을 만들어 새로운 주름들을 만들어 형상을 완성한다. 오로지 그림에 살고 그림에 사는 작가의 편집증적인 제스처의 결과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 =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전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황금보물을 무료로 볼수 있는 기회다.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추정되는 테페 푸롤 지역의 황금 문화재부터 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의 틸리야 테페 유적 등 국립아프가니스탄 박물관 소장품 230여점을 선보인다.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유적이 국내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려한 황금 보물이 즐비하지만 알고보면 슬픈 전시다. 아프가니스탄 국내 정치 상황으로 2006년 파라의 기메박물관 특별전 이후 10년째 고국에 못 돌아가고 전 세계를 떠돌며 순회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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