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샛별 김희선 vs 민소정

  • 뉴시스

입력 : 2016.07.04 13:17

김희선 '헬싱키 국제발레 콩쿠르' 그랑프리
민소정 '러시아 아라베스크발레 콩쿠르' 1위
지난해 입단…선화 예·중고 선후배 사이
"콩쿠르는 벼락치기 안돼… 배운게 많아요"

"꼭 중요한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작품이든 제게 꼭 맞는 배역이 있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주인공만큼 그 주변 사람들도 중요하잖아요."(김희선)

"초등학교 때 졸업앨범을 보면 '발레리나가 꿈'이라고 적혀 있어요. 꿈을 이뤘지만 아직 열고 나갈 문이 많죠. 제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무용수가 됐으면 해요."(민소정)

국립발레단 김희선(24)·민소정(19)이 발레계 샛별로 반짝이고 있다. 김희선은 지난달 '2016 헬싱키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전체 대상인 그랑프리, 민소정은 지난 4월 러시아의 아라베스크 발레 콩쿠르에서 여자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N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콩쿠르를 통해 배운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 무용수는 직장인처럼 빠듯한 시간을 산다. 학생 자격으로 콩쿠르에 출전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발레단원으로 일과를 마친후 연습해야한다. 퇴근후 혼자만의 싸움을 견뎌야했다.

김희선은 "지난해 10월부터 연습에 돌입했었다"면서 "콩쿠르는 벼락치기가 어려워요. 발레단 정기공연이 끝난 날에도 밤에 연습을 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민소정은 이번 콩쿠르로 수많은 첫 경험을 치러냈다. "해외 콩쿠르도 처음, 파드되(2인무)도 처음이었다"고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막상 러시아에 도착하니 편안해졌다고 했다. "아무도 저를 모르잖아요. 외국 분들은 콩쿠르도 하나의 공연처럼 바라보시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이 놓이더라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콩쿠르는 혼자서 피나는 훈련을 해야하지만 '상생'이 무기다. 둘은 콩쿠르 덕분에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콩쿠르에서 파드되를 권한 신무섭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민소정), 콩쿠르의 비용적 측면을 덜어준 국립발레단 후원회(김희선)에 감사했다.

파드되에서 호흡을 맞춘 전호진(김희선), 엄진솔(민소정)의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도운 발레리노에게 "파드되는 여자 무용수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남자 파트너 덕분에 상을 받았다"고 겸손해했다.

둘 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신참들이다. 김희선은 그해 7월 연수단원을 거쳐 11월 정단원이 됐다. 앞서 같은 해 1월 입단한 민소정은 준단원이다.

선화예중·예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갔지만 다시 국립발레단에서 만나게 됐다. 김희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거쳐 이 발레단에 들어왔고 민소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이곳으로 직행했다.

파리오페라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이 발레단의 신임감독으로 임명된 오렐리 뒤퐁을 존경하는 무용수로 꼽는 등 공통점도 있지만 저만의 개성으로 발레단에서 주목 받는 신예들이다.

김희선은 일곱살때 취미로 발레를 시작했지만 점차 흥미를 갖게 되면서 무용수로 거듭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토슈즈를 신은 민소정은 엄마의 꿈을 이뤘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무용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는 발레단원이 된 딸이 부럽고 자랑스럽다.

콩쿠르에서 우승은 더 나아갈수 있는 자신감과 힘을 줬다. 민소정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할 거라는 인식을 덜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이번 콩쿠르를 계기로 '소정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말을 듣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김희선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있다. 156cm, 발레리나로서 단신이라는 핸디캡을 뛰어넘는 중이다. "그런 콤플렉스만 생각했으면 테크니션 등 한쪽으로만 치우쳤을 거예요. 예술은 발레잖아요. 기술 외에 뭔가 다른 부분이 있어야 하죠. 감정적인 무엇. 저만의 다른 특별함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발레가 세계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연습벌레'였던 강수진·문훈순·김인숙·허용순등 선배들의 덕분이다.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샛별도 따라올자 없는 '연습벌레'다. '하루만 연습을 걸러도 몸이 안다'는 민소정과 김희선의 열정이 'K-발레'를 힘차게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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