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공연 게릴라' 오세혁 "천하극단 걸판이 든든한 빽"

  • 뉴시스

입력 : 2016.06.29 09:55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35)은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통한다. 공연 게릴라로 불리는 그는 극작, 각색, 연출을 오가며 경계를 허문다. 코미디·사회극·고전부터 연극·뮤지컬·판소리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 '보도지침'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선보였거나 참여했다. 2인 창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7월21일~8월25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출을 맡아 작업 중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오세혁은 끊임없는 작업에 지치지 않냐고 하자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있어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상임 작가로 있는 극단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 힘이다.

2005년 오세혁과 배우 겸 작가 최현미 등 한양대 안산캠퍼스 풍물패 동문들이 주축이 돼 창단된 극단이다. 현재 단원은 30명. 본래 창작 마당극을 위주로 한 유랑극단이었다. 2011년부터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하며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현재도 전국을 돌며 연간 150회 가량 공연한다. '보도지침'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라흐마니노프'는 오세혁의 외부 작업이었다. 2011년 신문사 2곳의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면서 주목 받은 그는 "단원들이 극단 일을 책임져주니 외부 일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영감을 얻고 와서, 극단에 도움을 주고. 극단이 내게도 영향을 주고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걸판' 내 또 다른 창작프로젝트집단이자 뮤지컬 전문팀인 '걸판엑스(X)'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세혁은 최근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연출을 맡았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쇼케이스 형식이었다. '라흐마니노프'가 첫 뮤지컬 연출작인 셈이다.

창작 뮤지컬 전문 제작사인 HJ컬쳐가 올해 상반기 중반께 그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노래에 대한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때였어요.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명확해지잖아요. 기회다 싶었죠."

2011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한 뒤 조광화 교수의 추천으로 뮤지컬 영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본 뒤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다. 탈종교적으로 예수를 해석한, 파격적인 작품의 화법이 록 뮤지컬과 맞아떨어진 점을 높게 봤다.

"저희 극단에 박기태라는 훌륭한 작곡가가 있어요. 연말에 좋은 뮤지컬을 개발하려는 중입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극작가 김유현·작곡가 김보람이 협업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 삶을 바탕으로 한다. 1895년 발표한 '교향곡 제1번'의 평판이 좋지 않아 신경 쇠약에 걸린 뒤 창작이 힘들었던 그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흐마니노프와 그를 돕는 이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두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펼친다. 넘버의 99% 이상이 라흐마니노프 멜로디로 채워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니콜라이가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하면서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아요. 계속해서 '당신은 좋은 음악가'라는 말을 하죠. 칭찬과 격려가 그 사람을 어둠 속에서 나오게 하는 거죠. 요즘 같이 힘든 때에 필요한 작품이에요."

오세혁의 연극은 음악적이다. 멜로디는 없지만 독특한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리듬은 웃음에 기반한다. '라흐마니노프' 역시 유머 코드를 품고 있다. "코미디적으로 웃긴 상황은 아니에요. 부족하고 무서운 상황에서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고민 중이죠. 힘들 때 웃음을 찾아나서잖아요."

전방위로 뛰며 대학로 핫한 연출가로 부상한 그는 이제 극단을 넘어선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걸판 단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갔고, 힘든 시간을 건너왔어요. 단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꿈이에요. 안산 대부도 같은 바닷가에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어서 같이 먹고 자고 밤마다 공연하고….정말 즐거울것 같아요."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