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댄스도 차이콥스키와 만나니 우아하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6.24 00:48

[뮤지컬 리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안무가 매슈 본의 '댄스 뮤지컬'
고전발레·볼룸댄스·현대무용 등 대사와 노래 없이 춤으로 꽉 채워

분명 발레이건만 사뿐사뿐 걷거나 사진 촬영을 하듯 포즈를 취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무대에 폭풍이라도 불어닥친 듯, 무용수들은 쉴 틈 없이 역동적이고 격렬하게 사지를 움직인다. 턴(turn)과 그랑 주테(공중에서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동작)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는데, 그 몸짓에는 기묘한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지난 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의 막을 올린 매슈 본(Bourne)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 내한공연은 무용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에게도 '춤이 재미있다'는 것을 일깨울 만한 작품이었다. 매슈 본은 고전 발레를 비틀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스스로 '댄스 뮤지컬'이라 이름 붙인 파격의 안무가로 유명하다. '호두까기 인형'을 고아원 탈출기로 둔갑시키고 '백조의 호수'에선 근육질의 남성 백조를 무대에 세웠던 그다.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마녀 카라보스로 분장한 아담 마스켈(가운데). 마녀의 아들 카라독도 같은 배우가 1인 2역을 한다.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마녀 카라보스로 분장한 아담 마스켈(가운데). 마녀의 아들 카라독도 같은 배우가 1인 2역을 한다. /Johan Persson 사진작가

이제 '차이콥스키 발레 3부작'을 완결짓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가? 왕자가 아니라 정원사인 남자 주인공이 100년 동안 잠든 공주를 기다리기 위해서 스스로 뱀파이어가 된다(뱀파이어의 우리말 번역어인 '흡혈귀'는 이 작품에선 어울리지 않는 용어다). 한 세기가 지난 서기 2010년대, 뱀파이어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녀의 아들과 대결을 벌인다.

줄거리보다 더 다채로운 것은 역시 안무다. 자작나무 숲을 고요히 비추는 만월(滿月)과 빅토리아풍 궁전의 몽환적인 무대에서 고전 발레와 볼룸 댄스가 등장하던 분위기는 뒤로 갈수록 완연히 달라진다. 4막에선 LED 조명이 번쩍거리는 클럽 파티에서 테크노 댄스를 연상시키는 춤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이 모든 무용이 차이콥스키 선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처럼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낙천적이고 건강한 오로라 공주를 보여준 애슐리 쇼의 춤과 연기가 돋보였다. '뮤지컬'이지만 대사와 노래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7월 3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 시간 135분,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