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로 첫 연극 카이 "많은 포장지안에 살았다는 걸 깨달아"

  • 뉴시스

입력 : 2016.06.22 09:44

성악과 출신'뮤지컬스타' "결핍 많아"
"이번엔 노래없이 연기로만" 승부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는 조수 '켄'에게 딱 잘라 말한다. "너의 그 결핍, 지겹다."

"이 말이 저에게 비수처럼 꽂혔죠."

'레드'에서 켄을 맡은 카이(35·정기열)의 말은 의외였다. '뮤지컬계의 스타'로 꼽히는 그는 2011년 데뷔한 이후 '팬텀', '아리랑''삼총사'등의 주인공을 꿰차왔다. "제가 결핍이 많아요. 좋게 포장하면 갈증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레드'로 첫 연극무대에 선 카이는 "뮤지컬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연기적인 결핍으로 고민할때 '레드' 제안이 왔다. "항상 연극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특히 레드는 연기·예술적인 면에서 정말 끌리더라고요"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통하는 마크 로스코(1903~1970)를 다룬 작품이다. 가상의 인물인 그의 조수 켄과 대화로 풀어가는 2인극이다. 로스코가 평소 생각한 예술에 대한 신념이 그가 천작한 레드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켄 역시 로스코에 못지 않은 강렬한 에너지과 예술에 대한 신념으로 그와 맞선다.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는 베테랑들이다. 강신일·한명구의 눈빛은 가슴속까지 뚫을 정도로 강렬하다. 하지만 카이 역시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노련하고 철학적인 로스코에 맞선 켄 처럼 카이의 눈빛도 변하고 있다.

"'레드'의 김태훈 연출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너한테 바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난 네 눈빛에서 광(狂)적인 것을 봤다'고. 이제 끼를 드러내라고 하셔서 용기를 얻었죠."

이번 무대는 그의 가장 큰 무기인 노래 없이 연기 하는 것도 처음이다. 카이는 "연극 '레드'에 출연하면서 많은 포장지 안에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대 성악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지적이면서 '바른 사나이'이미지가 강했다.

'레드'를 하면서 단정짓고 구분하는 경계도 사라졌다. "모든 것을 레드와 블랙 또는 (극에서 로스코가 니체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아폴론(엄숙한 질서)과 디오니소스(열정과 자유분방함)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질문이든 답이 어려운 상태가 돼 버린 거죠. 세상 살기가 더 복잡해진 거예요."

엄숙하고 권위적인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레드'속 켄은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 뮤지컬에서 연극무대로 온 카이도 '새로운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호수에 고인 물은 썩잖아요. 과거는 흘러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켄의 심리 상태가 사랑스러워요. '레드'에서 출연하면서 그에게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 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7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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