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22 03:00
[이혜영과 연극 '갈매기']
영화 '만추' 이만희 감독의 딸
"내 인생과 겹치는 작품이라 애착… 미래는 생각 안 하는 게 원칙… 늙음·죽음, 어차피 피할 수 없어"
배우 이혜영(53)이 이만희(1931~1975) 감독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이만희는 한국 영화의 명작 '만추(晩秋)' '삼포 가는 길' 연출자다. 부모의 이혼에 이어 아버지를 여읜 이혜영은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꿨고 여전히 눈물이 많았다. 명동예술극장 연극 '갈매기'(연출 펠릭스 알렉사)에 출연하는 그녀는 인터뷰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의 잔정 없이 자랐고 웃을 일도, 행복할 일도 별로 없었어요. TV 명화극장을 보면서 진저 로저스, 줄리 앤드루스 같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죠. 연기할 때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고 모든 슬픔이 없어지니까."
1981년 극단 현대극장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이혜영에게 '갈매기'는 인생과 겹치는 연극이다. 남녀 주인공 트레플레프(김기수)와 니나(강주희), 아르카지나(이혜영)를 비롯해 도망치고 싶어도 물을 떠날 수 없는 갈매기처럼 방황하고 서성이는 인물로 가득 차 있다. 이혜영은 "어쩌면 그런 결핍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배역을 세 번 거절했었는데.
"니나가 아니라서 거절했는데 다들 '아르카지나가 너한테 적역'이라 하고 자꾸 필요하다니까 궁금해졌어요. '갈매기'를 새로 해석하고 처음으로 선입견 없는 외국 연출가를 만난 거라서 용기를 냈죠. 이번엔 니나가 아니라 아르카지나가 보이더라고요."
―아르카지나는 어떤 인물인가?
"코믹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한텐 너무 고독하게 느껴졌어요."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인물은 한 명도 없고 다들 '남의 것'을 욕망한다.
"어릴 때는 '친구들한테 다 아빠가 있는데 왜 나한텐 없을까' 생각했는데 저는 오히려 아버지의 딸이고 엄마가 없었어요. 어버이날마다 훌쩍이며 엄마를 그리워했죠. 미워한 적은 없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 한 엄마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에요."
―출연작 50여편 중 대표작을 꼽는다면.
"영화 '성공시대'와 '피도 눈물도 없이', 4년 전 연극 '헤다 가블러'도 좋았지만 이번에 처음 출연한 연극 '갈매기'가 으뜸이에요. 러시아 문화사까지 공부했어요. 어릴 땐 가정이 복잡해서 공부를 등졌는데 내가 이렇게 공부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웃음)
―극장 밖에서 엄마 이혜영은 어떤가?
"저는 일상이 늘 연기예요. 집에서 애들 야단치면 '엄마, 연기하지 마' 해요."
―예민하고 직관적인 배우다.
"계산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직관으로 갈 때가 더 많아요. 그게 편해요."
―이 연극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그린 인물들에게는 결핍과 그리움,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연출가가 '당신은 섹시하고 멋진데 그걸 절제하면 된다'고 했어요. 익숙한 걸 해체했죠. 아무것도 모르던 현대극장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어요. 결핍이라면 공부와 칭찬? 무대에 서면 박수를 쳐주고 후배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요. 지금 집에서는 그런 대접 못 받아요."(웃음)
가장 아끼는 대사를 묻자 즉석에서 이렇게 읊었다. "나는 언제나 삶을 느끼며 바쁘게 사는데 마샤는 늘 한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잖아요. 그건 사는 게 아니지. 원칙이 있다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늙는다거나 죽음, 그건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피할 수 없잖아."
"엄마의 잔정 없이 자랐고 웃을 일도, 행복할 일도 별로 없었어요. TV 명화극장을 보면서 진저 로저스, 줄리 앤드루스 같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죠. 연기할 때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고 모든 슬픔이 없어지니까."
1981년 극단 현대극장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이혜영에게 '갈매기'는 인생과 겹치는 연극이다. 남녀 주인공 트레플레프(김기수)와 니나(강주희), 아르카지나(이혜영)를 비롯해 도망치고 싶어도 물을 떠날 수 없는 갈매기처럼 방황하고 서성이는 인물로 가득 차 있다. 이혜영은 "어쩌면 그런 결핍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배역을 세 번 거절했었는데.
"니나가 아니라서 거절했는데 다들 '아르카지나가 너한테 적역'이라 하고 자꾸 필요하다니까 궁금해졌어요. '갈매기'를 새로 해석하고 처음으로 선입견 없는 외국 연출가를 만난 거라서 용기를 냈죠. 이번엔 니나가 아니라 아르카지나가 보이더라고요."
―아르카지나는 어떤 인물인가?
"코믹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한텐 너무 고독하게 느껴졌어요."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인물은 한 명도 없고 다들 '남의 것'을 욕망한다.
"어릴 때는 '친구들한테 다 아빠가 있는데 왜 나한텐 없을까' 생각했는데 저는 오히려 아버지의 딸이고 엄마가 없었어요. 어버이날마다 훌쩍이며 엄마를 그리워했죠. 미워한 적은 없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 한 엄마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에요."
―출연작 50여편 중 대표작을 꼽는다면.
"영화 '성공시대'와 '피도 눈물도 없이', 4년 전 연극 '헤다 가블러'도 좋았지만 이번에 처음 출연한 연극 '갈매기'가 으뜸이에요. 러시아 문화사까지 공부했어요. 어릴 땐 가정이 복잡해서 공부를 등졌는데 내가 이렇게 공부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웃음)
―극장 밖에서 엄마 이혜영은 어떤가?
"저는 일상이 늘 연기예요. 집에서 애들 야단치면 '엄마, 연기하지 마' 해요."
―예민하고 직관적인 배우다.
"계산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직관으로 갈 때가 더 많아요. 그게 편해요."
―이 연극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그린 인물들에게는 결핍과 그리움,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연출가가 '당신은 섹시하고 멋진데 그걸 절제하면 된다'고 했어요. 익숙한 걸 해체했죠. 아무것도 모르던 현대극장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어요. 결핍이라면 공부와 칭찬? 무대에 서면 박수를 쳐주고 후배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요. 지금 집에서는 그런 대접 못 받아요."(웃음)
가장 아끼는 대사를 묻자 즉석에서 이렇게 읊었다. "나는 언제나 삶을 느끼며 바쁘게 사는데 마샤는 늘 한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잖아요. 그건 사는 게 아니지. 원칙이 있다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늙는다거나 죽음, 그건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피할 수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