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15 03:00
난 참 이기적인가 봐
사랑은 늘 하는데 결혼까지 못 가는 걸 보면…
예전엔 발레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이젠 발레가 날 살리고 위로해준다
'지젤' 김주원(38)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현대무용, 방송, 뮤지컬에 이어 이번엔 오페라 무대에 섰다.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 2막 하이라이트 장면에 단 5분간 출연해 객석을 압도했다. 섬세하고도 파워풀한 춤만큼이나 김주원은 대범했다. '지젤' 전회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발레 전성기를 이끌었던 5년 전 국립발레단과 작별했고 춤뿐 아니라 기획, 대본, 연출까지 도전장을 던졌다. '유랑하는 백조'가 됐지만 무대에 오르는 횟수는 발레단 있을 때 못지않다.
강수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2006년)을 수상한 한국 발레의 자부심 김주원을 만났다. 화려한 직업과 달리 옷차림이 소박해서 놀랐다. 한 올 흘러내리지 않은 머리카락, 팔자걸음은 변함없었다. "잘 때도 두 발을 팔자로 벌리고 잔다"며 아름다운 그녀가 웃었다.
지난 5년 김주원(38)에겐 여러 변화가 있었다. 15년간 수석무용수로 활약해온 국립발레단을 떠났고, 대학 교수라는 새 직함이 생겼다. 매니저도 있었다. 발레는 물론이고 방송, 뮤지컬, 오페라까지 넘나드는 스케줄을 혼자 관리하기 어려워서다. 그대로인 건 미모, 그리고 여전히 ‘싱글’이라는 점이다. “이기적인가 봐요. 사랑은 늘 하는데 결혼까지 못 가는 걸 보면.(웃음)” 검은색 배기 팬츠 아래 신은 흰색 나이키 운동화가 도드라졌다. “하이힐 신고 행사장 갔다가도 끝나면 바로 운동화로 갈아신어요. 한 100켤레 되나 봐요.”
최근 막 내린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단 5분간의 춤으로 청중을 압도한 발레리나 김주원을 만났다. “천하의 김주원이 ‘단역’으로 출연해도 되는 거냐” 묻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재미있잖아요?”
강수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2006년)을 수상한 한국 발레의 자부심 김주원을 만났다. 화려한 직업과 달리 옷차림이 소박해서 놀랐다. 한 올 흘러내리지 않은 머리카락, 팔자걸음은 변함없었다. "잘 때도 두 발을 팔자로 벌리고 잔다"며 아름다운 그녀가 웃었다.
지난 5년 김주원(38)에겐 여러 변화가 있었다. 15년간 수석무용수로 활약해온 국립발레단을 떠났고, 대학 교수라는 새 직함이 생겼다. 매니저도 있었다. 발레는 물론이고 방송, 뮤지컬, 오페라까지 넘나드는 스케줄을 혼자 관리하기 어려워서다. 그대로인 건 미모, 그리고 여전히 ‘싱글’이라는 점이다. “이기적인가 봐요. 사랑은 늘 하는데 결혼까지 못 가는 걸 보면.(웃음)” 검은색 배기 팬츠 아래 신은 흰색 나이키 운동화가 도드라졌다. “하이힐 신고 행사장 갔다가도 끝나면 바로 운동화로 갈아신어요. 한 100켤레 되나 봐요.”
최근 막 내린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서 단 5분간의 춤으로 청중을 압도한 발레리나 김주원을 만났다. “천하의 김주원이 ‘단역’으로 출연해도 되는 거냐” 묻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재미있잖아요?”

“아라베스크할 때 빼고는 쓸모가 없는”
-의외로 수수하다. 화려하게 입고 다닐 듯한데.
“쇼핑을 안 좋아해서. 운동화만 산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있어 무조건 발이 편해야 한다.
-발레 안 할 땐 뭘 하나?
“술도 못 마시고, 운전 면허도 없어서 그냥 집에서 책 읽고 논다. 친구들이 나한테 ‘아라베스크(한 다리로 지탱하고 반대 다리를 90도 이상 뒤로 들어올리는 발레 자세)할 때 빼고는 쓸모가 없다’며 놀린다.”
―무서운 선생님일 것 같다.
“클래식이라는 게 예의와 에티켓이 중요하다. 발레는 관객에게 엉덩이를 보이면 안 되는 춤이다. 인성과 예절이 중요한데, 거기서 자주 실수하는 학생들에겐 무서워진다.”

치열했던 20대로 다시? 절대 안 간다
―외모에서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낼모레 마흔이다. 나이드는 게 좋다.”
―나이들면 춤추기 힘들지 않을까?
“물론 체력적으로 딸린다. 하지만 20대로 누가 돌려보내준다고 하면 안 갈 거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 자신이 없다.”
―국립발레단 떠난 건 후회하지 않나?
“발레단은 최고의 성곽이었다. 매우 안전하게, 최고의 안무가들과 최고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울타리였지. 밖으로 나오니 힘들지만 더 행복하다. 예전엔 춤만 추었다. 지금은 기획부터 무용수 섭외, 연출, 예술감독까지 직접 다한다. 타 장르와의 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김기민이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그해 전 세계에 올려진 모든 발레 작품, 무용수들 중에서 뽑힌 것이니 대단한 영광이다. 기민이 말고도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등등 춤 잘 추는 후배들이 많아 정말 뿌듯하다. 예술성과 기교 모두 살아 있다. 최태지, 강수진 단장님이 갖고 있던 레퍼토리가 그런 무용수들을 발굴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발레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상대역으로 무대에 설 수도 있겠다.
“나는 좋은데, 김기민이 바빠서, 하하!”
―최태지, 강수진처럼 국립발레단장 되고 싶은 욕심은?
“그 자리는 완벽히 준비된 사람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다. 플레이어로서의 욕심이 없고 누군가를 만들어주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예술적으로도 공부가 많이 돼 있어야 단원들 이끌고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다. 현재의 나는 어림도 없다.”
―외모에서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낼모레 마흔이다. 나이드는 게 좋다.”
―나이들면 춤추기 힘들지 않을까?
“물론 체력적으로 딸린다. 하지만 20대로 누가 돌려보내준다고 하면 안 갈 거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 자신이 없다.”
―국립발레단 떠난 건 후회하지 않나?
“발레단은 최고의 성곽이었다. 매우 안전하게, 최고의 안무가들과 최고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울타리였지. 밖으로 나오니 힘들지만 더 행복하다. 예전엔 춤만 추었다. 지금은 기획부터 무용수 섭외, 연출, 예술감독까지 직접 다한다. 타 장르와의 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김기민이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그해 전 세계에 올려진 모든 발레 작품, 무용수들 중에서 뽑힌 것이니 대단한 영광이다. 기민이 말고도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등등 춤 잘 추는 후배들이 많아 정말 뿌듯하다. 예술성과 기교 모두 살아 있다. 최태지, 강수진 단장님이 갖고 있던 레퍼토리가 그런 무용수들을 발굴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발레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상대역으로 무대에 설 수도 있겠다.
“나는 좋은데, 김기민이 바빠서, 하하!”
―최태지, 강수진처럼 국립발레단장 되고 싶은 욕심은?
“그 자리는 완벽히 준비된 사람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다. 플레이어로서의 욕심이 없고 누군가를 만들어주고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예술적으로도 공부가 많이 돼 있어야 단원들 이끌고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다. 현재의 나는 어림도 없다.”

느림과 기다림이 주는 가르침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가?
“4남매에게 모두 발레를 시키셨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셔서 악기도 가르치고 전시장에도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자식들 판단을 믿고 존중하셨다. 내가 선화예중에 자퇴서 내고 러시아로 갈 때도 반대 안 하셨다. 부상 당해 절망하고 있으면 ‘괜찮아, (발레) 안 해도 돼, 뭐 어때?’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통이 크시다.
“지금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맡고 있는 (김)지영이랑 오랫동안 선의의 경쟁하며 발레단 주역을 맡아왔는데, 공연날 우리 엄마가 절대 분장실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어머님 일찍 여읜 지영이 마음 아플까봐. 볼쇼이 유학가 있을 때도 음식을 받아본 적 없다. 언제고 큰 박스에 책만 한가득 채워서 보내주셨다.”
―결혼은 왜 아직 안하나?
“환상이 없어서 그럴까? 연애는 하는데 매번 경험 없는 사람처럼 힘들다. 내년이 데뷔 20년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거지.”
―발레 인생에서 최대 고비가 있었다면?
“작년 겨울 너무 아파 두 달간 쉬었다. 자율신경계가 다 무너지고 폐에 물이 차더라. 과로에 음식을 아무거나 먹었다. 웬만한 통증은 예사로 넘기는 게 발레리나들이라 미련하게 견디기도 했고. 커피를 하루 1리터씩 마셨으니 말 다했지. 커피 끊고 물 1리터 이상 마시면서 회복했다.”
―김주원 같은 발레리나가 되려면?
“춤뿐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게 필요하더라. 볼쇼이 발레학교 다닐 때 극장 역사부터 프랑스어, 언어, 수학, 피아노까지 예술가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철학을 춤 이상으로 많이 배웠다.”
―방황하는 10대들에게.
“발레는 더디게 하는 예술이다. 기다림과 끈기에서 오는 감동이 크다. 그게 클래식이다. 발레처럼 아이들도 인생을 그렇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김주원에게 발레란 무엇인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 예전엔 발레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이젠 발레가 나를 살린다. 위로해준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가?
“4남매에게 모두 발레를 시키셨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셔서 악기도 가르치고 전시장에도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자식들 판단을 믿고 존중하셨다. 내가 선화예중에 자퇴서 내고 러시아로 갈 때도 반대 안 하셨다. 부상 당해 절망하고 있으면 ‘괜찮아, (발레) 안 해도 돼, 뭐 어때?’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통이 크시다.
“지금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맡고 있는 (김)지영이랑 오랫동안 선의의 경쟁하며 발레단 주역을 맡아왔는데, 공연날 우리 엄마가 절대 분장실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어머님 일찍 여읜 지영이 마음 아플까봐. 볼쇼이 유학가 있을 때도 음식을 받아본 적 없다. 언제고 큰 박스에 책만 한가득 채워서 보내주셨다.”
―결혼은 왜 아직 안하나?
“환상이 없어서 그럴까? 연애는 하는데 매번 경험 없는 사람처럼 힘들다. 내년이 데뷔 20년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거지.”
―발레 인생에서 최대 고비가 있었다면?
“작년 겨울 너무 아파 두 달간 쉬었다. 자율신경계가 다 무너지고 폐에 물이 차더라. 과로에 음식을 아무거나 먹었다. 웬만한 통증은 예사로 넘기는 게 발레리나들이라 미련하게 견디기도 했고. 커피를 하루 1리터씩 마셨으니 말 다했지. 커피 끊고 물 1리터 이상 마시면서 회복했다.”
―김주원 같은 발레리나가 되려면?
“춤뿐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게 필요하더라. 볼쇼이 발레학교 다닐 때 극장 역사부터 프랑스어, 언어, 수학, 피아노까지 예술가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철학을 춤 이상으로 많이 배웠다.”
―방황하는 10대들에게.
“발레는 더디게 하는 예술이다. 기다림과 끈기에서 오는 감동이 크다. 그게 클래식이다. 발레처럼 아이들도 인생을 그렇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김주원에게 발레란 무엇인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 예전엔 발레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이젠 발레가 나를 살린다.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