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위작논란이 미술계에 전하는 메시지

  • 뉴시스

입력 : 2016.06.07 09:44

【서울=뉴시스】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 지난 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이 압수한 이우환(80) 화백의 작품 13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주도로 정밀 감정한 결과 모두 위작(僞作)으로 판명’된다고 발표했다.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론 압수된 작품을 국내 미술관에 전시ㆍ보관된 이 화백의 ‘확실한 진품’ 6점과 비교한 결과 ‘진품과 다르다’는 국과수의 소견을 따른 것이다. 위작이든 진품과 다르든 간에 ‘이우환 위작 루머’가 현실적으로 공식화 됐다는 점에서 모두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한편에선 여전히 ‘설마…’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또 다른 편에선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란 탄식도 적지 않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조직적으로 유통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전후이다. 당시 한 컬렉터는 국내 혹은 일본에서 조직적인 위조범에 의해 만들어진 ‘수준 높은 작품’이 돌아다닌다고 들었다고 했다. 설마 했지만, 2013년부터 미술품 감정기관에서 ‘이우환 작품 감정중단’을 선언하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이우환 위작사건은 미술계의 시한폭탄이었던 셈이다. 이번 경찰의 수사발표는 그 뇌관을 건드린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계 전부를 불신의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이우환 건은 미술계에서 숨기다가 발각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수년 전부터 ‘감정불가’라는 초강수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결과나 다름없다. 경찰수사 이면에서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적극 협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이번 이우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야 할까?

우선 우리 미술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미술계는 ‘미술시장으로써의 성장통’을 앓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미술이 학문에서 산업으로까지 확대 재인식되는 전환점이다. 2010년 이후 비로소 미술계 내부에 조직력과 경쟁력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세계무대도 노크하기 시작했다. 작가나 화랑 주도의 공급자 중심에서, 중개자나 고객 위주의 수요자 중심시대를 맞고 있다. 미술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작가 1인의 주인공 체제’를 넘어, 보다 유기적인 여러 구성원 간의 협력이 우선되는 ‘다극점의 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이번 ‘이우환 건’도 작가 개인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 어쩌면 우리 미술계 전체를 대변하는 시험대이다. 국내 내수시장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박수근이나 이중섭처럼 ‘국민화가’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아티스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과연 이번 사건을 어떻게 갈무리 하는가에 따라 우리 미술시장의 미래비전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법은 간단하다.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명정대하게 처벌하면 된다. 그 대상은 지휘의 고하와 경중을 따져선 안 될 것이다.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이다. 만약 작품의 중개과정에 있어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자일지언정, 도의적 책임감으로 충분한 사과와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유통시장이 건강해지고, 무너진 신뢰감을 회복하는 길이다. 우리가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 한다면 스스로 자정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끝으로 이번 ‘이우환 위작 사건’을 특별히 주목해야하는 점은 ‘생존 작가’에 대한 첫 판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현재 세계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위기 뒤에 기회라 했다. 어쩌면 ‘이우환 사태’는 우리 미술계에게 ‘자정의 의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물론 억울한 점도 있고, 많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곪은 상처는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대의적으로 멀리 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겠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