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당수 빠지기전 애절한 판소리·몸짓 객석도 '심청' 된다

  • 뉴시스

입력 : 2016.06.06 09:40

"이 때의 심청이는, 이 세상사를 하직하고, 공선에 몸을 싣고, 동서남북 지향 없이, 만경창파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가는구나. 도판 떼고 행선을 하는데~"

애달픈 판소리와 그와 한몸이 된 애절한 한국무용의 몸짓이 가슴을 적신다.

효를 언급하는 것조차 민망한, 패륜범죄가 난무하는 시대. 2일 개막한 국립무용단의 '심청'은 효심을 머리가 아닌 말 그대로 마음으로 느끼게 만든다.

중심 장면은 두 명의 심청이 등장하는 3장 범피중류(汎彼中流). 한명은 실체요, 한명은 내면이라. 인당수에 뛰어들기 전 맞닥뜨린 복잡함의 무게를 나눠 가졌다. 지켜보는 객석도 애가 끓는다.

심청 역의 장윤나와 그녀의 내면 역의 엄은진은 관객들의 이런 심정을 읽은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대를 누빈다. 인당수에 뛰어들까 말까라는 고민의 표출이다. 이들의 동선이 빨라질수록 고뇌의 강도는 세진다. 느슨하고 서정적인 진양조에서 매우 빠른 엇모리 장단 등으로 넘어가는 김미진의 판소리 역시 두 사람의 춤과 혼연일체된다. 그 순간 객석의 관객도 심청의 마음이 된다.

김매자 명무의 대표작 '심청'을 15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힌 작품이다.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한 작품이 됐다는 무게감은 웅장함으로 치환됐다.

조감숏으로 감상하고 싶은 무대가 특히 그렇다. 하얀 화선지에 난을 치듯, 새하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붓의 먹처럼 무대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동선은 압도적이다. 객석에서 바라볼 때 왼편 앞쪽의 돌출 무대, 오른편 뒷쪽의 덧댄 무대는 시(詩)적인 고즈넉함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1시간50분짜리 극이 90분으로 압축되면서 쫀득쫀득함도 생겨났다. 만 31세의 나이로 심봉사 역을 소화한 이석준의 춤사위는 캐릭터가 입은 상처의 기운을 더 불태웠다.

국립무용단의 모 단체인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은 전통을 현대화한 또 다른 수작이다. 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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