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02 00:59
여섯 번째 내한 독주회 연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현 누를 때 내 모든 경험이 관객에게 전달돼"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42)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다. 그의 궤적은 '천재' '최초' '압권' 같은 수식어로 압축된다. 다섯 살 때 첫 독주회를 열고, 열여섯이던 1990년 칼 플레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정상급 연주자로 우뚝 섰다. 이듬해 지휘 거장 주빈 메타가 이끄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음반을 녹음,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이 수여하는 '젊은 연주자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명성은 걷잡을 수 없이 높아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는 게 그의 소회. "매년 130회 넘는 연주를 소화했어요. 정신 차려 보면 비행기를 타고 있었죠. 연주 자체는 즐거웠지만 시차 적응하고 짐 싸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무대에선 연주에 집중해야 하는데 영혼이 이 세계에 있지 않고 머나먼 우주에 나가 있는 듯한 공황 상태…."

믿을 수 없이 바빴던 그의 연주 일정에 공백기가 생겼다. 2007년 어깨를 다쳐 3년 동안 바이올린을 내려놓아야 했던 것. 서울 반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당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 보이는 왼쪽·오른쪽 손가락의 현란한 기교에서 벗어나 내면으로 침잠, 그 안에 숨어 있는 오만 가지 감정을 현에 차곡차곡 싣는 법을 배운 순간." 그래서일까. 이전의 소리가 날카롭고 화려하고 찌를 듯했다면 이후의 소리는 아늑하면서도 깊고 웅장해졌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업 앤드 다운(up and down)이 있기 마련. 음악가로 산다는 건 연주하고 지휘하고 가르치는 걸 넘어 하늘의 신과 소통하는 거라서 삶에 좌절은 필수"라고 했다. "사람들은 바이올린 소리를 인간의 목소리처럼 기억해요. 그래서 훌륭한 음악가로 산다는 건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에요. 손가락으로 현을 꾹 누를 때 제 삶의 모든 경험이 그 소리에 녹아들어 관객에게 전달되니까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 인간으로서도 깨끗하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음악가는 연주만 해야지, 그 사람 인생에 부정적 요소가 끼어들면 더 이상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 연주 활동과 더불어 유니세프 친선대사, 남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을 돕는 프로젝트 후원 등 봉사활동에 열심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31일 예술의전당. 무대로 나온 벤게로프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바흐의 '샤콘느'를 시작으로 베토벤과 프랑크, 이자이의 소나타까지 풀어낸 그는 열 살 때 처음 연주한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파가니니의 가슴 설렘을 끝으로 여섯 번째 내한 독주회를 꽉 채웠다.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묵직하게 흘러나오는 선율과 연주 자체를 즐기면서도 한 음 한 음 흐트러짐 없이 뽑아내는 내공이 인상적이었다.
"테크닉이 빼어나서 사람들이 모이는 연주회보다, 들으면 영혼이 맑고 깨끗해져서 사람들이 많은 연주회였으면 좋겠다." 벤게로프가 음악을 하는 이유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업 앤드 다운(up and down)이 있기 마련. 음악가로 산다는 건 연주하고 지휘하고 가르치는 걸 넘어 하늘의 신과 소통하는 거라서 삶에 좌절은 필수"라고 했다. "사람들은 바이올린 소리를 인간의 목소리처럼 기억해요. 그래서 훌륭한 음악가로 산다는 건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에요. 손가락으로 현을 꾹 누를 때 제 삶의 모든 경험이 그 소리에 녹아들어 관객에게 전달되니까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 인간으로서도 깨끗하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음악가는 연주만 해야지, 그 사람 인생에 부정적 요소가 끼어들면 더 이상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 연주 활동과 더불어 유니세프 친선대사, 남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을 돕는 프로젝트 후원 등 봉사활동에 열심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31일 예술의전당. 무대로 나온 벤게로프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바흐의 '샤콘느'를 시작으로 베토벤과 프랑크, 이자이의 소나타까지 풀어낸 그는 열 살 때 처음 연주한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파가니니의 가슴 설렘을 끝으로 여섯 번째 내한 독주회를 꽉 채웠다.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묵직하게 흘러나오는 선율과 연주 자체를 즐기면서도 한 음 한 음 흐트러짐 없이 뽑아내는 내공이 인상적이었다.
"테크닉이 빼어나서 사람들이 모이는 연주회보다, 들으면 영혼이 맑고 깨끗해져서 사람들이 많은 연주회였으면 좋겠다." 벤게로프가 음악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