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30 09:52
뮤지컬 '국경의 남쪽'은 3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의 역대 작품 중 가장 애틋한 멜로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을 '창작가무극'으로 일컫는 이 단체는 연기·노래와 함께 춤이 강조되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섬세한 드라마의 결을 자랑하는 연출가 추민주(41)·작곡가 이나오(35)가 '국경의 남쪽'을 통해 이 단체에 애잔함을 더한다. 차승원 주연의 영화 '국경의 남쪽'(2006·감독 안판석)이 원작이다.
운명적인 첫사랑을 키워가는 선호와 연화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탈북으로 헤어진 이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실타래를 멜로로 풀어나간다. 추 연출·이 작곡가는 작심하고 관객을 울리기보다, 참아도 흐를 수밖에 없는 눈물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의 멜로'다.
최근 두 사람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창작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창작진들이다. 한예종 연극원 출신인 추 연출은 대표작 '빨래'를 비롯해 '한밤의 세레나데' '웰다잉' 등 창작 뮤지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뮤지컬 작곡을 공부한 이 작곡가는 '콩칠팔 새삼륙' '포에틱', 단 두 작품으로 창작뮤지컬계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근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들이 눈에 띄지만 굳이 이들이 다듬은 '국경의 남쪽'을 영화 기반의 뮤지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뮤지컬만의 특색으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 연출은 "텍스트 자체에서 영화적인 특성을 강화하기보다 이야기 자체를 지금과 멀지 않은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상 장면들에 포커싱을 둔 것이 아니다. 탈북민이 옆집 오빠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으면 했다."
이 작곡가 역시 "선호의 사랑하는 방식을 노래하고 싶었다"며 추 연출의 말을 확인했다. 특히 그녀는 '국경의 남쪽'이라는 뉘앙스가 좋다고 했다. "국경의 북에서 남을 바라보는 시선, 즉 저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저릿하고 아프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스며드는 사랑 또는 구름 위를 걷는 사랑 등 여러 가지 사랑을 통해 다각도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탈북자를 인터뷰하며 이야기를 겹겹이 쌓아갔다. 추 연출은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다루기를 바라더라. 없는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이 아닌, 나 역시 '오늘의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식당에 가면 선호 엄마가 서울말을 쓰면서 계실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라고 말했다.
"전에는 멀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탈북하신 선생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말을 배우면서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 과정들이 음악과 연기,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묻어나고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
이 작곡가는 탈북자의 말씨에 음악적인 무엇을 느꼈다.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데 말씨 자체가 흥이 난다. 신기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표현도 많다. 거침없는 말투에 시적인 표현들이 쑥쑥 나온다."
이 작곡가가 노랫말도 다음은 넘버 16곡 곳곳에 묻어 있다. 하지만 넘버들이 지역이나 시대적인 색깔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캐릭터의 색깔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작품에 가장 큰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에 중심을 두는 부분에서 메인 캐릭터의 음악이 많이 나왔다."
'국경의 남쪽'에는 이와 함께 이방인의 아릿한 감성도 배어 나올 듯하다. 너무 달라서 낯선 감정이 아닌, 비슷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달라 먹먹해지는 심정 말이다.
이 작곡가는 "추 연출님이 처음에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느낀 감정들도 포함된다. 나 또한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것도 반 정도 된다. 유학 시절, 인종과 언어 체계도 다른 곳에서 넘을 수 없는 벽, 뿌리에 대한 것을 느꼈다. 근데 남과 북은 겉으로는 다를 것이 없는데 속으로 느끼는 이질감이 짙다. 그런 정서가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국공립 단체인 서울예술단은 뮤지컬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극단 분위기가 나는 단체다. 젊은 배우부터 이들의 부모 뻘 되는 배우들이 '가족처럼' 함께 연습하고 어울린다. 악기, 무용, 연기 등 각자 전공은 모두 달라 서로 배우고 가르침도 준다. 가족에도 초점을 맞춘 '국경의 남쪽'이 더 끈끈해지는 이유다.
서울예술단 교육사업 등을 통해 이전부터 이 단체와 인연을 맺어온 추 연출은 "가족끼리 밴드를 구성해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선후배가 저마다 전문 영역을 나누며 밤새 연습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배우들 누구나 가족 같은 비빌 언덕을 꿈꾼다. 서울예술단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자 전문 영역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국경의 남쪽'이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이유는 추 연출과 이 작곡가의 첫 협업작이라는 점이다. 약 3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이들은 추 연출이 이 작곡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며 속내를 알아가는 등 자연스럽게 뮤지컬 작업에도 이를 투영했다.
추 연출은 "어떤 천재 작곡가가 있다는 이야기는 진작 들었다. 이름도 신기하고…, '콩칠팔 새삼륙'만 봐도 뛰어난 작곡가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이 작곡가를 치켜세웠다.
이 작곡가는 유학 시절 방학 때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빨래'를 보고 반했다고 했다. "창작뮤지컬에에 '힘'을 실어준 좋은 작품이다.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를 않더라. 이번에도 추 연출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추 연출, 이 작곡가는 몇년 전부터 뮤지컬계가 침체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바지런히 좋은 작업, 좋은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서울예술단 같은 큰 단체와 작업은 물론, 학교에서 만난 졸업생들, 후배 그룹들 등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특히 '국경의 남쪽'은 새로운 도전이다. 해마다 낳아가는 한 두 자식(작품) 중 하나인데 잘 키우고 싶다. 이번 초연이 잘 돼 지방 투어도 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추민주)
"시나리오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가사와 대본을 쓰면서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좋은 멘토 같은 분을 만나서 글을 배우고 있다. 뮤지컬은 집중적이고 응축되는 과정이 참 좋다. 고농도로 압축된 열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스릴감도 있고. 힘든 과정이지만 그걸 못 놓을 것 같다. 계속 한 군데 머물러 있지만 않으면 좋겠다."(이나오)
'국경의 남쪽'의 주요 스태프는 두 사람 외에 극작 정영, 안무 홍세정, 음악감독 신경미 등 모두 여성 창작진으로 구성됐다. 추 연출, 이 작곡가의 세밀함의 결이 더 촘촘해지고 있는 이유다.
선호 역에는 서울예술단 스타 단원 박영수와 무용단원 출신으로 첫 주역을 따낸 최정수가 더블 캐스팅됐다. 선호의 첫 사랑 연화 역에는 뮤지컬 '아랑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최주리와 서울예술단의 신예 송문선이 나눠 맡는다. 이들은 본인이 주역을 맡은 회차 외에는 앙상블로 등장한다.
31일부터 6월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예술감독 최종실. 배우 하선진, 김도빈, 조풍래 등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나온다. 러닝타임 120분 예정(인터미션 없음). 3만~6만원. 02-523-0986
섬세한 드라마의 결을 자랑하는 연출가 추민주(41)·작곡가 이나오(35)가 '국경의 남쪽'을 통해 이 단체에 애잔함을 더한다. 차승원 주연의 영화 '국경의 남쪽'(2006·감독 안판석)이 원작이다.
운명적인 첫사랑을 키워가는 선호와 연화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탈북으로 헤어진 이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의 실타래를 멜로로 풀어나간다. 추 연출·이 작곡가는 작심하고 관객을 울리기보다, 참아도 흐를 수밖에 없는 눈물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어른들의 멜로'다.
최근 두 사람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창작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창작진들이다. 한예종 연극원 출신인 추 연출은 대표작 '빨래'를 비롯해 '한밤의 세레나데' '웰다잉' 등 창작 뮤지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뮤지컬 작곡을 공부한 이 작곡가는 '콩칠팔 새삼륙' '포에틱', 단 두 작품으로 창작뮤지컬계 기대주로 떠올랐다. 최근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들이 눈에 띄지만 굳이 이들이 다듬은 '국경의 남쪽'을 영화 기반의 뮤지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뮤지컬만의 특색으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 연출은 "텍스트 자체에서 영화적인 특성을 강화하기보다 이야기 자체를 지금과 멀지 않은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상 장면들에 포커싱을 둔 것이 아니다. 탈북민이 옆집 오빠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으면 했다."
이 작곡가 역시 "선호의 사랑하는 방식을 노래하고 싶었다"며 추 연출의 말을 확인했다. 특히 그녀는 '국경의 남쪽'이라는 뉘앙스가 좋다고 했다. "국경의 북에서 남을 바라보는 시선, 즉 저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저릿하고 아프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스며드는 사랑 또는 구름 위를 걷는 사랑 등 여러 가지 사랑을 통해 다각도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탈북자를 인터뷰하며 이야기를 겹겹이 쌓아갔다. 추 연출은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다루기를 바라더라. 없는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이 아닌, 나 역시 '오늘의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식당에 가면 선호 엄마가 서울말을 쓰면서 계실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라고 말했다.
"전에는 멀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탈북하신 선생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말을 배우면서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 과정들이 음악과 연기,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묻어나고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
이 작곡가는 탈북자의 말씨에 음악적인 무엇을 느꼈다.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데 말씨 자체가 흥이 난다. 신기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표현도 많다. 거침없는 말투에 시적인 표현들이 쑥쑥 나온다."
이 작곡가가 노랫말도 다음은 넘버 16곡 곳곳에 묻어 있다. 하지만 넘버들이 지역이나 시대적인 색깔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캐릭터의 색깔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작품에 가장 큰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에 중심을 두는 부분에서 메인 캐릭터의 음악이 많이 나왔다."
'국경의 남쪽'에는 이와 함께 이방인의 아릿한 감성도 배어 나올 듯하다. 너무 달라서 낯선 감정이 아닌, 비슷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달라 먹먹해지는 심정 말이다.
이 작곡가는 "추 연출님이 처음에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느낀 감정들도 포함된다. 나 또한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온 것도 반 정도 된다. 유학 시절, 인종과 언어 체계도 다른 곳에서 넘을 수 없는 벽, 뿌리에 대한 것을 느꼈다. 근데 남과 북은 겉으로는 다를 것이 없는데 속으로 느끼는 이질감이 짙다. 그런 정서가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국공립 단체인 서울예술단은 뮤지컬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극단 분위기가 나는 단체다. 젊은 배우부터 이들의 부모 뻘 되는 배우들이 '가족처럼' 함께 연습하고 어울린다. 악기, 무용, 연기 등 각자 전공은 모두 달라 서로 배우고 가르침도 준다. 가족에도 초점을 맞춘 '국경의 남쪽'이 더 끈끈해지는 이유다.
서울예술단 교육사업 등을 통해 이전부터 이 단체와 인연을 맺어온 추 연출은 "가족끼리 밴드를 구성해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선후배가 저마다 전문 영역을 나누며 밤새 연습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배우들 누구나 가족 같은 비빌 언덕을 꿈꾼다. 서울예술단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자 전문 영역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국경의 남쪽'이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이유는 추 연출과 이 작곡가의 첫 협업작이라는 점이다. 약 3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이들은 추 연출이 이 작곡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며 속내를 알아가는 등 자연스럽게 뮤지컬 작업에도 이를 투영했다.
추 연출은 "어떤 천재 작곡가가 있다는 이야기는 진작 들었다. 이름도 신기하고…, '콩칠팔 새삼륙'만 봐도 뛰어난 작곡가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이 작곡가를 치켜세웠다.
이 작곡가는 유학 시절 방학 때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빨래'를 보고 반했다고 했다. "창작뮤지컬에에 '힘'을 실어준 좋은 작품이다.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를 않더라. 이번에도 추 연출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추 연출, 이 작곡가는 몇년 전부터 뮤지컬계가 침체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바지런히 좋은 작업, 좋은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서울예술단 같은 큰 단체와 작업은 물론, 학교에서 만난 졸업생들, 후배 그룹들 등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특히 '국경의 남쪽'은 새로운 도전이다. 해마다 낳아가는 한 두 자식(작품) 중 하나인데 잘 키우고 싶다. 이번 초연이 잘 돼 지방 투어도 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추민주)
"시나리오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가사와 대본을 쓰면서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좋은 멘토 같은 분을 만나서 글을 배우고 있다. 뮤지컬은 집중적이고 응축되는 과정이 참 좋다. 고농도로 압축된 열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스릴감도 있고. 힘든 과정이지만 그걸 못 놓을 것 같다. 계속 한 군데 머물러 있지만 않으면 좋겠다."(이나오)
'국경의 남쪽'의 주요 스태프는 두 사람 외에 극작 정영, 안무 홍세정, 음악감독 신경미 등 모두 여성 창작진으로 구성됐다. 추 연출, 이 작곡가의 세밀함의 결이 더 촘촘해지고 있는 이유다.
선호 역에는 서울예술단 스타 단원 박영수와 무용단원 출신으로 첫 주역을 따낸 최정수가 더블 캐스팅됐다. 선호의 첫 사랑 연화 역에는 뮤지컬 '아랑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최주리와 서울예술단의 신예 송문선이 나눠 맡는다. 이들은 본인이 주역을 맡은 회차 외에는 앙상블로 등장한다.
31일부터 6월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예술감독 최종실. 배우 하선진, 김도빈, 조풍래 등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나온다. 러닝타임 120분 예정(인터미션 없음). 3만~6만원. 02-523-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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