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재즈 흥만으론 부족했나… 팝·힙합에 더 열광

  • 권승준 기자

입력 : 2016.05.30 01:18

서울재즈페스티벌

3000명이 2만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에 오른 재즈기타리스트 팻 메스니(62)는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관객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는 200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1회 페스티벌서 공연한 뒤 9년 만에 다시 찾은 것. 이 축제는 이제 5만명(주최측 추산·2015년)이 찾는 대형 축제로 성장했다. 올림픽공원에서 가을에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몇 안 되는 흑자 축제이자,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더불어 흥행에 성공한 재즈음악축제이기도 하다.

그래미상을 20회나 받은 팻 메스니는 이날 관객들의 열기에 고무된 듯 'So May It Secretly Begin', 'Farmer's Trust', 'Last Train Home', 'Are You Going With Me' 등 히트곡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야외 무대라는 약점에도 기타, 드럼, 피아노, 베이스 간의 사운드 균형이 잘 맞춘 퍼즐처럼 완벽했다.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미국의 재즈음악가 에스페란자 스팔딩(오른쪽에서 둘째)은 뛰어난 보컬과 연주 실력 외에도 독특한 무대 연출까지 선보이며 흥과 끼가 넘치는 재즈를 들려줬다.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미국의 재즈음악가 에스페란자 스팔딩(오른쪽에서 둘째)은 뛰어난 보컬과 연주 실력 외에도 독특한 무대 연출까지 선보이며 흥과 끼가 넘치는 재즈를 들려줬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그래미상을 4회나 받은 젊은 재즈 음악가 에스페란자 스팔딩(32)의 무대도 특유의 흥이 넘쳤다. 그는 박진영이 방송에서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그루브(흥)가 없어서 못 듣겠다"고 했다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뭇매를 맞았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날 스팔딩은 베이스 기타로 감각적인 즉흥 연주를 들려주며 왜 박진영이 틀렸는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커트 엘링, 고고펭귄 등 거장과 뛰어난 신진 재즈 음악가들도 완성도 높은 재즈를 들려줬다.

하지만 관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 관객들 대부분은 재즈보다 다른 장르 음악가들의 공연에 더 크게 호응했다는 점이 여전히 아쉬웠다. 서울 재즈페스티벌은 흥행을 위해 팝이나 힙합 등 다른 장르 음악가들도 무대에 세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Uptown Funk'로 세계 음악계를 휨쓴 DJ 마크 론슨과 한국의 힙합 가수 빈지노의 공연은 클럽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7일 기타 한 대로 록음악 못지않은 힘찬 사운드를 들려준 데이미언 라이스, 29일 무대에 선 팝스타 코린 베일리 래도 재즈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관객 몰이에 기여한 1등 공신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큰돈을 들여 거장 칙 코리아와 허비 행콕의 역사적인 듀오 공연을 올렸지만 관객 호응은 팝스타 미카의 공연에 못 미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며 "재즈만으로 축제가 자립하기에는 저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