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펼쳐지니… 연극 속에 들어온 것 같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5.20 00:25

연극계의 '하우스 콘서트'… '한 평 극장' 공연 가보니
배우 자택 개조해 연극 무대로

지난 16일 저녁, 서울 신길동의 오래된 주택 2층으로 올라가니 2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방 문간에 방석과 의자 10여 개가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반대쪽에는 앉은뱅이 책상과 창호지가 달린 한옥 문 주변으로 온갖 소품이 보였다. 한쪽은 객석, 다른 쪽은 무대다. 천장에는 작은 조명기와 스피커도 달려 있다. 이곳은 중견 배우 박정순의 자택 방을 연극 무대로 꾸민 '한 평 극장'이다.

지난 16일 배우 박정순이 서울 신길동 자택‘한 평 극장’에서‘아부지의 불매기’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 16일 배우 박정순이 서울 신길동 자택‘한 평 극장’에서‘아부지의 불매기’를 공연하고 있다. /유석재 기자
"아이고~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냥 편하게 보시면 돼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집주인이자 이날 여기서 공연되는 1인 연극 '아부지의 불매기'의 주연인 중견 배우 박정순(63)의 말투가 마실 온 동네 주민에게 건네듯 친근했다. 칸막이 뒤 분장실 겸 조종실인 좁은 공간으로 들어갔던 박정순이 한복 의상을 갖춰 입고 나와 모노드라마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이 55세 이상 중견 연극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옆집에 배우가 산다' 사업의 시연회였다. 지난해 시작된 이 사업은 배우의 자택을 개조해 관객과 지역 주민이 쉽고 편하게 연극과 만나게 하자는 것. 관객이 낸 관람료 1만원은 전액 배우에게 전달되며, 배우 1인당 제작비와 홍보비 200만~300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처음엔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연말쯤엔 '연극계의 하우스 콘서트'로 소문이 났다.

'애니깽' '등신과 머저리' 등 숱한 연극에 출연했던 박정순이 이날 펼친 모노드라마는 한 옹기장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의 굴곡을 그린 작품이었다. 그는 1인 다역(多役)으로 주연과 연출, 무대 미술, 음악, 조명까지 모든 스태프 역할을 도맡았다. 철사로 연결한 나비 소품을 움직이고 하모니카를 연주하는가 하면, 연기를 하는 동시에 한쪽 손을 벽 뒤로 뻗어 음악과 조명을 바꾸기도 했다. 관객들은 "좁은 공간 코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이어서 극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올해 '옆집에 배우가 산다'는 박정순·김동수·심철종·윤예인 등 네 배우가 참여한다. (02)741-0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