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19 14:23
6월3일부터 대학로서 '원로연극제'
오태석 하유상 천승세 작품 한자리
시대를 풍미한 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들을 재조명하는 연극 축제가 마련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6월 3~26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원로연극제'를 펼친다.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등 연극계에 획을 그은 원로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김정옥 작가는 19일 오전 서울 종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0년 전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저 같이 살아 남은 사람이 아닌가"라며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은 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무대에 오른다.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하는 모노드라마다. 1951년 6·25 동란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의 억첨어멈 역, 조선 시대 동학란을 배경으로 한 억척어멈 역을 모두 연기한다. 1997년 배우 박정자가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한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 받았다.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 호평을 받고 일본 전국을 순회 공연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그 해의 '베스트 5'로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추천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20대 때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을 읽고 감동을 받은 뒤 연출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50, 60년대에는 '억척어멈'을 할 수 없었다. 공산주의 시대의 작가(브레히트는 옛 동독 출신) 이고 해서 반공과 관계가 없어도 전혀 공연이 안 되던 시대"라고 떠올렸다.
'그 여자 억척 어멈'은 한국판 '억척 어멈'이라고 정의했다. "오늘날의 여배우가 50년대를 연기한다.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6·25 전쟁 당시를 제대로 조명하는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억척 어멈'에 나오는 대사인데 "쏘지 말아요"라는 어머니의 외침이 중요하다. 전쟁을 겪고 아들과 딸을 잃은 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은 '억척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그리고자 한다. 전쟁의 기억이 계속되고 있으니 '쏘지 말라'는 대사는 지금도 굉장히 중요한 대사다."
극단 목화레퍼리컴퍼니대표인 오태석 연출이 9년 만에 작·연출을 도맡아 무대에 올리는 '태(胎)'는 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974년 초연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인도 등지에서 공연했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인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이 중심이다. 죽음을 뛰어넘어 존속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인 박중림(박팽년의 아버지) 역은 배우 오현경(80)이 맡았다.
오 연출은 "나 자신이 품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신을 가지고 어떤 사건과 사상에 자기 나름대로, 버티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그것을 이번 공연으로 젊은 사람들이 만나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은 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다. 전장의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에 '자유연애'라는 소재를 다뤘다. 박윤희, 배상돈, 황세원 등이 나온다.
연극제의 마지막 작품인 '신궁'은 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드러낸다. 1977년 발표된 천승세의 중편소설이다.
이번 원로연극제를 위해 천 작가가 소설을 극본으로 각색, 초연무대를 올린다. 무속과 토속적 방언이 작품 전체에 흘러 넘친다. 박찬빈이 연출한다. 배우 이승옥, 정현, 정상철, 기정수, 이봉규 등이 출연한다.
노환으로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천 작가를 대신해 박찬빈 연출은 "천 선생님은 평소 '예술은 사람이 하는 거다. 예술인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며 "연극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고 소개했다.
40~50대 중견 배우들은 연극계 원로들과 작업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옥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배해선은 "전쟁의 정서를 글과 사진을 통해서 정서를 공감하려 했지만 거리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들어보기 힘든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연습의 큰 부분이다. 정말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솔한 이야기가 배우로서의 진심을 반성하게 만든다"고 했다. "선생님의 인생을 배우고 한국 연극 역사를 이끌어오신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극단 목화 출신인 손병호와 성지루 역시 마찬가지다. 손병호는 "30년 이상의 한 길을 걸어왔다면 그 극단은 산 증인이고 문화의 큰 발자취"라며 "'원로 연극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성지루는 "'리바이벌 청춘 연극제'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도 열정이 넘치셔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3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02-3668-0007
오태석 하유상 천승세 작품 한자리
시대를 풍미한 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들을 재조명하는 연극 축제가 마련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6월 3~26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원로연극제'를 펼친다.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등 연극계에 획을 그은 원로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김정옥 작가는 19일 오전 서울 종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0년 전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저 같이 살아 남은 사람이 아닌가"라며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은 6월 3~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무대에 오른다.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하는 모노드라마다. 1951년 6·25 동란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의 억첨어멈 역, 조선 시대 동학란을 배경으로 한 억척어멈 역을 모두 연기한다. 1997년 배우 박정자가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한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 받았다.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 호평을 받고 일본 전국을 순회 공연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그 해의 '베스트 5'로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추천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20대 때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을 읽고 감동을 받은 뒤 연출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50, 60년대에는 '억척어멈'을 할 수 없었다. 공산주의 시대의 작가(브레히트는 옛 동독 출신) 이고 해서 반공과 관계가 없어도 전혀 공연이 안 되던 시대"라고 떠올렸다.
'그 여자 억척 어멈'은 한국판 '억척 어멈'이라고 정의했다. "오늘날의 여배우가 50년대를 연기한다.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6·25 전쟁 당시를 제대로 조명하는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억척 어멈'에 나오는 대사인데 "쏘지 말아요"라는 어머니의 외침이 중요하다. 전쟁을 겪고 아들과 딸을 잃은 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은 '억척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그리고자 한다. 전쟁의 기억이 계속되고 있으니 '쏘지 말라'는 대사는 지금도 굉장히 중요한 대사다."
극단 목화레퍼리컴퍼니대표인 오태석 연출이 9년 만에 작·연출을 도맡아 무대에 올리는 '태(胎)'는 6월 3~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974년 초연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인도 등지에서 공연했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인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이 중심이다. 죽음을 뛰어넘어 존속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인 박중림(박팽년의 아버지) 역은 배우 오현경(80)이 맡았다.
오 연출은 "나 자신이 품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신을 가지고 어떤 사건과 사상에 자기 나름대로, 버티면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그것을 이번 공연으로 젊은 사람들이 만나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은 6월 4~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다. 전장의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에 '자유연애'라는 소재를 다뤘다. 박윤희, 배상돈, 황세원 등이 나온다.
연극제의 마지막 작품인 '신궁'은 6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드러낸다. 1977년 발표된 천승세의 중편소설이다.
이번 원로연극제를 위해 천 작가가 소설을 극본으로 각색, 초연무대를 올린다. 무속과 토속적 방언이 작품 전체에 흘러 넘친다. 박찬빈이 연출한다. 배우 이승옥, 정현, 정상철, 기정수, 이봉규 등이 출연한다.
노환으로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천 작가를 대신해 박찬빈 연출은 "천 선생님은 평소 '예술은 사람이 하는 거다. 예술인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며 "연극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고 소개했다.
40~50대 중견 배우들은 연극계 원로들과 작업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옥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배해선은 "전쟁의 정서를 글과 사진을 통해서 정서를 공감하려 했지만 거리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들어보기 힘든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연습의 큰 부분이다. 정말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솔한 이야기가 배우로서의 진심을 반성하게 만든다"고 했다. "선생님의 인생을 배우고 한국 연극 역사를 이끌어오신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극단 목화 출신인 손병호와 성지루 역시 마찬가지다. 손병호는 "30년 이상의 한 길을 걸어왔다면 그 극단은 산 증인이고 문화의 큰 발자취"라며 "'원로 연극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성지루는 "'리바이벌 청춘 연극제'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직도 열정이 넘치셔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3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02-366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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