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2시간 20분의 비틀스 '부활 콘서트'

  • 대구=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5.19 00:40

렛잇비

'비틀스 뮤지컬'은 많은 팬에게 꿈과 같았다. 아바 노래로 만든 '맘마미아!'나 포 시즌스 멤버들의 역정을 그린 '저지 보이스'처럼, 비틀스 명곡으로만 만든 뮤지컬을 무대에서 볼 수는 없을까. 마치 그 응답인 듯 영국에서 날아온 작품이 2012년 비틀스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렛잇비(Let It Be)'다. 오는 주말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1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을 미리 가서 봤다.

뮤지컬 '렛잇비'
/예스컴이엔티 제공
뮤지컬을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갖춘 음악극'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이 작품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인터미션 포함 2시간 20분 공연하는 동안 비틀스 멤버 4명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40곡을 노래하며 연주하는 게 전부다. 다른 스토리는 없다. 첫 곡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부터 마지막 곡 '헤이 주드'를 부를 때까지 이들에게서 불화나 갈등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콘서트'라는 일부 관객의 반응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비틀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이 공연은 심장이 떨릴 만한 체험을 안겨줄 수 있다. 토굴 같은 리버풀의 지하 클럽으로부터 1965년 미국 뉴욕 셰어 스타디움 공연, 1969년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까지 이어지는 여덟 장면은 치밀한 고증으로 이뤄져 있다. 배우들은 비틀스 초기의 몸에 딱 달라붙는 단정한 양복 차림에서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 앨범 재킷의 화려한 의상〈사진〉으로 계속 바꿔 입으며, 폴 매카트니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 장면에서 맨발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주 실력, 그리고 모창 능력이었다. 존 레넌 역 루벤 거슨은 능청스런 비음(鼻音)을 능숙하게 뽑아냈고, 매카트니 역 이언 가르시아는 청아하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관객을 흥분시켰다. 마지막 장면, 객석의 남녀노소가 모두 일어나 열광하는 장면이 무대 양쪽 스크린에 비칠 때에 이르면 반세기 전 비틀스 전성기의 콘서트로 시곗바늘을 돌린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6집 '러버 솔'과 7집 '리볼버'에 실린 비틀스 중기의 명곡이 대부분 빠진 것은 아쉽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64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