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리비아 뉴튼 존, '그리스' 샌디가 돌아왔네요

  • 뉴시스

입력 : 2016.05.16 09:52

1970~80년대 '만인의 연인' 올리비아 뉴튼 존(68)이 검정 가죽 재킷을 걸치자 뮤지컬 영화 '그리스'(1978)의 '샌디'가 돌아온 듯했다. 30년가량 세월이 흘렀건만 찰랑거리는 금발과 시원한 미소는 여전했다.

뉴턴 존이 16년 만인 1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단독 콘서트는 '추억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했다.

'그리스'는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동명 뮤지컬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대니와 샌디의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다.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샌디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뉴튼 존의 화사한 금발과 미소가 덧없이 어울렸다. 그녀는 이 역으로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뉴튼 존은 이날 공연 중간에 '룻 앳 미, 아임 산드라 디'를 시작으로 샌디가 됐다. 젊음 자체에서 비롯된 발랄함은 부족했지만 그녀의 전성기를 다시 떠올리는데 무리가 없을 만큼 생기가 감돌았다.

뉴튼 존은 "'그리스'는 내게 정말 특별하다"며 "최근 손자들과 '그리스'를 함께 보고 있다"고 행복해했다. 다섯 번, 열 번 등 숫자를 언급하며 팬들에게 '그리스'를 몇번이나 봤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리스'의 대표곡인 '서머 나이츠'가 화룡점정이었다. 뉴튼 존과 코러스는 물론 공연장에 운집한 팬들이 모두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며 따라 불렀다. '서머 나이츠' 못지않게 신나는 '위 고 투게더'가 이어지며 달아오른 분위기는 쉽사리 식지 않았다.

사실 공연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한산했다. 최대 1만여명이 운집할 수 있는 공연장은 3000명 남짓만 들어차 있고, 무대 역시 단출했다. '해브 유 에버 빈 멜로(Have You Ever Been Mellow)'로 포문을 연 뉴튼 존 에게 한국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지만 불안한 음정은 우려를 자아냈다. 진성 대신 가성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월드 투어를 진행하는 스타답게 이내 본궤도로 진입했다. 바로 이어 부른 영화 '재너두'의 주제곡 '재너두'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1시간40분 동안 팬들의 추억을 쥐락펴락했다.

장르별로 곡들을 묶은 셋리스트가 주효했다. '재너두' '매직' '샘' 등 대표곡과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로 초반을 장식했다. 데뷔 초반 자신이 컨트리 가수였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프 낫 포 유'를 시작으로 포크 송도 잇따라 들려줬다. 컨트리의 대표곡인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즈'(1971)를 들려줄 때 자연스레 쌓인 세월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프 유 러브 미'로 '컨트리 퍼레이드'를 마무리한 뒤에는 '댄스 타임'이었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1980년대 싱글 차트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한 '피지컬'을 부른 뒤에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줄리 런던의 '크라이 미 어 리버' 커버 무대에서는 재즈도 소화 가능함을 증명했다.

1992년 유방암에 걸렸다 이제는 극복했다고 활짝 웃은 뉴튼 존은 라틴풍의 '낫 고너 기브 인 투 잇(Not Gonna Give In to It)'를 신나게 선사하며 유려한 스텝 실력도 뽐냈다.

막판에 우아하게 반짝거리는 은빛 원피스를 입고 나온 뉴튼 존은 '그레이스 앤드 그래티튜드(Grace And Gratitude)'를 차분하게 소화했다. 이날 본 무대의 마지막곡이자 자신의 대표곡인 '아이 어니스틀리 러브 유(I Honestly Love You)'를 부를 때는 곡 중간에 우리말로 "사랑해요"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약 100분간 진행된 공연의 앙코르곡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 수록곡인 주디 갈랜드의 '오버 더 레인보'였다. 이 곡의 온화한 낙천적인 분위기는 일흔이 다된 나이에도 생기와 열정을 잃지 않는 그녀에게 오롯하게 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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