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김인중 2인전, 한국서 열고 싶어"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6.05.10 00:08

在佛화가 김인중 신부 연구하는 드니 쿠탄 佛 폴세잔협회장 訪韓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도 정작 고향인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선 '파리 화가'라고 배척당했어요. 파리에선 엑상프로방스 출신이라 배척당했고요. 한국 사람인데 이곳 한국에서 김인중(76) 신부의 가치를 몰라보는 것과 비슷하지요."

지난 6일 방한한 드니 쿠탄(69) 프랑스 폴 세잔협회 회장이 곁에 앉은 김 신부를 쳐다보며 웃음 지었다. 드니 쿠탄은 세잔 전문 예술학자로 1980~2008년 엑상프로방스의 그라네 미술관 관장을 거쳤다. 2011년 룩셈부르크박물관 '세잔과 파리'전, 2012년 도쿄국립신(新)미술관 '세잔'전 등 세잔 관련 전시를 기획해 왔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건 순전히 김 신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김인중 신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어 김 신부와 함께 한국을 찾은 드니 쿠탄(왼쪽).
김인중 신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어 김 신부와 함께 한국을 찾은 드니 쿠탄(왼쪽). /오종찬 기자
김 신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화가 신부'다. 1966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유학 도중 사제가 돼 1975년부터 파리 도미니크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4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다. 특히 동양화의 일필휘지를 응용한 독창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매료돼 지난해 드니 쿠탄이 김 신부를 다룬 비평서 '김인중―획을 통해(selon les ecritures)'를 출간했다. 그는 김 신부의 그림을 세잔, 고흐, 모네 등 인상파 대가들의 그림과 연결해 설명하는 영화 '빛의 길'(가제)도 제작 중이다.

드니 쿠탄은 "세잔은 자연을 그리되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 안에 내재된 정신을 그려 전에 없던 예술을 창조한 화가"라며 "독창적인 붓놀림으로 자유로운 정신성을 보여주는 김 신부의 작품 세계가 세잔과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에 경주와 부여를 돌았다. "한국의 산세가 세잔이 조형성을 실험했던 무대인 생 빅투아르 산과 묘하게 닮아 있더군요. 세잔과 김 신부의 예술적 공통분모가 '자연과의 조응(照應)'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는 '세잔·김인중 2인전'을 한국에서 열길 희망하고 있다. 몇 해 전 국내 미술관과 전시를 협의했지만 실패했다. "미술관에서 세잔만 전시할 수는 없느냐고 하더군요." 그는 "김인중을 빼고 한국에서 세잔 전시를 여는 건 무의미하다"며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두 작가가 회화를 새롭게 보여주는 방식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