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대의 혈맥 잇는 것은 연극이라고 증명하는 무대

  • 뉴시스

입력 : 2016.04.29 10:06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연극 '혈맥'에서 극작술·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자.

근현대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소설가 김영수(1911~1977)의 대표 희곡에 털보 영감 역의 이호성, 깡통 영감 역의 장두이, 원팔 역의 최광일 등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니 검증은 이미 됐다.

이태섭의 무대와 조인곤의 조명 등 미장센이 모던함과 품격을 부여한다. 최고 3.5m높이의 경사로를 이용해 되살려낸 방공호는 광복 직후 삶을 힘겹게 오르는 성북동 주민들의 애환이 투영됐다. 동틀녘의 어슴푸레한 푸른색, 해 질 녘의 달아오르는 주황색을 유채화 빛깔처럼 은은하게 퍼트리는 조명이 이를 위로한다.

윤광진 연출(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기억의 이야기와 무대미학의 지금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근현대 희곡으로 현재를 관통한다. '혈맥'은 김영수가 창단한 극단 신청년의 박진 연출로 1948년 초연했다. 방공호 탈출을 꿈꾸는 민초들의 모습은 고시원, 좁디좁은 원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2016년 서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사라지는 것들을 환기시키는 '혈맥'은 연극이 시대의 혈맥을 잇는 장르라는 것을 의미부여한다. 함경도 등 토속성이 짙은 사투리의 리듬감과 감정선을 부각시키는 자욱한 음악은 향수를 자극한다.

5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5월1일 공연 뒤에는 배우, 스태프들이 출연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예술감독 김윤철, 의상 이윤정, 소품 이경표, 방언지도 백경윤. 러닝타임 150분 예정(휴식 15분 포함). 2~5만원. 국립극단.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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