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현악기 4대 합친 170억 뛰어넘는 소리의 향연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6.04.29 00:15

[스트라디바리 콰르텟 & 피아니스트 허승연]

스트라디바리만으로 연주… 앙코르 '아리랑', 청중 모두 기립

첫인상엔 분명 선입견이 작용했을 거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하나, 첼로 하나. 고작 이 현악기 네 대를 모두 더해 매긴 값이 우리 돈으로 170억원(1300만 유로)에 달한다니. 그럼에도 지난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악기들을 손에 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이 빚어내는 소리는 눈부셨다. 현에 활을 슬쩍 대기만 해도 꿀같은 소리가 흘러내렸다.

오늘날 세계 3대 현악 명기(名器) 중 하나로 소문난 스트라디바리는 대개 1700~1720년 사이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제작한 현악기 1100여대를 가리킨다. 스위스의 음악재단 하비스로이팅거는 몸값이 너무 비싸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 악기들만으로 연주하는 현악 사중주단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을 2007년 만들었다.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허승연이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허승연이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첫 곡으로 모차르트 현악 사중주 21번을 연주하는데, 활놀림부터 심상치 않았다. 투명하고 맑은 음색, 스피커라도 달아놓은 듯 풍성한 울림이 손에 잡힐 듯 도톰하다. 20세기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에선 물방울처럼 톡톡 튀던 현악기 네 대가 힘을 빼고 나란히 앉아 긴 음을 느긋하게 풀어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존 F 케네디 대통령,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애도식에서 울려 퍼졌던 곡. 현이 울 때마다 객석도 함께 출렁였다.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엔 피아니스트 허승연(49)이 합류했다. 현악기에 건반악기가 더해지니 질감이 풍만해진다. 소리의 어울림만으로 한 편의 공연이 수채화에서 수묵화로, 다시 유화로 여백을 메워나가는 느낌이다. 앙코르로 선사한 '아리랑(마리아나 루다케비치 편곡)'은 절정이었다. 활 끝에서 아~리~랑 선율을 느릿하게 뽑아내자 객석에서 "아!" 짧은 탄식이 터졌다. 청중이 전부 일어섰다.

악장 사이마다 쏟아진 어마어마한 박수가 안타까웠다. 4악장짜리 슈만 오중주 연주 때는 3악장이 끝난 뒤 이른 "브라보!"까지 터졌다. 음악은 소리가 완전히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뒤에 천천히 반응해도 괜찮다. 무대 위 연주자는 얼마든지 기다려주니까.